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미국은 빚을 내도 괜찮은 유일한 나라

국가부채 38조 달러, 이자만 연 1조 달러인데도 더 빚을 내는 이유

by 박상훈

19화. 미국은 빚을 내도 괜찮은 유일한 나라

― 국가부채 38.56조 달러, 이자만 연 1조 달러인데도 더 빚을 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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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입부는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 시나리오입니다. 실제가 아닙니다.]


2025년 11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획재정부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2026년 국가채무 GDP 대비 51.6% 돌파 예상.”


회의실이 무거워진다. 참석자들이 한숨을 쉰다.


“2027년에는 53.8%까지 상승합니다. 재정 건전성 적신호입니다.”
“신용평가사들이 주시하고 있습니다. 자칫하면 등급 강등 위험이…”


같은 시각, 워싱턴DC 재무부 청사. 2025년 1월 취임한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재무장관이 의회 청문회에서 담담하게 보고한다.


“2026 회계연도 연방정부 부채 38조 5,600억 달러. GDP 대비 약 100%입니다.”
“이자 지급액은 연 1조 달러를 넘었습니다.”


의원들은 별로 놀라지 않는다. 누구도 파산 얘기를 하지 않는다. 베센트는 재정 적자를 GDP 대비 3%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밝히지만, 시장은 그것이 실현 가능한지 의문을 품는 정도다.


미국 GDP 대비 부채는 약 100%, 한국 GDP 대비 부채는 51.6%로 예상된다(2026년). 미국이 한국보다 2배 가까운 빚이 있는데, 시장 반응은 정반대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04%, 한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3.59%다(2026년 2월 13일 기준). 빚이 더 많은 나라가 더 싼 이자로 돈을 빌린다. 18화에서 본 것처럼, 파월의 한 마디가 0.001초 만에 전 세계를 흔든다. 그 힘의 근원이 바로 이 38조 달러다.


38조 5,600억 달러의 실체


38조 5,600억 달러(2026년 2월 4일 기준). 숫자가 너무 커서 감이 안 온다. 비교해보자. 전 세계 금 매장량은 약 20만 톤으로 13조 달러 정도다. 지구상 모든 금을 다 팔아도 미국 빚의 3분의 1밖에 못 갚는다. 전 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약 120조 달러다. 미국 빚은 전 세계 주식의 32%에 해당한다. 한국 GDP는 약 2조 2,000억 달러다. 한국 경제 전체를 17.5번 사도 모자란다.


지난 1년간(2025년 2월~2026년 2월) 미국 국가부채는 2조 3,500억 달러 증가했다. 하루 평균 64억 3,000만 달러, 시간당 2억 6,776만 달러, 분당 446만 달러, 초당 7만 4,379달러다. 당신이 이 문장을 읽는 10초 동안, 미국 정부는 74만 3,790달러의 빚을 더 졌다. 1인당으로 환산하면 11만 3,354달러, 가구당 28만 6,108달러의 부채다.


더 충격적인 건 이자다. 2026 회계연도 이자 지급액은 1조 달러를 돌파했다. 하루 평균 27억 달러, 1초당 31,709달러다. 당신이 이 문장을 읽는 10초 동안, 미국 정부는 이자로 31만 7,090달러를 지급했다. 미국 국채의 평균 금리는 2026년 1월 기준 3.348%다. 1년 전에는 3.337%, 5년 전에는 1.541%였다.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부담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 돈은 어디서 나올까?


미국의 부채가 세계의 안전자산이 되는 역설


비밀은 '위기의 역설’에서 시작된다.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라더스 파산. 전 세계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투자자들은 가장 안전한 곳을 찾았다. 그런데 그 순간, 미국 국채로 돈이 몰렸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008년 9월 3.69%에서 12월 2.42%로 떨어졌다. 역설이다. 미국 금융 시스템이 무너지는데, 왜 미국 국채를 사는가?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때도 마찬가지였다. 전 세계 주식시장 폭락. 또다시 미국 국채로 돈이 몰렸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020년 2월 중순 1.5% 이상에서 3월 9일 0.318%로, 역대 최저 기록을 썼다. 금리가 떨어진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오른다는 뜻이다. 즉, 사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위기가 올수록 미국 국채가 더 안전하다고 여겨진다.


