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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코치 Jun 22. 2019

시간이 흐른다고 미래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데일리》 발가벗은 힘: 이재형의 직장인을 위한 Plan B 전략


편집자주 | ‘발가벗은 힘(Naked Strength)’은 회사를 떠나 야생에서도 홀로서기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발가벗은 힘을 키워야 언제든 퇴사하고 싶을 때 퇴사할 수 있고, 야생에서 자신 있게 생존할 수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 필자는 자신이 누렸던 대기업, 임원, 억대 연봉 등의 타이틀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40대 중반에 퇴사해 전문가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야생에 소프트랜딩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데일리는 필자가 ‘발가벗은 힘’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터득한 경험과 노하우를 매주 소개한다. 이를 통해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직장인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자신만의 Plan B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발가벗은 힘(Naked Strength)

- 이재형의 직장인을 위한 Plan B 전략 -



(6) 시간이 흐른다고 미래가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타고난 낙관주의자다. 웬만하면 대부분의 일에 ‘하면 된다.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라는 사고방식으로 접근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일을 겪은 후부터 비관주의자적 성향도 생겨났지만, 타고나길 낙관적으로 태어났다.


낙관주의는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나 경향을 갖는 것을 말하는데, 낙관주의적인 사람은 인생의 긍정적인 면을 보기 때문에 난관에 부딪치더라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으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그리고 그러한 목표는 자기충족적 예언으로 인해 달성 가능성이 높아진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것이다.





반면 부작용도 있다. 비현실적인 낙관주의의 경우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낙관주의가 늘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전통 심리학에서는 낙관주의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었다. 프로이트는 낙관주의에 대해 ‘종교적 형태의 낙관주의는 인간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만, 이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본성과 현실을 부인하는 것이므로 그 대가를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즉 ‘현실을 왜곡해 바라보게 하는 허황된 기제’라는 입장이 심리학계의 보편적인 분위기였다.


마틴 셀리그만의 저서 《학습된 낙관주의》에 따르면 20세기에 심리학자들은 프로이트 등의 영향으로 마음의 부정적인 면에 몰입한 경향이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기존의 심리학은 ‘어떻게 하면 고통을 덜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했을 뿐 ‘인생에서 가장 좋은 것을 어떻게 찾을 것이며, 그에 따라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반성하고 마음의 밝은 면을 규명해서 북돋우려는 심리학의 새로운 분야가 바로 ‘긍정 심리학’이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낙관주의는 긍정적인 인간의 기질로 파악되기 시작했고, 인간의 심리적·신체적 건강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변인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낙관주의에 대한 조명은 긍정 심리학과 그 경향이 맞물려 있다. ‘인간은 행복과 성장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가정으로 인간의 행복과 강점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긍정 심리학에서 가장 관심 있게 보는 주제 중 하나가 바로 낙관주의다. 하지만, 대책 없는 낙관주의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도 같다. 그래서 나는 대책 있는 낙관주의, 근거 있는 자신감을 갖고자 노력해왔다.



페이팔(PayPal)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과 블레이크 매스터스가 공동 집필한 책 《제로 투 원(Zero to One)》에서는 낙관주의와 비관주의를 다음과 같이 4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1) 불명확한 비관주의자

2) 명확한 비관주의자

3) 명확한 낙관주의자

4) 불명확한 낙관주의자


                                                        

낙관주의와 비관주의의 4가지 유형. 출처: ≪제로투원≫



미래가 현재보다 나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 반대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낙관주의자들은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고, 비관주의자들은 미래를 두려워한다. 이 두 가지 유형을 결합하면 위와 같이 네 가지 시각이 존재하게 된다. 이 네 가지 시각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불명확한 비관주의자


불명확한 비관주의자는 미래를 암울하게 예상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한다. 1970년 초반부터의 유럽이 여기에 해당한다. 당시의 유럽 대륙은 정부가 표류하던 시기였다. 유로존에 속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서서히 위기에 빠져들고 있었지만, 책임지고 그 사태를 수습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불명확한 비관주의자가 난관을 앞에 두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먹고 마시고 즐기면서 쇠퇴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유럽인들이 휴가에 열광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2) 명확한 비관주의자


