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벗은 힘》 작가가 뽑은 최고의 서평
어제 <발가벗은 힘>의 저자인 이재형 코치님을 만나 대화를 나눈 2시간 15분. 그에게 직접 사인을 받은 책으로 완독하는데 걸린 시간은 그것에 두 배, 이 글을 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그것에 네 배다. 이 모둘 합치면 어제와 오늘의 경계를 넘으며 약 16시간 동안을 <발가벗은 힘>과 함께한 셈이다.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뒤로 미룰 수 있었는데. 대체 무엇이 이러한 상황을 있게 한 것일까.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모든 챕터 시작과 끝, 책 뒷면에 쓰인 질문(사직서를 쓰기 전에 꼭 답해야 할 10가지 질문)들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결정했다. 내 자신을 책 제목과 마찬가지로 하나씩 하나씩 발가벗겨 보기로. 그래야 완독을 하고도 숙제처럼 남은 그 질문들에 제대로 답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챕터 끝마다 제시된 질문을 합치면 총 35개이나 이를 포괄하며 각 주제를 관통하는 핵심 질문은 각 챕터 시작에 있는 6개이다.)
내게 있어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손꼽히는 사립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부터 스무 살 사회의 첫 발을 내딛기 전까지 만 7년 동안은 여러 의미로 어둠의 시절이었다. 이 어둠은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영성적 경제적 물리적... 모든 면에서의 결핍을 의미했다. 그리고 이후 성인이 되고 30대 중반에 이르러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17년 동안은 이 모든 결핍을 하나하나 해결하기 위해 무던히도 발버둥 치던 시절이었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곱씹으니 7개의 키워드로 정리되었다.
‘여행, 공부, 운동, 글쓰기, 치유, 일, 도반’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것을 보면 <발가벗은 힘>이 가진 힘, 특히 진정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신뢰를 갖게 된다.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되며, 그것을 통해 다른 이에게 선한 영향력으로 행사할 수 있는 사람(저자)은 또 몇이나 될까. 그저 이 모든 것에 감사할 뿐이다.
결국 7개의 키워드를 정리한 것만으로도 책 한 권의 내용이 구성되었다.
<발가벗은 힘>을 통해 얻은 힘으로 쓰게 될 책.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고 제목까지 만들어보았다.
마흔을 앞둔 내게 주고 싶은 선물이다. 숨 가쁘게 살아온 40년을 정돈하고 평온하기를 기대하는 40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 아마도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은 내가 조만간 완성할 책의 프롤로그 초안이 될 것이다. 그것이 지금 매우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만들게 한, <발가벗은 힘> 속에 녹아져 있는 보석 같은 메시지는 “No more explain, Just do it.” '더 이상 설명하지 말고, 그냥 하라'는 것이다.
<발가벗은 힘>에는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에 충분히 나는 그 상황에 동일시 될 수 있었으며, 나와 다른 저자의 경험에 탈동일시 될 때는 적절하게 제시된 질문들을 통해 성찰할 수 있었다.
이제는 행동할 차례인 것이다. 저자도 언급하였듯 머리와 가슴이 연결되었다면, 가슴이 다리로 옮겨질 때다. 머리와 가슴이 연결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인데 거기서 멈추는 것은 얼마나 많은 기회를 스스로 내려놓는 것인가. 인생을 낭비한 죄는 그 누구도 구제할 수 없다. 훗날 여러 형태로 고스란히 감내하게 된다. 원문과는 다른 해석이라고는 해도,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어.’라고 알려진 버나드 쇼의 묘비명은 우리가 얼마나 삶이라는 한정에 대해서 무감각한 지 돌아보게 한다. 우린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으며, 용케 계속 죽음을 피한다고 해도 아주 특별한 조건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100년 이상 건강하게 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이상을 살아갈 것처럼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내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부터 반성하게 된다. 게으름과 나태함은 인간에게 치명적이다.
