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이 시대의 아이러니를 이보다 더 극명하게 보여줄 사건이 있을까?
'남조선 해방'을 목적으로 침투했던 북한 간첩이 복역 후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안보 현주소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통렬한 자화상이다.
'간첩이 소송을 거는 시대'라는 자조 섞인 문장은,
국가 안보의 경계가 무너진 틈을 비집고 들어온 기이한 현실 그 자체이다.
어쩌다 우리는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사건의 주인공인 북한 정찰총국 소속 염 씨는 군사 기밀을 유출한 중대한 혐의에도
불구하고 징역 5년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이미 이때부터 균열은 시작되었다.
국가 안보를 위협한 행위에 대한 사법부의 가벼운 판결은
법의 권위를 약화시켰을 뿐 아니라,
결국 간첩에게 '국가 대항'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쥐여준 꼴이 되었다.
법 집행의 미흡함이 초래한 예상치 못한 후폭풍이라 할 수 있다.
만기 출소 후, 염 씨의 행보는 더욱 대담해진다.
그는 주민등록증 부재로 인한 취업 및 의료 혜택의 불이익을
빌미로 국적 취득을 요구했다.
국정원이 '전향 의사'나 '법원 허가'를 안내하자,
그는 이를 역이용하여 공무원들이 사상 전향을 강요했다는
명목으로 1억 원대의 국가 배상 소송을 걸었다.
국가의 관용과 법의 절차를 마치 자신의 권리인 양
주장하는 이 간첩의 행태는,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허용한 '여유 공간'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그가 요구한 것은 법적 권리라기보다는 체제에 대한
교묘한 조롱이자 도전이었다.
다행히 재판부는 그의 청구를 기각하며 사태의 본질을 명확히 짚었다.
법원은 염 씨가 스스로 대한민국을 보호할 의사를
전혀 표현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도리어 북한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요구했던 점을 지적했다.
이는 소송의 목적이 인권 보호가 아닌,
자신의 입지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이었음을 방증한다.
이 사건은 단지 한 간첩의 소송으로 치부될 수 없다.
이는 국가 안보에 대한 우리의 경계심이 얼마나 무뎌졌는지,
그리고 법 집행의 엄정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되새기는 고통스러운 성찰의 기회이다.
간첩이 국가를 향해 당당히 소송을 거는 이 아이러니한 현실은,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아야 할 이유를 가르쳐 준다.
국회에 간첩이 침투하고,
민노총 간부가 간첩이고,
중국인 간첩이 활개를 치고 돌아 다니고,
청와대 고위 관료가 간첩이라는 소문은 우리의 현실이 얼마나
안보에 취약하다는 것을 국민들이 실감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여야를 떠나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하여 기강이 다시금 확립되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