2025년 10월부터 11월까지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 협상 실패로 미국 연방정부가 43일간 셧다운(shutdown)에 들어갔다. 역대 최장 기록이었다. 10월 1일부터 시작된 셧다운은 11월 12일에야 트럼프 대통령이 예산안에 서명하면서 종료됐다. 그런데 이 혼란 속에서도, 외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11월에 사상 최고치인 9조 3,55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일본, 영국, 벨기에, 캐나다가 매입을 늘렸다. 위기 속에서도 미국 국채로 돈이 몰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이 망하면 전 세계가 망한다. 그러니 미국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 이것이 안전자산(Safe Haven)의 논리다. 전 세계 중앙은행, 연기금, 보험사가 반드시 보유해야 하는 것은 절대 망하지 않을 자산, 언제든 현금화 가능한 자산, 규모가 크고 유동성이 넘치는 자산이다. 후보를 찾아보자. 스위스 국채는 시장이 너무 작다. 독일 국채는 유로존 리스크가 있다. 일본 국채는 엔화로만 쓸 수 있다. 중국 국채는 자본 통제와 정치적 리스크가 있다. 그래서 결국 남는 건 미국 국채뿐이다. 미국 국채가 세계 금융 시스템의 기둥인 이유다.


달러로 빚을 갚는 기축통화의 마법


그리스와 미국을 비교해보자. 2010년, 그리스 재정위기. 그리스 국가부채는 GDP 대비 127%였고, 그리스 2년물 국채 금리는 38%까지 폭등했다. 그리스는 긴축을 강요받았다. 공무원 연금 삭감, 증세, 복지 축소. 그리스는 유로를 쓴다. 자기 돈을 찍을 수 없다.


미국은 다르다. 미국은 달러를 찍는다. 빚이 38조 달러? Fed가 달러를 찍어서 갚으면 된다. 2020년 3월, Fed는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했다.


“Fed는 필요한 만큼의 자산을 매입할 것입니다. 한도는 없습니다.”


Fed 대차대조표는 2020년 2월 약 4.2조 달러에서 6월 약 7.2조 달러로, 2022년 4월 정점에 8.96조 달러까지 늘었다. 4개월 만에 약 3조 달러를 찍어냈다. 이후 Fed는 양적긴축(QT)을 진행했고, 2025년 12월 기준 대차대조표는 약 6.5조 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필요하면 언제든 다시 늘릴 수 있다. 미국은 자기가 빌린 돈을 자기가 찍어서 갚는다. 이것이 기축통화 특권(Exorbitant Privilege)이다.


미국 국채는 담보이자 금융시스템의 윤활유


은행, 연기금, 보험사, 헤지펀드의 공통점은 미국 국채 없으면 장사 자체가 안 된다는 것이다. 왜? 미국 국채는 "담보"이기 때문이다. 레포 시장(Repo Market)은 담보(주로 미국 국채)를 맡기고 단기 자금을 빌리는 시장이다. 하루 거래 규모는 수조 달러다. 미국 국채는 현금과 거의 동급이다.


은행이 단기 자금을 빌릴 때 미국 국채를 담보로 제공하고, 헤지펀드가 레버리지 투자할 때 미국 국채를 담보로 제공하며, 중앙은행이 달러 스와프할 때 미국 국채 기준으로 정산한다. 만약 미국이 재정 적자를 줄여 국채 발행을 줄이면 어떻게 될까? 안전자산이 부족해지고, 담보가 부족해지며, 레포 시장이 경직되고, 금융 시스템 전체가 마비된다. 즉, 미국의 재정 적자는 세계 금융의 윤활유다.