쓰다 보니 이제 이 글은 확정적으로 <발가벗은 힘>에 의해 자연적으로 잉태한 <마혼(摩魂) : 혼을 어루만지다>의 프롤로그가 되었다. 애초부터 이런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그냥 그렇게 되어버렸다. 모든 생명이 스스로 탄생을 선택하고 결정하여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 아니 듯이 말이다. 이것을 보통 ‘자연스럽다’라고 한다. 자연스러운 것, 어색하지 않은 것, 주위와 조화를 이루는 것,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것... 다 같은 맥락이다. 도리어 이 책을 완독하고 나서도 아무런 반응이 일어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살아갈 뿐인 것이 부자연스러운 것은 아닐까. 저마다 변화나 성장의 시기는 다 다르다고 하지만, 그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자신이다. 또 나는 책 한 권으로 사람이 바뀐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이미 그 전부터 준비하고 있던 것이다. 이와 같은 타이밍과 찬스를 낚아채기 위해서.
그래서 (아직은 부끄럽지만) 이번에는 그게 나다. <발가벗은 힘>으로 <마혼>을 깨울 수 있었다. 줄탁동시(啐啄同時). 이 말보다 지금의 상황을 더 정확하게 표현할 것은 없어 보인다. 그리고 <발가벗은 힘>의 여러 독자들 중에 준비된 사람들 역시 나와 같이 혹은 그 이상으로 깨어날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은 깨어나는 그들을 보면서 준비할 것이다. 한 권의 책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한 권의 책이 누군가에게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되어 용이 될 기회를 줄 수 있다. 그런 용이 많아지면 또 누군가는 용이 되기 위해 준비할 것이고 언젠가 마지막 남은 눈동자를 누군가나 무언가로 채우게 될 것이다. 이것이 저자가 바라는 <발가벗은 힘>의 선순환일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No more explain, Just do it.” 이 책을 읽어도 좋고, 다른 무엇인가를 해도 좋다. 성장을 위해 계획한 그것을 그저 하면 된다.
이제 아까 열거한 7가지 키워드로 내 삶을 종으로 살피고 <발가벗은 힘>에서 제시한 6개의 핵심질문으로 내 삶을 횡으로 살필 것이다.
내 삶을 이끄는 동력, 즉 엔진은 무엇인가?
무엇이 그 엔진을 계속해서 힘차게 펌프질하는가?
나의 스노우볼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굴릴 언덕은 무엇인가?
나에게는 발가벗은 힘이 있는가?
나는 지금 명함이 아닌 내 이름 석 자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이 있는가?
내 삶은 심플한가?
그리고 나는 시간을 지배하고 있는가?
나는 덕업일치 하며 살고 있는가?
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나는 지금 나답게 살고 있는가?
내가 조각해야할 가장 간결한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인가?
이 핵심질문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발가벗은 힘이 느껴지지 않는가? ‘잘 모르겠다’ 라고 한다면 본문을 차분히 읽어보길 권한다. 이와 관련한 힌트는 충분히 그리고 매우 친절하게 제시된다. Just Do it.
[1] 여행 : 2000년 일본 큐슈를 시작으로 20년 동안 현재까지 80여 국가, 200여 도시 방문. 짧으면 일주일, 길면 3개월. 천막과 다름없는(그래서 공짜와 다름없는) 1달러 미만의 숙소부터 특급호텔 로얄 스위트까지. 사막과 만년설, 정글과 무인도, 빙하와 대초원, 대도시와 끝을 알 수 없는 동굴, 바다와 하늘... 그리고 빼곡히 별들로 가득한 우주, 내게 세상은 너무도 거대했다. 그래서 자꾸 중독되어 빠져들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서른 즈음 40개국 정도 방문했을 때부터는 소비적이고 도피적인 여행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이후 나는 오감을 통해 경험한 세상을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현실의 문제들을 여러 각도로 파악할 수 있었다. 즉 놀랍게도 무엇에 고착되거나 종속되지 않을 수 있는 유연함을 얻게 된 것이다. 수준 높은 식견을 가진 누군가가 말하는 정의들도 대상과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삶으로 경험했기 때문에.
