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미래 확신을 만든 시스템
16화. 20대가 결혼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
― 청년들의 미래 확신을 만든 시스템
스톡홀름 외곽의 작은 교회.
6월의 어느 토요일,
25살 에마와 26살 요한의 결혼식이 열렸다.
에마는 대학을 졸업한 지 1년 됐다.
지금은 마케팅 회사에서 일하며
월급 3만 크로나(약 400만 원)를 받는다.
요한은 IT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로 일한다.
월급 3만 5천 크로나(약 460만 원).
둘의 합산 소득은 월 860만 원.
한국 기준으로 보면 넉넉한 편이다.
하지만 에마와 요한이 결혼을 결심한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니었다.
"이제 같이 살 준비가 됐어."
그게 전부였다.
집은? 전세 자금은?
결혼 비용은?
아이 낳으면 누가 키우나?
한국 청년들이 결혼 앞에서 던지는 질문들.
스웨덴 청년들에게는 질문이 아니다.
에마와 요한은 룸메이트처럼 집을 구했다.
월세 1만 2천 크로나(약 160만 원).
결혼식 비용은 친구들과 가족이 함께 준비한 간단한 파티.
총 500만 원.
"아이? 언젠가 낳겠지. 급하지 않아."
요한이 웃으며 말한다.
스웨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3.7세, 여성 31.5세(2023년).
한국은 남성 33.7세, 여성 31.5세(2023년).
비슷하다.
하지만 스웨덴 20대 후반 기혼율은 30%.
한국은 15%.
2배 차이다.
무엇이 이 차이를 만들었을까?
집이 결혼의 장벽이 아니다
한국에서 결혼은 '집 마련'과 동의어다.
2024년 KB부동산 조사에 따르면,
신혼부부 평균 주거 마련 비용은 수도권 4억 3천만 원이었다.
부모 지원 평균 1억 5천만 원.
본인 저축 8천만 원.
대출 2억 원.
20대 후반 청년이 8천만 원을 모으려면?
월급 300만 원 받으면서 매달 100만 원씩 저축해도 7년이 걸린다.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결혼을 미룬다.
"돈 좀 모으고."
"집값 좀 떨어지면."
스웨덴은 다르다.
결혼과 주택 소유가 분리되어 있다.
스웨덴 청년의 70%는
렌트(hyresrätt) 아파트에서 시작한다.
월세지만 계약은 무기한이다.
집주인이 함부로 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
집세 인상률은 법으로 통제된다.
에마와 요한이 사는 2룸 아파트.
월 1만 2천 크로나(160만 원).
소득의 18%.
한국 신혼부부가 전세 자금 3억 원 대출받으면?
이자만 월 100만 원 이상.
소득의 20% 이상이다.
차이는 '소유'가 아니라 '안정성'이다.
스웨덴 청년은 월세로 평생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한국 청년은 전세조차 2년마다 불안하다.
청년 실업률 6.8%, 그래도 불안하지 않은 이유
2024년 스웨덴 15~24세 청년 실업률은 6.8%.
OECD 평균보다 낮다.
한국은 7.2%.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체감 실업률은 전혀 다르다.
스웨덴 청년들은 첫 직장을 '평생 직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직률이 높다.
1~2년 일하고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 가능할까?
실업급여 시스템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스웨덴 실업급여는
이전 소득의 80%를 최대 300일간 지급한다.
월급 3만 크로나 받다가 실직하면
2만 4천 크로나(약 310만 원)를 받는다.
그 기간 동안 재취업 교육과 상담을 받는다.
한국 실업급여는 이전 소득의 60%를
최대 270일간 지급한다.
하지만 하한액과 상한액이 있다.
최대 월 198만 원.
더 큰 차이는 '낙인'이다.
한국에서 실업은 실패의 상징이다.
이력서에 공백이 생기면 재취업이 어려워진다.
스웨덴에서 실업은 전환의 시기다.
이력서에 "Career Break for Retraining"이라고 쓰면
자연스럽다.
학자금 대출이 인생을 망치지 않는다
한국 대학생 평균 학자금 대출은 1,400만 원(2023년).
졸업하면 빚쟁이가 된다.
이자율 1.7~4.5%.
월 20만 원씩 갚아도 6년 걸린다.
그 기간 동안 결혼? 불가능하다.
"빚부터 갚아야지."
스웨덴도 학자금 대출이 있다.
CSN(Centrala studiestödsnämnden)이라는
국가 학자금 지원 기관이 운영한다.
대학생은 학기당 12,960크로나(약 168만 원)를 지원받는다.
그 중 40%는 보조금(grants), 60%는 대출(loan)이다.
4년 대학 졸업하면 대출금 약 4,000만 원.
한국보다 많다.
하지만 상환 방식이 다르다.
소득 연계 상환이다.
연소득 3만 크로나(약 390만 원) 이하면 상환 의무가 없다.
그 이상이면 소득의 6%를 자동으로 상환한다.
월급 3만 크로나(약 400만 원) 받으면?
월 1,800크로나(약 24만 원) 상환.
부담 가능한 수준이다.
25년 갚아도 못 갚으면 남은 빚은 탕감된다.
한국처럼 "빚 때문에 결혼 못 해"라는 말이 없다.
아이를 낳아도 커리어가 끝나지 않는다
한국 20대 여성이 결혼을 두려워하는 이유.
"애 낳으면 내 인생 끝나잖아."
2024년 경력단절 여성 122만 명.
기혼 여성의 67.8%가 경력단절을 경험한다.
스웨덴은 정반대다.
출산 후 복직률 95%.
