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마지막 날을 보내며

일상 속으로

by 제임스

창밖으로 스며드는 겨울 햇살이 유난히 따스하다.

2025년의 마지막 날,

나는 조용히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지나온 일 년을 돌아본다.

아니, 어쩌면 한 해가 아니라 내 인생의 한 시대를 돌아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올해는 참으로 의미가 있던 한 해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의 열기가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던 그해,

열정에 가득 찬 청년이었던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첫 출근길에 올랐다.

새 양복을 입고 서툰 발걸음으로 회사 문을 들어서던

그날의 설렘과 두려움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로부터 3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청년의 패기로 시작한 사회생활은 어느덧 중년의 무게를 거쳐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고, 올해 2월 말 나는 그 긴 여정의 종착점에 도착했다.



되돌아보면 참으로 많은 일을 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에 매진했던 날들,

프로젝트가 성공했을 때의 환희,

실패했을 때의 좌절.

직장을 여러 번 옮기면서의 불안과 후회.

때로는 힘들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남들보다 운이 좋게도

정년을 넘겨서까지 일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결코 나의 능력만으로 이룬 것이 아니다.

나를 필요로 해준 회사, 함께 일해준 동료들,

그리고 묵묵히 지켜봐 준 가족들.

무엇보다 하늘이 내려준 천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일터로 향할 수 있었던 것,

그 자체가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이제야 온전히 깨닫는다.


그리고 올해,

또 하나의 큰 변화가 찾아왔다.

국민연금을 수령하게 된 것이다.

젊은 시절 월급에서 빠져나가던 그 돈이 이제 내게 돌아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백수라는 신분임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밥 한 끼 걱정 없이 먹을 수 있고,

따뜻한 집에서 잠들 수 있다는 것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님을 나이가 들수록 절실히 느낀다.



퇴직 후 처음 맞는 연말이다.

처음엔 어색했다.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아침,

회의도 없고 업무도 없는 하루.

시계를 보지 않아도 되는 삶.


그러나 이제는 이 여유가 주는 선물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천천히 커피를 마시며 뉴스를 읽고, 브런치에 글을 쓰고,

미뤄두었던 책을 펼치는 시간들.

이것이 바로 내가 평생 일하며 꿈꾸었던 그 시간들이 아니었던가!



올해는 내게 끝이자 시작이었다.

직장인으로서의 삶은 마무리되었지만,

진정한 나로 살아갈 시간은 이제부터다.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배우며,

가고 싶었던 곳들을 천천히 여행할 수 있는 시간.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지난 37년의 노력이 있었기에,

그리고 신의 은총이 함께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2025년의 마지막 날,

나는 진심으로 감사한다.

건강하게 일할 수 있었던 것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에,

그리고 훌륭한 브런치 작가님들과 멋진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또한 이렇게 평온한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에...


내일이면 새로운 해가 밝아온다.

2026년, 나의 새로운 인생 2막이 어떤 이야기로 채워질지 기대되고 설렌다.

다만 오늘처럼,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싶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올 한 해 부족한 제 글을 읽어 주시고 성원해 주신 구독자님들께 큰 감사드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송년이미지(수채화).jpg


매거진의 이전글영화의 파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