[2] 공부 :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기분 좋은 성적은 중학교 입학 직전에 봤던 반 배치고사에서 전체 6등(6반의 1등)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후 난 그보다 좋은 성적을 얻지 못했고 6년 뒤 턱걸이로 겨우겨우 차선책이었던 국문과에 진학하여 졸업하였다. 그런데 참 웃긴 것이 학부를 졸업한 그때부터 공부가 정말 하고 싶어졌다. 얼마 뒤 예술경영 석사과정에 진학했으나 1학기 만에 자퇴, 몇 년 뒤 엔터테인먼트 특화 MBA를 마치고, 바로 미디어 전공으로 박사과정에 입학하여 6년 만에 학위 취득, 얼마 뒤 심신치유교육 전공으로 박사 수료, 수료 직후 융합건강과학 전공으로 진학하여 현재 박사 3학기 차. 2020년 2번째, 2022년 3번째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한 발 한 발 차분히 전진. 누군가 자꾸 묻는다. 왜 그렇게 계속 공부를 하느냐고. 진심은 이렇다.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두렵다고.
[3] 운동 : 마라톤을 시작한지 13년, 처음에는 10km에도 심장이 터질 것 같았는데 몇 년 전 처음으로 42.195km 완주, 스스로를 극복하는데 햇수로 10년이 걸렸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나를 넘을 수 없다고 여긴 그 신념이 남아있는 체력조차 사라지게 했음을. 이후 나는 30년간 갖고 있던 물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수영도 즐기고 있다. 그래서 한때 1.5km(25m레인 왕복 30바퀴)에 40분을 기록했으며 만약 지금도 기록을 잰다면 1시간 이내도 가능하다. 이는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올림픽코스의 수영 커트라인에 맞춘 훈련의 결과로, 사이클도 단순히 가장 멀리 논스톱으로 라이딩한 것으로 따지면 서울에서 충주까지 167km이다. 또, 몇 달 전에는 논스톱 50km 울트라 트레일런(산악마라톤) 완주를 했고, 내년에는 같은 대회 100km 부문에 출전할 예정이다. 메이저 대회인 UTMF, UTMB 도전을 위해.
[4] 글쓰기 : 수능을 보고난 뒤 교복을 입은 채로 마포구의 한 출판사를 찾은 나의 가방에는 노트 3권이 있었다. 한 자 한 자 꾸욱 꾸욱 눌러 자필로 기록된 하나 밖에 없는 시집. 나름 엄선한 100편의 시들이 그 자리에서 평가절하 되었을 때, 유명 문인처럼 고뇌하며 절필하리라 다짐했던 기억에 절로 웃음이 난다. 물론 나는 단 한 번도 글쓰기를 멈춘 적은 없다. 게다가 몇 년 전 수필로 작은 상을 받기 전후로 한동안 글쓰기에 매진하여 등단을 하기 위한 시도도 여러 번 했었다. 결과는 역시나 연속 불발이었다. 당시 그 괴로움 속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그냥 좋아하는 글을 쓰면 될 뿐 상을 받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얼마 전 작은 뮤지컬의 기획과 작가로 나는 충분히 즐길 수 있었고, 미완성 상태의 수십 편의 소설과 대본들, 시와 가사, 낙서들을 다시 보며 작가로서의 의지를 고취시킬 수 있었다.
