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될 수 없는 시대

일상 속으로

by 제임스

서울을 넘어 용인과 수원까지.

부동산 규제의 파도가 경기도 전역을 휩쓸던 날,

15억짜리 아파트가 20억에 거래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규제가 시행되기 나흘 전,

시장은 마지막 기회라도 잡으려는 사람들의 아우성으로 들끓었다.

자유주의 국가에서 내 돈으로 집을 사는데 국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니.

누군가는 과하다고 말했고, 누군가는 필요하다고 맞받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 규제로 가장 큰 상실감을 느낀 것은

한국의 고소득 전문직과 직장인들이었다는 사실이다.


황당한 것은 국민들은 갭투자 못하게 토허제로 서울수도권 전지역을 다 묶어놓고

국토부 차관이란 인간이 33억주고 판교아파트 갭투자를 하고,

또 그걸 지키려고 공직까지 사퇴하는 위대한 결단까지 서슴없이 하였다.



대학 졸업 후 좋은 직장에 들어갔다.

토익 900점, 자격증 세 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얻은 자리였다.

연봉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수준이다.

배우자도 비슷하게 번다. 합치면 억대 연봉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유가 없다.

부자가 될 것 같지 않다.

요즘 우리나라 대기업에 다니는 30-40대가 느끼는 현실이다.



프랑스에는 '니콜라'가 있고,

미국과 영국에는 '헨리(HENRY, High Earner Not Rich Yet)'가 있다.

고소득자지만 부유하지 않은 사람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절망에 빠진 30대 중산층 노동자들이다.

그들은 모든 것을 제대로 해냈다.

최고 성적으로 졸업했고, 좋은 직장을 얻었으며, 높은 소득을 올린다.

그런데도 부자가 될 수 없다고 느낀다.


15년 전만 해도 달랐다. 고소득자는 곧 부자였다.

강남 아파트가 8억, 9억 할 때는 대출을 받아서라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30억이다.

근로소득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성벽이 되어버렸다.

자산 가격은 평균적으로 연간 2억씩 오르는데,

소득으로는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통계는 역설적이다.

소득 불평등도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복지가 확대되고 누진세가 강화되면서 소득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자산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세금은 늘어나고, 복지 부담도 커진다.

고령층 연금, 각종 사회 지출을 위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그렇게 거둔 세금으로 소득 불평등은 개선되지만,

정작 세금을 내는 사람들은 자산을 쌓을 여력을 잃어간다.



프랑스의 니콜라들은 말한다.

"공휴일을 줄이고, 세금을 올리고, 지출을 줄이는데 왜 다 내가 부담하는가?"


영국의 헨리들은 호소한다.

"전체 납세자의 5%에 불과하지만 소득세의 절반을 우리가 낸다.

그런데 어느 정당도 우리를 대변하지 않는다."

좌파는 저소득층을, 우파는 자산가를 챙긴다.

고소득 근로자들은 회색지대에 끼어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집 없는 30대, 40대는 끝없이 오르는 자산 가격을 바라보며 좌절한다.

나와 그들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는 순간을 목격하며,

완전히 다른 클래스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을 마주한다.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내하며 따라갈 것인가.

대부분은 후자를 택한다. 그래서 더 괴롭다.



"우리가 지금 고소득자 걱정까지 해야 하냐?"는 반론이 나온다.

맞는 말이다.

절대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더 많다.


하지만 이것도 진실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경쟁을 뚫고,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느끼는 좌절.

가진 것과 생각하는 것 사이의 간극.

근로의 가치가 점점 하락하고,

상속과 횡재로 얻은 자산만이 부의 경로가 되는 현실.


그래서 대통령까지 나서서 주식시장을 부양하고 있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이 시장이 폭락이라도 한다면

누가 책임 질 것인가?

방향은 맞지만 리스크도 대비해야 한다.


복지 국가로 가는 것은 좋다.

소득 불평등이 줄어드는 것도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좌절한다면,

그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저소득자도 힘들고, 고소득자도 좌절하는 사회.

참으로 쉽지 않은 시대다.

10년, 20년 전에는 고소득만 되면 문제가 없었는데,

왜 이렇게 모두가 힘든 걸까.

우리는 더 행복해지기 위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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