트리핀 딜레마와 달러 환류의 마법적 순환


1959년, 예일대 로버트 트리핀 교수가 의회에서 증언했다. 이듬해 그는 저서 『금과 달러 위기』(1960)에서 경고했다. “기축통화국은 국제 유동성 공급과 통화 신뢰성 사이의 딜레마에 빠진다.” 논리는 이렇다. 세계 경제가 성장하면 결제 통화인 달러가 더 필요하다. 달러를 공급하려면 미국이 국제수지 적자를 내야 달러가 해외로 흘러나간다. 적자가 계속되면 달러 보유자들이 금 태환을 요구하고 달러 신뢰가 붕괴된다.


만약 미국이 적자를 중단하면 전 세계에 달러가 부족해지고, 신흥국은 달러 부채를 상환할 수 없게 되며, 세계 경제가 마비된다. 만약 미국이 계속 적자를 내면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금 태환 요구가 폭증하며, 결국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된다. 결론은 "어느 쪽을 선택해도 문제다. 이것이 트리핀 딜레마다"였다. 실제로 1971년 닉슨 쇼크로 금 태환이 중단되며 트리핀의 예언은 현실이 됐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금 본위제가 붕괴된 이후 미국의 특권은 오히려 더 강해졌다.


미국의 마법적 순환은 이렇다. 미국이 재정 적자 약 1조 8,500억 달러를 내고(FY 2026 예상) 국채를 발행하면, 일본, 영국, 중국, 한국, 캐나다 등이 달러로 매입한다. 미국이 그 돈으로 국방비, 복지를 지출하면, 그 돈이 다시 세계로 흘러나간다(수입, 해외 투자). 그러면 각국이 벌어들인 달러로 다시 미국 국채를 매입한다. 무한 순환이다. 미국은 빚을 내서 돈을 쓰고, 그 돈이 다시 미국 국채를 사는 데 쓰인다. 6화에서 본 "한국이 번 돈이 미국으로 되돌아가는 경로"의 핵심이다.


38조 달러를 사주는 사람들과 한국이 할 수 없는 이유


미국 국채 보유 현황(2025년 11월 기준)을 보면, 외국 정부 및 중앙은행이 약 9조 3,550억 달러를 들고 있다. 사상 최고치다. 일본이 1조 2,020억 달러로 가장 많고, 영국이 8,885억 달러, 중국이 6,826억 달러를 보유한다. 중국의 보유액은 2008년 9월 이래 최저 수준으로, 2025년 초 대비 10% 이상 감소했다. 캐나다는 4,722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보유액은 약 1,451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이 보유액을 줄이는 동안 일본과 캐나다가 늘렸다는 것이다. 일본은 2026년 2월 현재, 11개월 연속 보유액을 늘려 2022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캐나다는 2025년 4월 트럼프가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보유액이 14% 가까이 급감했지만, 이후 다시 매입을 늘렸다. 이는 정치적 긴장과 무관하게 미국 국채가 필수 자산임을 보여준다.


Fed는 약 4조 7,000억 달러를 들고 있고, 미국 정부 내부(사회보장기금 등)가 약 6조 8,000억 달러, 뮤추얼펀드·연기금·보험사가 약 10조 달러, 개인 투자자가 약 2조 달러, 은행 및 기타가 약 6조 9,000억 달러를 보유한다.


핵심은 이것이다. 미국 국채는 "누가 사주는가"가 아니라, "왜 사려고 하는가"의 문제다. 한국이 국채를 1,000조 원 발행한다면 누가 살까? 국내 투자자만 가능하다. 외국인이 한국 국채를 사려면 원화가 필요한데,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니다. 결과는 명확하다. 한국이 국채를 대량 발행하면 금리가 폭등하고, 이자 부담이 증가하며,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고, 신용등급이 하락하며, 외국인 자본이 이탈한다. 악순환이다.