[5] 치유 : 내 안의 숱한 그림자를 직면하기 위해 시작한 다양한 자기계발 및 영성 프로그램들, 요가와 명상, 종교 활동과 신앙생활, 심리상담, 예술치료와 코칭. 그것들을 위해 쏟아 부은 시간과 돈과 노력은 진행 완료되었거나 진행 중인 5개의 학위과정 전체를 합친 것보다도 많다. 뭔가를 이룰 때마다 생기는 사건사고, 여러 상처에 기인한 강박과 의심, 거짓과 위선, 오만과 편견 등... 사춘기 시절의 어둠은 생각보다 더 어두웠고 그 어둠은 사실 사춘기 이전에도 이후에도 존재했다. 또 이제 그 어둠에서 나왔다 싶을 때마다 또 다른 어둠에 둘러싸인 기분. 인생의 3/4인 30년 넘게 늘 나는 보이는 모습과 다르게 마음이 아픈 사람이었다. 그러던 중 문득 알게 되었다. 이 어둠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나와 같이 어둠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난 결국 그 마음으로 이를 악물었고 어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6] 일 :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은 내게 있어 물을 마시고 호흡을 하는 것처럼 당연했다. 어린 시절 사랑과 관심을 충분히 받아야할 시기를 놓쳐버렸다고 생각한 나는 성인이 되고나서 부터는 일로서 끊임없이 성과로 증명해내고 칭찬으로 보상받고 싶어 했다. 그 시작은 선배님들과 함께 창업을 감행했던 스무 살부터 지금까지로 보면 (군에 있을 때와 학교만 다녔을 때, 여행과 어학연수 기간을 제외하고) 난 약 15년의 경력을 갖고 있다. 활동 분야는 ‘IT/엔터테인먼트/의료/도시공공디자인/예술·치유·코칭’ 정도라고 할 수 있으며, ‘예술·치유·코칭’을 제외하면 대부분 해당 분야의 전략, 브랜드, 마케팅, 컨텐츠 기획을 담당했다. 프리랜서로 컨설팅도 했다. 주요 국가 기관 및 지자체, 다양한 규모의 기업에서 요구하는 과제를 수행하기도 했고, 지금도 자랑스러워할만한 실적도 몇 가지 있다. 글을 쓰다 보니 다시 의욕이 샘솟는다.
[7] 도반 : 도반은 참된 스승도 포함된다. 참된 스승은 제자들에게 스스로를 도반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보면 나에게는 스승을 포함해 가족, 선후배, 친구들까지 10명 내외의 좋은 도반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내가 갈 길을 잃고 헤맬 때 붙잡아 준다. 아무리 내가 많은 것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통합하고 균형 잡아 발달시킬 힘이 없다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어떠한 것이든 허심탄회하게 시기적절하게 이심전심으로 소통할 수 있는 그들이 있어 참 행복하다. 그래서 반대로 진지하게 묻게 된다. 나는 그들에게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서. 스무 살의 나는 선배들과 창업을 하며 세상을 다 가진 듯 했다. 서른 살의 나는 동료들과 함께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긴 MBA 컴페티션에서 수상을 하였다. 마흔 살의 나는 누구와 무엇을 할 것이며 어떤 의미를 주고받을 것인가. 그리고 죽기 전의 나는 누구를 도반이라 할 것인가.
지금까지 7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간단하게나마 나의 삶을 종으로 살폈으니 <발가벗은 힘>에서 제시한 6가지의 핵심질문에 대해 답을 해나가며 나의 삶을 횡으로 살필 것이다. 글을 써내려가는 중에 촘촘하게 조직된 니트의 부드러운 속살처럼 가로와 세로가 만나는 지점마다 부족한 것을 발견하게 하고 그것을 어루만질 수 있는 성찰의 빛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길 바란다. 앞으로 쓸 책의 제목을 <마혼(摩魂) : 혼을 어루만지다>이라고 한 것도 이와 같은 의미다. 그 어떤 조력 과정에서도 ‘자책’은 금물이다. 또한 대한민국 평균 건강수명으로 봤을 때 인생의 딱 절반 지점인 지금 마흔이라는 나이가 과거와 현재 미래를 탐색하기에 최적일 것이다. 말장난처럼 쉽게 내뱉은 마흔 즈음의 마혼. <발가벗은 힘>이 일깨워준 그 <마혼>으로 이제 그 주옥같은 질문에 답을 달아본다. 지금보다 더 발가벗겨질 각오와 정직의 미덕을 담아서.
[1] 내 삶을 이끄는 동력, 즉 엔진은 무엇인가? 무엇이 그 엔진을 계속해서 힘차게 펌프질하는가?
