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올랑드의 부자 징벌 실험

75% 부유세가 가져온 참극

by 박상훈

11화. 올랑드의 부자 징벌 실험

― 75% 부유세가 가져온 참극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는

화려한 공약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연소득 100만 유로 이상에 대해

75%의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것이었다.

'부자들이 위기 비용을 치르게 하겠다'는 것이

그의 슬로건이었다.


프랑스 국민들은 열광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던 서민들에게는

통쾌한 정의의 실현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년 후, 올랑드는 조용히 이 정책을 폐기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제라르 드파르디외의 벨기에 망명


75% 부유세 발표 직후 일어난 일은 충격적이었다.

프랑스 국민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세금을 피해 벨기에로 국적을 옮긴 것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드파르디외의 '망명'을 시작으로

프랑스 부유층의 대탈출이 시작되었다.


2012-2014년 사이 약 1만2천 명의 고소득자들이

프랑스를 떠났다.

이들이 가져간 자산만 해도 250억 유로에 달했다.


런던의 '프렌치 타운' 탄생


가장 인기 있는 목적지는 런던이었다.

2014년 기준 런던에는 40만 명의 프랑스인이 거주했다.

파리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프랑스인이 가장 많이 사는 도시가

런던이 된 것이다.


런던 남켄싱턴 일대는 아예 '프렌치 타운'이라 불렸다.

프랑스 레스토랑과 프랑스어 서점들이 즐비했고,

프랑스 부유층들의 자녀를 위한 프랑스 학교까지 생겼다.


이들 중 상당수가 프랑스에서 세금을 내던

최고 소득 계층이었다.


세수 감소의 역설


올랑드 정부는 75% 세율로 연간 5억 유로의

세수 증대를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부유층 이탈로 인한 세수 감소가 더 컸던 것이다.

고소득자들은 소득세뿐만 아니라 법인세, 부가세,

각종 사회보장분담금의 주요 납세자들이었다.


결과적으로 프랑스 정부의 세수는

오히려 20억 유로나 감소했다.


기업들의 이탈 가속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떠나기 시작했다.

특히 스타트업과 IT 기업들의 이탈이 심각했다.


프랑스 유니콘 기업 블라블라카의 창업자 프레데리크 마젤라는

아예 회사를 런던으로 옮겼다.

"프랑스에서는 성공이 죄가 되는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2012-2016년 사이 프랑스에서 런던으로 이전한

프랑스 기업만 500개가 넘는다.


스위스와 벨기에의 웃음


프랑스 부유층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곳은

바로 이웃 나라들이었다.


스위스 제네바의 프랑스인 거주자는

2012년 8만 명에서 2016년 12만 명으로 50% 증가했다.


벨기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나라의 세수는 크게 늘어났고,

프랑스가 기르던 인재와 자본을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었다.


영국 정부의 적극적 유치


특히 영국은 적극적으로 프랑스 부유층을 유치했다.

당시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프랑스가 부자를 징벌한다면 영국이 환영한다"고 공언했다.


영국 정부는 프랑스 기업들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했고,

세제 혜택까지 약속했다.


그 결과 런던 시티의 프랑스계 금융회사 직원은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정책 실패의 인정


2014년 12월, 올랑드 정부는 결국

75% 부유세 폐지를 발표했다.

"일시적 연대세"라는 이름으로 도입된 지

불과 2년 만이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한 번 떠난 부유층들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정책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상태에서

프랑스로의 복귀를 고려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오늘의 교훈


올랑드의 75% 부유세 실패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글로벌 시대에 한 나라만의 징벌적 세제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이다.


자본과 인재의 이동이 자유로운 시대에

과도한 부유세는 오히려 세수 감소를 가져온다.

부유층을 내쫓고 투자를 막아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진정한 조세 정의는 높은 세율이 아니라

공정한 세율과 효율적인 징수에서 나온다.

포퓰리즘적 정책이 얼마나 위험한지

프랑스가 몸소 보여준 사례다.


한국도 부유층 증세 논의가 있다.

프랑스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다음 화 예고


12화에서는 엘 코므리 법의 좌절 – 노동법 개혁의 정치적 한계를 다룹니다.

마크롱 정부의 노동법 개혁 시도가

왜 노조의 강력한 저항에 막혀

번번이 실패하는지 그 구조적 원인을 분석합니다.


[프랑스 : 복지국가는 죽지 않는다]

프랑스가 선택한 잘못된 길

2부 1화. 올랑드의 부자 징벌 실험 – 75% 부유세가 가져온 역설

(이 글은 프랑스 재무부 세수 통계, OECD 조세 정책 보고서, 프랑스 부유층 해외 이주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월, 수, 금, 일 연재
이전 10화10화. 시스템의 총체적 마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