미국은 이런 걱정이 없다. 달러는 기축통화다. 전 세계가 달러를 원한다. 미국이 국채를 발행하면 누군가는 산다. 차이의 핵심은 이것이다. 미국은 자국 통화인 달러로 빚을 지고 달러를 찍어서 갚을 수 있다. 한국은 상당 부분 외화인 달러로 빚을 지고 수출해서 달러를 벌어야 갚는다.


위험 신호와 2025년 7월의 선택


2026 회계연도 미국 연방정부 예산을 보자. 세입은 약 5조 달러, 세출은 약 7조 달러 이상으로 예상된다. 사회보장에 약 1조 5,000억 달러, 메디케어에 약 1조 달러, 국방에 약 9,000억 달러, 국채 이자에 1조 달러 이상이 들어간다. 재정적자는 약 1조 8,500억 달러(GDP 대비 5.8%)다. 이자가 국방비보다 많다.


문제는 금리가 오르면 부담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2020년 평균 금리는 약 1.5%였고, 2026년 평균 금리는 약 3.4%로 예상된다. 금리가 계속 오르면 2030년대 후반에는 평균 금리가 3.9%에 도달할 전망이다. 38조 달러에 금리 상승분을 곱하면, 향후 차환 시 연간 이자 부담이 급증한다. 의회예산처(CBO)는 2036년까지 이자 비용이 연 2조 1,0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더 심각한 것은 부채 나선(debt spiral)의 위험이다. CBO는 명목 GDP 성장률이 2025년 4.1%에서 2026년 3.9%, 2027년 3.8%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미국 국채의 평균 금리는 상승한다. 2020년대 후반에는 평균 이자율이 명목 경제성장률을 초과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부채 나선"이 시작된다. 빚을 갚기 위해 더 많은 빚을 내고, 그 빚의 이자를 갚기 위해 또 빚을 내는 악순환이다. 재정정책위원회(CRFB)는 "2020년대 후반, 연방 부채의 평균 이자율이 명목 경제성장률을 초과하면, 부채 나선의 시작을 의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5년 7월,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의회는 "One Big Beautiful Bill Act"를 통과시켰다. 이 법은 2017년 감세 정책을 연장하고 메디케이드 등 사회 프로그램 지출을 삭감했다. 동시에 부채 한도를 5조 달러 인상해 41조 1,000억 달러로 올렸다. 하지만 CBO 분석에 따르면, 이 법안은 향후 10년간 재정 적자를 4조 7,000억 달러 증가시킬 전망이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약 3조 달러의 세입 증가가 예상되지만, 이민 감소로 5,000억 달러의 추가 적자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적자는 줄어들지 않는다.


베센트 재무장관은 재정 적자를 GDP 대비 3%로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CBO는 향후 10년간 평균 6.1%로 예상한다. 2036년에는 6.7%에 달할 전망이다. 평화 시기의 완전고용 경제에서 이런 적자는 "역사적으로 이례적"이라고 CBO는 지적한다. 2036년까지 국가부채는 56조 1,520억 달러, GDP 대비 12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에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최고치인 106%를 돌파한다.


관세와 대법원의 그림자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전략에는 관세 수입이 핵심이다. 트럼프는 2025년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전 세계에 대해 일률적으로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일부 국가에는 더 높은 관세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약 3조 달러의 세입 증가를 예상했다. 하지만 2025년 5월, 국제무역법원(CIT)은 "IEEPA가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며 트럼프의 관세를 무효화했다. 8월에는 연방항소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현재 대법원이 이 문제를 심리 중이다. 2025년 11월 5일 구두변론이 열렸고, 판결은 2026년 2월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대법원은 한 달간의 휴정에 들어가면서 판결을 미뤘다. 만약 대법원이 하급법원의 판결을 지지하면, 관세 수입은 급감하고, 정부는 이미 징수한 관세를 환급해야 한다. 추정 환급액은 1,330억 달러 이상이다. 이렇게 되면 재정 적자는 예상보다 훨씬 커진다. CRFB는 "만약 대법원이 트럼프의 관세 대부분을 불법으로 판결하고, 만료 예정인 조세 조항들이 연장되면, 2036년 재정 적자는 3조 8,000억 달러에 달하고, 국가부채는 GDP 대비 131%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대법원이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려도 "뭔가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부는 다른 법률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절차는 몇 달이 걸리고, 일부 관세는 시한이 제한적이다. 그 사이 재정 공백이 발생한다.