에마(25)는 남편 요한에게 말한다.
"3년 뒤쯤 아이 가지면 어떨까?"
요한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육아휴직 6개월 쓸게."
스웨덴 육아휴직 480일.
부부가 나눠 쓴다.
각 부모 90일씩은 의무 사용이다.
에마는 10개월 쓰고 복직할 계획이다.
요한이 6개월 쓰면 총 16개월.
자녀가 어린이집에 갈 때까지 충분하다.
복직 후에는?
근로시간 25% 단축 권리가 있다.
주 30시간 근무.
시간당 임금은 동일.
승진 기회도 동일.
한국 여성들이 "아이 낳으면 인생 끝"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복직해도 승진 누락.
시간제 전환하면 비정규직 취급.
결국 퇴사.
스웨덴 여성들은 "아이 낳아도 내 인생 계속"이라고 생각한다.
법이 보장하기 때문이다.
부모 세대가 자녀 결혼에 돈을 안 낸다
한국 신혼부부 주거 마련 비용 4억 3천만 원 중
1억 5천만 원은 부모 지원이다.
결혼이 부모의 경제력 테스트가 된다.
"우리 애는 결혼 못 시켜."
부모가 돈이 없으면 자녀는 결혼을 포기한다.
스웨덴 부모는 자녀 결혼에 돈을 안 낸다.
낼 필요가 없다.
집을 사지 않으니 목돈이 필요 없다.
결혼식은 간소하다.
육아 비용은 국가가 부담한다.
에마의 어머니는 말한다.
"너희 잘 살아. 우리는 우리 인생 살게."
한국 부모는 자녀 결혼 자금을 모으느라 노후 준비를 못 한다.
자녀는 부모 눈치를 보며 결혼을 미룬다.
스웨덴 부모는 자신의 노후를 준비한다.
자녀는 독립적으로 결혼을 결정한다.
세대 간 의존이 아니라 세대 간 독립이다.
동거가 결혼과 동등하다
스웨덴에서는 동거(sambo)가 법적으로 보호된다.
1987년 동거법(Sambolagen)이 제정됐다.
동거 커플은 결혼 커플과 거의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
공동 재산 분할 권리.
주거 권리.
상속 권리.
에마와 요한은 결혼 전 3년간 동거했다.
그 기간 동안 함께 산 집과 가구는 공동 재산이었다.
한국은 동거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헤어지면 재산 분할 권리가 없다.
사회적 편견도 심하다.
스웨덴 20대 커플의 70%는 결혼 전 동거를 경험한다.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다.
결혼은 '계약'이 아니라 '확신'이다.
함께 살아봤으니 확신이 생긴 것.
미래가 보이면 결혼한다
한국 20대가 결혼을 두려워하는 이유.
미래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집 살 수 있을까?"
"아이 키울 수 있을까?"
"내 커리어는 어떻게 될까?"
"부모님 노후는?"
모든 질문의 답이 불확실하다.
그래서 결혼을 미룬다.
스웨덴 20대는 미래가 보인다.
월세로 평생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
실직해도 6개월은 버틸 수 있다.
아이를 낳아도 커리어가 끝나지 않는다.
부모 세대도 독립적이다.
확신이 있으니 결혼한다.
25살에.
에마와 요한은 결혼식 후 친구들과 공원에서 파티를 했다.
비용 500만 원.
한국 평균 결혼 비용 3억 원의 1.7%.
요한이 에마에게 말한다.
"우리 잘 살 수 있을 거야."
에마가 웃는다.
"당연하지. 국가가 뒤를 받쳐주잖아."
이게 스웨덴 20대가 결혼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다.
오늘의 교훈
스웨덴 20대는 결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월세로 평생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
실업급여가 소득의 80%를 300일간 보장한다.
학자금 대출은 소득 연계 상환으로 부담이 적다.
아이를 낳아도 커리어가 끝나지 않는다.
부모 세대가 자녀 결혼에 돈을 안 낸다.
미래가 보이면 결혼한다.
시스템이 뒤를 받쳐주니 확신이 생긴다.
한국 20대는 결혼을 두려워한다.
집값 4억 원, 부모 지원 1억 5천만 원, 학자금 대출 1,400만 원.
경력단절 여성 122만 명.
미래가 안 보인다.
시스템이 청년을 포기시킨다.
스웨덴은 시스템이 청년에게 확신을 준다는 점이,
우리나라와 차별되는 점이다.
다음 화 예고
"세금 45%를 내는데 어떻게 행복할 수 있어?"
한국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스웨덴 조세부담률은 45%.
OECD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행복지수는 세계 3위.
세금을 많이 내도 행복하다.
왜 그럴까?
17화에서는 스웨덴의 높은 세금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지,
그리고 그 한계는 무엇인지 들여다봅니다.
[스웨덴 : 아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나라]
시스템의 완성
2부 8화. 16화. 20대가 결혼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
(이 글은 스웨덴 통계청(SCB) 결혼 및 동거 통계(2023), 한국 통계청 혼인 통계(2023), KB부동산 신혼부부 주거 실태조사(2024), 스웨덴 주택청(Boverket) 렌트 시장 보고서(2024), OECD Employment Outlook 청년 실업률(2024), 스웨덴 실업보험기금(A-kassa) 급여 지급 기준(2024), 한국 고용노동부 실업급여 통계(2024), 스웨덴 CSN 학자금 지원 제도(2024), 한국 한국장학재단 학자금 대출 통계(2023), 스웨덴 동거법(Sambolagen) 조문(1987, 개정 2024), 한국 통계청 경력단절 여성 현황(2024)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