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2화 문해율과 기대수명

무너지는 국가는 이렇게 신호를 보낸다

by 박상훈

S1 2화 문해율과 기대수명: 무너지는 국가는 이렇게 신호를 보낸다


국가는 어떻게 무너질까.
탱크가 밀고 들어와서? 아니면 지도자가 자폭해서?

둘 다 아니다.

진짜 붕괴는 그렇게 요란하게 시작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글을 읽지 않게 될 때.
그리고 사람들이 일찍 죽기 시작할 때.
그때부터 국가는 천천히 무너진다.


에마뉘엘 토드는 문해율과 기대수명이라는 지표로
세상의 구조를 분석했다.

그는 무기보다 통계를 믿었고,
연설보다 출산율을 주의 깊게 들여다봤다.
그리고 그렇게 소련의 몰락을 예측했다.



1/ 문해율이 무너지면, 체제가 흔들린다


문해율(Literacy Rate),
즉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은
그 사회가 정보를 처리하고 사고하는 기초 체력이다.


사람들은 뉴스를 읽고, 계약서를 이해하고,
공공 정책의 의미를 판단한다.
그 능력이 떨어진다는 건 단순히 ‘교육 수준이 낮아진다’는 게 아니다.
국가가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소련의 붕괴를 예측할 때,
토드는 군사력이나 외교 정책을 보지 않았다.
대신 영아 사망률, 문해율, 그리고 교육 성취도를 살폈다.


사람들이 글을 읽지 않는 사회는
정책이 전달되지 않고, 분노가 설명되지 않으며,
결국 폭발로 가는 구조를 피할 수 없다.



2/ 기대수명이 줄어드는 나라


미국 백인 노동계층의 기대수명은
2020년을 기점으로 되레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건 의학의 실패가 아니라,
구조적 붕괴의 반영이다.


이건 단지 오래 살지 못하는 문제가 아니다.
기대수명은 삶의 질, 사회 안전망, 의료 접근성, 계층 이동의 가능성 같은
모든 구조적 조건의 ‘요약 지표’다.


한 나라의 기대수명이 줄고 있다면,
그건 국가가 더 이상 사람을 살릴 수 없는 체제로 가고 있다는 의미다.



3/ 사람은 분노하지 않는다. 설명되지 않는 분노가 터질 뿐이다


문해율이 낮고,

기대수명이 줄고,
삶은 팍팍한데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엘리트는 말이 너무 어렵고,

정치는 말만 너무 많다.
뉴스는 많은데,

해석은 없다.

이럴 때 사람들은 이해하기 쉬운 분노를 택한다.

“정부가 무능해.”
“엘리트는 부패했어.”
“중국이 우리 일자리를 가져갔어.”
“이민자 때문에 다 망했어.”


복잡한 구조를 설명할 문해력이 없다면,
사회는 점점 더 ‘감정으로만’ 움직이게 된다.
트럼프는 그래서 탄생했다.



4/ 한국은 어디쯤 와 있는가


한국의 기대수명은 OECD 최고 수준이다.
문해율도 형식적으로는 높다.


하지만,
정보 해석력은?
정책 이해력은?
언어의 깊이와 사회적 합의의 품격은?

글을 읽는다고 다 읽는 건 아니다.

긴 글은 외면당하고,
해석은 짧아지며,
분노는 빠르게 공유된다.

그리고 고립은 빠르게 확산된다.



토드의 말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국가는 경제로 망하지 않는다.
국가는 교육과 건강으로 무너진다.
그리고 그 신호는 조용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나타난다.”


다음에 뉴스를 볼 때,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이 나라는 지금, 기대수명이 올라가고 있는가?

이 사회는 지금,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가?

우리는 지금, '읽을 수 있는 사회' 안에 살고 있는가?


이 질문의 답이
곧 한 국가의 미래다.



다음 편 예고:
군사력은 강하지만 제조업은 없다 – ‘강한 척하는 나라’의 진짜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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