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새로운 시작이다

일상 속으로

by 제임스

문득 2025년을 되돌아보니,

마음을 압축하는 말은 ‘회자정리(會者定離)’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으리라는 뜻이다.

이는 개인적으로는 한 직장에서의 긴 여정을 마치고

은퇴를 맞이한 해이기도 하다.

정든 동료들과의 작별, 익숙한 일상과의 이별.

그러나 그 끝남 속에서도 새로움에 대한 묘한 기대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의 서곡이니까.


중소기업중앙회가 2025년을 빛낸,

아니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자성어는 ‘고군분투(孤軍奮鬪)’였다.

외로운 군사가 홀로 분투한다는 이 말은 고환율, 고관세, 내수 침체라는

삼중고 속에서도 생존을 위해 발버둥 쳤던 수많은

중소기업인들의 땀과 고뇌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러나 끝이 있다면 시작도 있다.

그들은 2026년을 위해 ‘자강불식(自强不息)’을 내세웠다.

스스로 강해지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는 단순한 희망 사항이 아니라,

고군분투의 시간을 거쳐 다져진 현실적인 각오다.

위기를 외부 탓만으로 돌리지 않고,

자신의 체력을 키워 어떤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의 뿌리를 내리겠다는 결의다.

끝난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선언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2026년에 주목하는 ‘종이부시(終而復始)’의 정신이다.

'근사록'은 “천하의 이치는 끝나면 다시 시작된다”고 했고,

'손자병법'은 이를 해와 달에 비유했다.

“끝나면 다시 시작하는 것은 해와 달이 지면 다시 뜨는 것과 같다."


자연은 이 완벽한 순환의 리듬을 끊임없이 연주한다.

꽃은 진 자리에서 새 봉오리를 준비하고,

지는 해의 그늘 뒤로 뜨는 해의 빛이 이미 비집고 나온다.

가을의 결실이 정리되면 잠듦의 계절 겨울이 오고,

그 겨울 속에는 다시 봄의 생명력이 움트고 있다.

세상 그 무엇도 고정되어 머물지 않는다.

모든 것은 변화의 흐름 속에서 끝을 시작의 원천으로 삼아 끊임없이 순환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이다.

은퇴라는 끝은 새로운 삶 장을 펼칠 수 있는 자유의 시작이다.

한 프로젝트의 마감은 또 다른 도전의 서막이 된다.

따라서 지나간 시간과의 이별에 지나치게 연연하거나

과거의 업적에만 매달릴 필요가 없다.

그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여정이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 끝이 차곡차곡 쌓여,

이제 ‘자강불식’으로 나아갈 새로운 시작의 발판이 되어주는 것이다.


교수들이 선정한 2026년의 사자성어는 이 시대의 본질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1위 ‘변동불거(變動不居)’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태를,

2위 ‘천명미상(天命靡常)’은 고정되지 않은 하늘의 뜻, 즉 불확실성을 말했다.

이는 ‘고군분투’했던 산업현장의 애환과 맥을 같이한다.

모든 것이 유동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이 시대,

우리는 무엇에 의지해야 하는가?


답은 ‘종이부시’의 순환 법칙과 ‘자강불식’의 주체적 의지가 만나는 지점에 있다.

아무리 거센 변동의 소용돌이(變動不居) 속에 있다 해도,

끝이 있으면 반드시 시작이 있다는 자연의 법칙(終而復始)은 변하지 않는다.


그 불변의 리듬 위에,

스스로를 단련하며 끊임없이 새로워지려는 인간의 의지(自强不息)를 더할 때,

우리는 단순히 변화에 휩쓸리는 존재가 아니라 변화를

내일의 시작으로 만들어가는 주체가 될 수 있다.


나의 2026년은 그러한 주체로 서기 위한 해가 되어야 하겠다.

끝난 것을 뒤돌아보며 애도하는 시간도 필요하겠지만,

그 끝이 준 교훈과 힘을 새 시작의 밑거름으로 삼아

단호하게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다.


해가 진다는 것은 이제 곧 뜬다는 신호이듯,

2025년의 ‘회자정리’는 2026년 ‘종이부시’의 단단한 초석이 되어야 한다.

끝이 시작이 되는 이 순환의 고리에 나 자신을 담아,

2026년을 새로운 의미로 채워나가야 하겠다.

그것이 변화하지 않는 세상의 이치이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자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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