2011년의 경고와 2025년의 셧다운


미국이 무적인 것은 아니다. 2011년 7월~8월, 부채한도 협상에서 미국 의회가 부채한도 인상을 놓고 대립했다. 8월 2일이 데드라인이었다. 그날까지 합의하지 못하면 미국 정부가 디폴트에 빠진다.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다우지수는 일주일 만에 -6.7% 떨어졌고, 미국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8월 2일 자정 2시간 전, 간신히 합의했다. 하지만 상처는 남았다. 8월 5일, S&P가 미국 국채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AAA에서 AA+로. 역사상 처음이었다. 교훈은 명확하다.


“미국도 정치적 혼란으로 신뢰를 잃을 수 있다.”


2025년 10월, 그 악몽이 재현됐다.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가 예산안 합의에 실패하면서 연방정부가 셧다운에 들어갔다. 43일간 지속된 이 셧다운은 역대 최장 기록이었다. 25만 8,000명 이상의 국토안보부 직원이 무급으로 일했고, SNAP(푸드 스탬프) 프로그램 자금 지급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시장은 긴장했지만, 11월 12일 트럼프가 예산안에 서명하면서 셧다운은 종료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 혼란 속에서도 미국 국채 보유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11월 한 달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856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순매수했다. 10월에는 601억 달러가 순유출됐지만, 셧다운이 끝나자 자금이 다시 몰려들었다. 미국 주식에도 922억 달러가 유입됐다. 위기가 끝나면 다시 미국 자산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늘의 교훈


미국의 38조 달러 부채는 빚이 아니라, 세계 금융 시스템의 연료다. 미국이 38조 달러 빚을 졌다는 것은, 전 세계가 미국을 믿고 38조 달러를 맡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구조는 신뢰에 기반한다. 미국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믿음, 달러는 언제나 가치가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이 유지되는 한, 미국은 더 빚을 낼 수 있다.


하지만 2026년 2월의 현실은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CBO는 부채 나선의 시작을 우려하고, 대법원은 관세 수입의 합법성을 심리하며, 재정 적자는 GDP 대비 6%를 넘는다. 이자 비용은 10년 내에 2조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베센트 재무장관은 적자를 GDP 대비 3%로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실은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역사는 경고한다. 로마 제국도, 스페인 제국도, 대영제국도 모두 과도한 부채로 몰락했다. 미국은 예외인가? 지금까지는 예외였다. 43일간의 정부 셧다운 후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를 사상 최고 수준으로 매입했다. 중국은 보유액을 줄였지만, 일본과 캐나다가 그 자리를 채웠다. 시스템은 작동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괜찮았다"가 "앞으로도 괜찮다"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한국은행 총재가 금통위에서 금리를 결정하는 순간에도, 책상 모니터에는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 그래프가 켜져 있다. 2026년 2월 13일 그 그래프는 4.04%를 가리킨다. 한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3.59%다. 한미 금리 차이는 0.45%포인트다. 총재는 이 숫자를 보고, 원화 가치를 계산하고, 외환보유액 유출을 우려하며, 한국의 금리를 결정한다. 그 순간, 한국의 통화 주권은 워싱턴DC에 있다.


미국은 38조 5,600억 달러 빚을 지고도 4.04%로 돈을 빌린다. 한국은 GDP 대비 51.6% 빚에도 투자자를 설득해야 하고, 미국 재무부의 환율 모니터링 리스트에 올라 최근 원화 약세가 경제 펀더멘털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차이는 달러다. 미국은 달러를 찍어서 빚을 갚고, 한국은 수출해서 달러를 벌어야 빚을 갚는다.


미국의 빚은 세계의 자산이고, 한국의 빚은 한국의 부담이다.


