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7화 문맹 사회의 도래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사회

by 박상훈

S1 7화 문맹 사회의 도래: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사회



글은 읽을 수 있는데, 생각은 할 수 없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사람들은 책을 사지 않는다.
뉴스는 제목만 본다.
대화는 짧고, 분노는 빠르다.
긴 글은 포기하고, 깊은 해석은 버려진다.

지식은 넘치지만, 해석은 사라졌다.

이것이 ‘문맹 사회’다.

단어는 알지만 문장을 못 읽고,
사건은 아는데 맥락은 모르는,
그런 시대.



1/ 문맹이란 ‘못 읽는 것’이 아니라 ‘안 읽는 것’


에마뉘엘 토드는 소련의 붕괴를 예측하면서
문해율을 핵심 지표로 꼽았다.


사람들이 읽지 않기 시작하면,
사회는 이해를 멈추고,
이해가 멈추면 모든 선택이 감정이 된다.


그 결과는 분노, 혐오, 음모론, 극단이다.
무너지는 건 사회가 아니라 판단 능력이다.



2/ 생각을 위임하는 사회


우리는 선택을 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선택된 선택지 안에서만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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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도록
모든 것이 구성돼 있다.

그리고 그렇게
사회의 사고력은 점점 축소된다.

이것은 자기 해석 능력을 상실한 사회이다.


민주주의가 가능하려면
자기 생각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을
플랫폼에, 정당에, 여론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살고 있다.



3/ 정치적 문맹, 경제적 문맹, 윤리적 문맹


이건 단순한 독서 문제나 학력 문제가 아니다.

정책이 발표되어도 해석되지 않고

경제 지표가 발표되어도 체감되지 않으며

윤리적 사건이 나와도 '진영별 반응'만 남는다.


문맹은 이해의 상실이고,
이해가 없는 곳에는 판단이 없다.


판단이 없는 공동체는
결국 ‘기준이 사라진 사회’가 된다.
거기엔 신뢰도, 합의도, 연대도 없다.

오직 정제되지 않은 감정과
스피드 게임만 남는다.



4/ 감정은 쉬운데, 구조는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구조를 외면한다.
감정은 공유하기 쉽고,
구조는 해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문제야”는 쉽지만

“현행 조세구조가 어떤 계층에 어떤 불균형을 낳는가”는 어렵다.

“기득권이 나빠”는 쉽지만

“왜 중간계층이 사라지고 있는가”는 어렵다.


그렇다 보니
사회는 자꾸 단순화되고,
단순한 정치는 점점 더 강해진다.

이게 문맹 사회의 무서운 구조다.

판단이 퇴화한 곳에서 권력은 쉽게 탄생하고,
설명 없는 정치가 승리한다.



5/ 한국은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한국은 교육열이 높지만,
생각하는 시민이 많은가에 대한 질문에는
점점 자신이 없어지고 있다.

독서율은 떨어지고,

교양 프로그램은 사라지고,

대학은 학문보다 취업 준비소가 되었고,

공공 언어는 ‘이해 불가능한 행정 말투’가 되었다.


결국
읽지 않게 만든 사회가
생각하지 않는 공동체로 이어지고 있다.



6/ 우리는 지금 어떤 사회를 만들고 있는가


문맹 사회는 외부의 위협으로 무너지지 않는다.

스스로를 해석하지 못한 체제가 내부에서부터 붕괴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글을 ‘스킵’하고,
뉴스를 ‘훑어보고’,
사건을 ‘선택적으로 분노’한다.


그렇게 판단이 사라지고,
사회는 점점 오해의 언어로 굳어져 간다.



우리는 여전히 읽을 수 있는 사회인가?

스스로를 해석할 수 있는 사람들인가?

생각을 설계할 수 있는 구조인가?

구조에 책임을 질 수 있는 판단자인가?

읽지 않는 사회는
생각할 수 없다.

생각하지 않는 사회는
무너지는 줄도 모른 채
그저 다음 자극만을 기다리게 된다.


그게 바로
문맹 사회의 도래다.



다음 편 예고:
종교의 부활 또는 퇴행 – 신념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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