명확한 비관주의자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기는 하지만, 그 미래가 암울할 것이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여긴다. 오늘날 가장 확실하게 비관주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을 들 수 있다. 중국은 서구를 무차별적으로 베끼고, 석탄을 대량 사용하며,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공장과 고층 건물을 지어 올리며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인구로 인해 원자재 값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생활 수준이 선진국을 따라잡을 방도가 없다. 이 점을 알고 있는 지도자들은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고, 국민들 역시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중국인들은 계층을 막론하고 미래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3) 명확한 낙관주의자


명확한 낙관주의자는 자신이 미래를 계획하고 노력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18세기 이후부터 1960년대에 이르기까지 서구 사회를 이끌어온 이들은 명확한 낙관주의자들이었다. 그중 미국인들은 줄곧 전 세계에서 가장 멀리 내다보는 명확한 낙관주의자들이었다. 대공황조차 미국의 거침없는 성장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금문교 같은 미국을 상징하는 건축물은 물론, 미국의 핵 개발과 관련된 맨해튼 프로젝트, 나사의 아폴로 계획 등도 이들에 의해 수립되고 실행되었다. 미국 사회를 이끌어온 과학자, 기술자, 의사, 사업가 들이 만들어낸 세상에서 사람들은 이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부와 건강을 영위했다.


4) 불명확한 낙관주의자


1970년대라는 비관적 시기를 거쳐 1982년부터는 불명확한 낙관주의가 줄곧 미국인들의 사고를 지배해왔다.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탔고, 금융과 공학이 만나 환상적인 미래가 성큼 다가오는 듯했지만, 정확히 어떻게 더 좋아질지는 몰랐기 때문에 그 어떤 구체적인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이들은 노력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기보다 이미 고안되어 있는 제품들을 재조합한다. 미국의 기성세대들은 자녀들에게 안정된 길을 가라고 독려한다. 베이비붐이라는 기이한 역사가 만들어낸 이 불명확한 낙관주의 세대는 힘들이지 않고도 진보하는 데 익숙한 나머지, 그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겪은 세상은 해마다 나아졌고, 자신의 노력과 상관없이 세상은 발전했다. 따라서 이들은 순진할 수도 있는 낙관주의를 의심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뻔히 정해져 있는 길 위에서 커리어를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었던 부모 세대는 자녀들의 삶이 그렇지 않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다.



요약하자면, 불명확한 비관주의자는 미래가 암울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며 미래를 위해 아무 준비도 하지 않는다. 명확한 비관주의자는 미래는 예측할 수 있다고 믿지만, 그 미래가 암울할 것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명확한 낙관주의자는 자신이 미래를 계획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명확한 낙관주의자는 미래가 현재보다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정확히 어떻게 더 좋아질지는 모르기 때문에 그 어떤 구체적 계획도 세우지 않는다.


이 기준을 자기 자신에게 적용해보면 현재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다.


나는 낙관주의적 성향이 강하지만, 적어도 미래에 대해서는 명확한 비관주의자와 명확한 낙관주의자 사이에 있는 것 같다. 나는 현재도, 미래도, 당분간은 저성장·저금리·저물가·고실업률·정부 부채 증가·규제 강화 등의 암울한 시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 아이 세대들은 더 힘겨운 시대를 살아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노력은 배신하지 않으며,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가 올 거라고 생각하기에 낙관과 비관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며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MBA와 코칭 공부가 그 시작이 돼주었다.


박노해 시인의 〈경계〉라는 시는 이런 나의 마음을 잘 대변하는 것 같다.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말 것.

현실이 미래를 잡아먹지 말 것.

미래를 말하며 과거를 묻어 버리거나

미래를 내세워 오늘 할 일을 흐리지 말 것.





시간이 흐른다고 미래가 되지 않는다.

당신은 이 네 가지 유형 중 어디에 해당되는가?






* 위 글은 필자(이재형)가 <이데일리>에 연재한 칼럼, [발가벗은 힘: 이재형의 직장인을 위한 Plan B 전략]의 내용입니다.


이재형 비즈니스임팩트 대표 | 비즈니스 코치

(이메일: ceo@businessimpac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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