일상 속으로
은퇴를 한지도 7개월이 지난 지금,
직장을 나가지 않아도 더 바쁜 하루를 보낸다.
주식하랴, 글 쓰랴, 운동하랴...
근무할 때보다 더 긴장되고 흥미진진하다.
다만 혼자라는 사실만 다르다.
주말이면 산 정상에 올라 김밥 한 줄을 혼자 먹는다.
바람이 스산하게 부는 그 자리에서 비로소 깨달았다.
외로움이 주는 고요함이 아니라,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이 주는 자유로움이 내 안에 스며드는 것을.
그 순간이 육십 인생의 첫 번째 통찰이었다.
"나의 인생, 나의 시간, 나의 속도."
화려했던 직장 생활을 하면서 무수히 많은 영광의 시간들.
그러나 다 지나간 과거.
그 자리에 나는 그저 껍데기로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왜 이제서 깨달은 걸까?
욕망에 취하고, 때론 허세의 칼날을 세웠던
자리에서 나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눈에 비친 '나'에 집착하던 시절은 먼 옛날이야기다.
좋은 인상을 남기려 애쓰는 건,
마치 바람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내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에게 굴복할 필요는 없다.
열 명 중 세 명은 아무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할 수 있다.
그 허망한 싸움에서 손을 든 순간,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친구의 성공이 내 실패의 거울이 아니라는 것도 이제 안다.
그들의 빛나는 순간은 내 어둠을 비추지 않는다.
오히려 남의 삶에 쓸데없이 관여하는 것이 진정한 침해임을 깨달았다.
간섭은 사랑의 탈을 쓴 독이다.
논쟁은 그 자체가 패배다.
이기더라도 관계는 갈라진다.
싸워야 할 상대는 내 안의 편협함뿐이다.
그리고 사람은 가고 온다.
붙잡으면 할수록 더 빨리 스쳐 지나간다.
떠날 사람은 떠나게 두어야 한다.
그 빈자리가 새로운 빛을 받아들일 공간이다.
혼자만의 시간은 내 영혼의 양식이다.
그 안에서 나는 비로소 나 자신과 마주한다.
산 정상의 김밥 한 입처럼 소박하지만 진한 맛이 나는 순간들.
육십의 눈으로 보니,
인생은 결국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타인의 시선에 맞추던 춤은 멈추었다.
이제 나만의 박자로,
나를 위한 사랑으로 살아간다.
그 길이 가장 품위 있는 노년의 방식이다.
내 시간은 금이다.
내 사랑은 선택이다.
내 속도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