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는 밤
가까이에서 마음과 정을 나눈 사이, ‘친구’. 미술사에 한 획을 그었던
거장들에게도 특별한 친구가 있었다.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옆에는 친구이자 경쟁자인 미켈란젤로가 있었고,
해바라기의 화가 고흐의 곁에는 그를 지지해 주는 동생 테오가 있었으며,
현대미술의 아버지 세잔에게는 소설가 에밀 졸라가 있었다.
마네와 모네가 만나 미술사의 혁명 중 하나인 인상주의가 탄생하기도 했다.
이들의 만남은 세계적인 명화의 탄생에 큰 영향을 끼쳤고,
미술사의 중요한 한 장면을 만들어 냈다.
서로의 길을 응원하고 지지해 준 화가의 친구들.
마네의 '선상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모네'를 보면,
화면 속 모네는 캔버스 앞에 앉아 집중하며 붓을 움직이고 있고,
마네는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며 담배를 피운다.
두 화가는 말이 필요 없어 보였다.
서로의 예술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친구 사이이기 때문일까?
그림에서 흘러나오는 온화한 분위기가 마치 나에게도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에두아르 마네와 클로드 모네는 인상파를 대표하는 두 거장이다.
두 사람은 성이 비슷해서 성만 부르면 혼동하기 쉽다.
둘 다 인상파 화가다 보니,
이들의 작품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어느 작품이
누구의 것인지 잘 구별이 안 된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당대에도, 특히 후배인 모네가 막 화단에 나섰을 무렵,
일부 파리의 미술인들조차 이들을 잘 구별하지 못해 혼란스러워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당시 진취적인 미술을 추구하며 보수적인 비평가들과
맞서 싸우던 동지로서 끈끈한 우정을 나누었다.
그 우정을 잘 보여주는 그림이 바로 이 그림이다.
고흐와 고갱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고흐는 고갱이 자신의 예술 공동체 꿈을 이해해 주길 바랐지만,
고갱의 마음은 달랐다.
결국 그들의 우정은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고흐가 고갱을 위해 그린 《해바라기》는 여전히 반짝인다.
노란색 물감으로 빚어낸 해바라기는 고흐의 간절한 마음을 대변한다.
“내 친구가 되어줘”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는 또 다른 우정을 보여준다.
그림 속에서 젊은이들은 춤추고 웃으며 친구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르누아르는 이 작품을 통해 “미술은 친구를 사귀는 즐거움”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마치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것과 같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깊이를 알게 된다.
칸딘스키와 클레는 음악과 예술을 통해 친구이자 동반자가 되었다.
그들은 서로의 작품에 영감을 주고받으며 현대 미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우정은 그림 속에서도, 현실에서도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때로는 고흐와 고갱처럼 아프게 끝나기도 하지만,
르누아르의 그림처럼 순수한 기쁨으로 남기도 한다.
그림 속에 피어난 우정을 보며 나도 내 친구들을 생각해 본다.
그들이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 되어주었듯이.
https://youtu.be/YUZj1mmB80o?si=oKdPlm2i9ZEB6F8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