다음 화 예고


그렇다면 이 모든 구조 속에서 한국은 정말 자율적으로 금리를 정할 수 있을까? 한국은행법 제1조는 "통화신용정책의 중립성과 자주성을 보장한다"고 명시한다.


법 조항은 그렇게 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은? Fed가 금리를 올리면 한국도 올린다. Fed가 내리면 한국도 내린다. 20화에서는 "형식적 독립성과 실질적 종속성의 간극"과 "종속 안에서도 가능한 자율성의 영역"을 파헤치며 시리즈 1부 Part 2를 마무리합니다.


[달러 제국: 파월이 세계를 움직이는 방법]

통화 주권의 신화

2부 9화 (시리즈 19화). 미국은 빚을 내도 괜찮은 유일한 나라

(이 글은 US Joint Economic Committee “National Debt Hits $38.56 Trillion” 2026년 2월, US Joint Economic Committee “Monthly Debt Update” 2026년 2월, Committee for a Responsible Federal Budget “CBO’s February 2026 Budget and Economic Outlook” 2026년 2월, Fortune Magazine “US debt spiral could start soon as interest rate on borrowing tops GDP growth” 2026년 2월 14일, Reuters “US budget deficit to keep growing amid Trump tax cuts, tariffs, CBO says” 2026년 2월 11일, Bipartisan Policy Center “The Fiscal Outlook in CBO’s Latest 10-Year Baseline” 2026년 2월, CBO “The Budget and Economic Outlook: 2026 to 2036” 2026년 2월, US Congress “Federal Debt and the Debt Limit in 2025” CRS Report IN12045, Trading Economics “United States Government Debt to GDP” 2026년 2월, Trading Economics “South Korea 10-Year Government Bond Yield” 2026년 2월 13일, YCharts “10 Year Treasury Rate” 2026년 2월 13일, Chosun Ilbo “Debt-to-GDP Ratio to Exceed 50% as Expenditure Jumps 55.3 Trillion Won” 2025년 11월 29일, Reuters “Foreign holdings of US Treasuries at all-time high in November” 2026년 1월 15일, US Treasury “Major Foreign Holders of Treasury Securities” 2025년 11월, Wikipedia “2025 United States federal government shutdown”, Committee for a Responsible Federal Budget “Government Shutdowns Q&A” 2026년 2월, NPR “The government shutdown is over, but not everything is back to normal” 2025년 11월, AHA “Government shutdown ends as President Trump signs funding bill into law” 2025년 11월 13일, SCOTUSblog “When will we get the tariffs ruling?” 2026년 1월, Bradley Law “What Importers Need to Know as the Supreme Court Decides the Fate of IEEPA Tariffs” 2026년 2월, CNBC “Trump tariffs fueled Customs bond boom. Billions hang on Supreme Court” 2026년 2월 6일, Business Insider “These Fortune Global 500 companies want their tariff money back” 2026년 2월, Federal Reserve “A Decomposition of Balance Sheet Reduction” 2026년 2월, Federal Reserve Economic Data (FRED) “Market Yield on U.S. Treasury Securities at 10-Year Constant Maturity” 역사 데이터, Federal Reserve Economic Data (FRED) “Total Assets (Less Eliminations from Consolidation): Wednesday Level” 역사 데이터,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The Federal Reserve’s Balance Sheet” 2025년, St. Louis Fed “The Mechanics of Fed Balance Sheet Normalization” 2023년 8월, CNBC “10-year Treasury yield hits all-time low of 0.318%” 2020년 3월, Wikipedia “United States federal government credit-rating downgrades”, UC Berkeley Haas “Greece Debt Crisis” 2011년 학기 프로젝트, Wikipedia “Greek government-debt crisis”,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Triffin: dilemma or myth?” Working Paper 684, Wikipedia “Exorbitant privilege”, Wikipedia “Robert Triffin”, Wikipedia “Scott Bessent”, US Treasury “Scott Bessent” 공식 약력 등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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