얼마 전 한 학회의 발표자로 참여한 뒤 뒤풀이에도 갔었다. 그 때 한 교수님께서 내게 ‘류 선생님, 계속 그렇게 공부를 하는 이유가 뭔가요?’ 라고 물으셨는데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열등감 때문이라고 하였다. 말을 뱉자마자 막걸리 몇 잔에 이성을 잃은 것인가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사실 그보다 정직한 답변은 없었다. 앞서 같은 질문에 대해서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두려워 공부를 계속한다고 하였는데 이에 숨어있는 핵심감정은 열등감이다. 어렸을 때부터 천재 소리, 똑똑하단 소리를 밥 먹듯이 들었으면서도 외고에도 떨어지고 명문대에는 원서도 넣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은 뒤늦게 열등감으로 바뀌어 계속 공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 열등감이 싫지 않았다.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그래서 더 노력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 있어 열등감에 대한 또 다른 속성은 겸손이다. 뭔가가 잘 되려고 할 때마다 재를 뿌렸던 나의 자만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미덕이기도 하다. 정리하면 나의 쉬지 않는 엔진은 열등감을 연료로 자만을 제어하고 겸손의 에너지를 출력하고 있고 나는 그것이 만족스럽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이 엔진이 사용될 때 확실히 더 나은 결과가 나온다.
[2] 나의 스노우볼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굴릴 언덕은 무엇인가?
나의 스노우볼은 박사 학위다. 그리고 그것을 굴릴 언덕은 다학제간 융복합 연구다. 박사학위를 가진 자가 왜 굳이 다시 박사과정에 들어가느냐 그런 사람 처음 봤다며... 말들이 지금도 많다. 이에 대해 나는 앞서 밝힌 대로 열등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여긴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 나는 어둠의 시절 동안 학교, 종교, 병원에서 충분히 보호받지 못했기에 그 것들을 신뢰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곳에서 고통 받고 신음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강한 동질감을 느낀다. 하지만 나는 어찌어찌하여 어둠의 시기를 통과했고 나름 잘 살아가고 있는데 나와 같은 방식으로 어둠의 시기를 지나가라고는 말하지 못했다. 보통 사람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과 돈,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미디어(1st 박사)를 통해 지금까지의 내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심신치유(2nd 박사)의 노하우를 전하고 이를 의과학적으로 증명(3rd 박사)하고 싶다. 이러한 다학제간 융복합 연구를 제대로 하기 위해 3차례나 박사 과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간 속에서 나는 현재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활동 영역을 넓혀가면서도 컨텐츠의 질 역시 견고히 할 수 있게 되었다. 선순환이 쉼 없이 일어나고 있다.
[3] 나에게는 발가벗은 힘이 있는가? 나는 지금 명함이 아닌 내 이름 석 자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이 있는가?
하루에도 몇 번씩 오락가락한다. 나에게 과연 발가벗은 힘이 있는 것일까. 생각한 것보다 자주 기존에 내가 유지했던 관성, 즉 투사-페르소나-아이덴티티-역할이라는 일련의 과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성찰의 시간 속에서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과 경험, 인맥을 하나하나 떠올리다보면 쉽게 벗어나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앞서 언급한 마라톤(그동안 내가 나를 넘을 수 없다고 여긴 그 신념이 남아있는 체력조차 사라지게 했음)과 연관 짓는다면 실제 준비는 되어 있으나 준비되지 않았다고 여기는 마음이 충돌하거나 반대로 실제 준비되지 않았음에도 준비되었다고 여기는 마음이 충돌하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판가름 짓는 것은 오로지 내 자신의 몫이기에 한 가지 장치를 걸어야할 것인데 그것은 아마도 <마혼>의 출판이 될 것이다. 그 뒤 내 이름 석 자가 초록 검색 엔진에서도 당당하게 프로필로 나올 때, 충분하지는 않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의미를 갖고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까지 나는 열심히 연구하고 강의하고 코칭하고 지금처럼 새로운 시도를 계속 하면서 바닥 구간을 다져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파도 한 번에 무너지는 모래성을 쌓는 것이니.
[4] 내 삶은 심플한가? 그리고 나는 시간을 지배하고 있는가?
내 삶의 대부분은 복잡했다. 아니 복잡해지고 싶었다. 종종 입버릇처럼 했던 말. ‘인생은 롤러코스터야.’ 그것은 내 과거에서 기인한 것이지만 그 말을 할 때마다 현재와 미래도 어느새 그렇게 되어버렸다. 모든 것은 내가 만든 것이다. 인정받고 싶어서 그리고 정말 그것이 궁금해서 한 번 해보고 싶어서 무작정 벌였던 숱한 프로젝트들. 그 중에 실현시키지 못한 것도 많음을 고백한다. 그 때문에 나를 믿고 참여했다가 나의 변덕과 무책임으로 뒤통수 맞듯이 실망했을 사람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사과한다. 나는 당시 준비되지 못했고 복잡한 사람이었다. 지금도 어떤 부분에서는 여전하다. 그러나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 수년 전 인도에서 처음으로 6시간 이상 정좌명상을 했던 경험이 있다. 점심 식사 종소리를 들으며 시작했는데 저녁 식사 종소리에 눈을 떴다. 그 때 나는 완전히 발가벗겨진 느낌이었고 극도의 평온함을 느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여러 프로그램들 속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그 지점까지 간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시간을 지배한다는 거창한 말은 할 수 없지만 그때부터 나는 침묵, 고요, 사색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하루 일과를 우선순위를 두고 결정한다.
[5] 나는 덕업일치 하며 살고 있는가?
우울했던 사춘기 나의 도피처이자 안식처는 영화를 보는 것, 음악을 듣는 것, 책을 읽는 것, 글을 쓰는 것이었다. 나는 이 4가지를 학교 교과목보다 더 열심히 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책은 내신이나 수능에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들이고 그때 그때 끌리는 대로 잡지, 시집, 소설, 과학서, 실용서 가리지 않고 온갖 분야를 닥치는 대로 보는 수준이었다. 영화나 음악도 마찬가지였다. 오로지 글쓰는 것에만 어떤 기준을 가지려고 했다. 아마도 그 노력이 있었기에 국문과에 진학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원래 나의 꿈은 프로그래머였다. 그것이 여러 가지로 좌절되면서 갈 길을 잃은 나머지 위 4가지 행위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졌다. 성인이 되어서는 거기에 여행이 추가되었을 뿐 지금도 여전하다. 그 결과 나는 시네마코칭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었고, 뮤지컬코칭 프로그램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었고,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학습을 즐기며, 이 모든 것에 대해 글과 말로 전하는 사람이 되었다. 추가로 여행으로 해외경험이 많아지다 보니 이것들을 어떻게 하면 다른 나라에서도 실현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종합해보면 어린 시절 꿈이 좌절되고 어둠이 몰려올 때마다 울며 도망치듯 선택한 일들이 지금에 이르러 나를 지탱해주는 자양분이 된 것이다.
[6] 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나는 지금 나답게 살고 있는가? 내가 조각해야할 가장 간결한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인가?
누군가에게 그 시절의 나를 이야기할 때마다 내 자신이 한 번도 눈물을 안 흘린 적이 없었고, 나는 그것이 가장 나다운 것이라 생각한다. 2005년 전국의 대학생들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대장정을 시작했다. 뜨거운 여름 한 달 동안 포항에서 목포까지 해안선을 따라 700km를 걷는 일. 그때의 나는 누구보다 모범이 되는 대원으로 단상에 올라 공개적으로 칭찬도 받았었다. 그 일이 생기기 전까진. 나는 억울함이 많이 있지만 분명히 룰을 어겼고 쫓겨났다. 일주일을 남겨놓고 퇴출된 나는 패전 병처럼 집으로 돌아왔다가 견딜 수 없어 삭발을 했다. 그리고 무작정 자전거를 타고 목포를 가겠다고 실제로 150km 가까이 달렸다. 이후 장마가 찾아와 어쩔 수 없이 기차를 타고 목포로 향하게 되었지만.
그런데 완주지점에 도착하니 마음이 정말 복잡했다. 누구보다 모범적이었던 나였고, 포기하려는 사람까지 독려하며 이끌었던 나였음에도 기본적인 룰을 지키지 못해 퇴출된 나를 누가 환영해줄까. 그 순간에 저 멀리서 나와 같은 팀이었던 친구들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반팔 소매를 목 근처까지 끌어올리며 내게 달려왔다. 나는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는데 그들이 가까이 오자 우리는 함께 걸었다는 울먹이는 목소리와 함께 그들 양쪽 어깨에 새겨진 내 이름이 눈에 보였다. 40년 인생에서 가장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내가 별 것 아닌 이유로 퇴출되었다고, 그저 희생양이었다고 생각하며 그동안 보이콧을 하였고 그로 인해 많은 핸디캡을 감수하면서까지 내가 함께하지 못한 일주일을 버텨온 것이었다. 내가 그들에게 어떤 존재였던 것일까.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와 무엇이 같고 다른가.
나를 간결하게 조각한다면 그들이 감동하였다는 3주 동안의 나, 그들 곁에서 함께 웃고 이야기하며 걸어가던 나이고 싶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렇게 간결하지도 않고 순수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그 원형은 유지하고 있다고 믿는다. 게다가 돌아보니 7개 키워드 ‘여행, 공부, 운동, 글쓰기, 치유, 일, 도반’ 모두 그 때 그 순간과 강력하게 결부되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열등감을 연료로 자만을 제어하고 겸손의 에너지를 출력한다는 나의 엔진도, 다학제간 융복합 연구를 제대로 하기 위해 3차례나 박사 과정을 하고 있는 것도, <마혼>을 출판하여 내 이름 석 자가 초록 검색 엔진에 나오게 하려는 것도, 침묵-고요-사색을 즐기며 그 시간 속에서 하루 일과를 우선순위를 두고 결정하려는 것들도... 결국 그 시절 나의 모습으로 앞으로도 살아가고 싶다는 노력이었음을. 그러니 이제는 정말 “No more explain, Just do it.”
이 글의 마침표를 찍기까지의 16시간의 여정에서, 마력의 보랏빛을 품은 책 <발가벗은 힘>이 내 옆에 있었음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당신에게 진심으로 한 번 권하고 싶다. 나와 같이 <발가벗은 힘>으로 발가벗겨지는 경험을 해보라고. 읽지만 말고 책의 흐름대로 질문에 답하듯이 한 번 써보라고. 나 역시 많은 것을 글로 쓴 것 같지만 주옥같은 질문이 30개 이상이나 더 남았다는 것을 생각하며 지금과 유사한 형태로 조만간 다시 한 번 써내려갈 생각이다. 아무리 발가벗고 발가벗는다고 해도 여러 사람이 본다는 생각에, 더 많은 용기와 정직이 더 필요해서 이 글에 담지 못했던 내 마음 깊은 곳의 이야기들도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뜻깊은 시간을 갖게 해준 <발가벗은 힘>의 저자, 이재형 코치님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마친다.
2019년 7월 17일 , 류승원 씀
류승원: 시네마코칭연구소 겸 전인치유공간 아이엠앳홈 대표 / Ph.D, MBA, PCC
(영화 및 연극 공연 기획 전문가)
* 위 글은 류승원 님께서 쓰신 <발가벗은 힘>에 대한 서평이며, 작가(이재형)가 뽑은 최고의 서평입니다.
늘 '계획과 결심으로만 끝나는' 당신에게...
성장을 위한 불변의 진리, 그 한마디를 선물합니다.
"더 이상 설명하지 말고, 그냥 해!"
(No more explain. Just Do it!)
* <발가벗은 힘>을 읽고 난 후, 곧바로 출간의 의지를 세우고, 집필을 시작한 류승원 님의 스토리를 벤치마킹 해 보세요~
No more explain, Just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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