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불완전

입김 이후의 시간-불이 꺼진 창가에서

by 윤담

모두가 잠든 시간.
도시는 숨을 늦추고, 바람은 골목의 벽을 따라 흘렀다.
가로등 불빛이 도로 위를 덮으며
마치 하루의 마지막 문장을 천천히 덧쓰는 것처럼 보였다.

불 꺼진 창가에 앉아 있었다.
잔에 따뜻한 소주를 조금 붓고 바라보았다.
투명한 액체 속에 빛이 잠시 머물렀다가 사라졌다.
그 진동은 내 안의 불안을 닮은 듯했다.
그 흔들림을 보는 동안, 묘하게 마음이 가라앉았다.
불안은 살아 있음의 증거였다.
멈추지 않는 진동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오늘을 견딜 이유가 되었다.

방 안엔 오래된 시간의 냄새가 섞여 있었다.
멈춘 시계, 덮인 책,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공기.
사물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늙어가며
그 안에서 조용한 평화를 흘려보냈다.
세상은 여전히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이 밤만큼은 온전했다.

그 고요 속에서 문득,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건 신이라 부를 수도 있고,
그저 세계의 맥박이라 불러도 좋았다.
멀리 있지 않았다.
빛의 기원에도, 어둠의 가장자리에도,
그리고 지금 숨결의 안쪽에도 있었다.

그 존재는 말이 없었다.
그저 공기처럼 흐르고,
체온처럼 닿아 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늘 그랬던 것처럼.

잔을 들었다.
쓴맛이 혀끝을 스치고,
작은 열이 목을 따라 천천히 흘렀다.
그 온기가 가슴에 닿자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다.
그건 단순한 술의 열이 아니었다.
오늘을 통과한 생의 체온,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는 존재의 온도였다.

창밖의 불빛이 흔들렸다.
가로등 하나가 꺼지고, 또 다른 하나가 남았다.
빛과 어둠이 잠시 교차하는 그 틈,
나는 인간이란 결국 그 사이의 존재라는 생각을 했다.
완전한 빛에도 속하지 못하고,
완전한 어둠에도 잠기지 못한 채,
그 경계에 머무는 존재.

바로 그 불안정함 속에서
사랑이 태어나고, 용서가 자라며,
아주 작은 기도가 숨처럼 피어올랐다.
흔들리기에 느낄 수 있고,
불완전하기에 더 투명해지는 생의 리듬이었다.

새벽이 서서히 스며들었다.
공기가 달라졌다.
차가우면서도 맑은 냄새,
어딘가 새로 태어나는 온도가 섞여 있었다.
빵집 굴뚝에서 막 구워진 냄새,
멀리서 닿는 수도꼭지의 물소리,
세상이 다시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
밤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른 얼굴의 아침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잔을 내려놓고 바깥을 바라보았다.
도로 위엔 아직 식지 않은 빛이 남아 있었다.
그 빛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
그 장면을 오래 바라보았다.
모든 것은 잠시지만,
그 잠시 속에서도 세계는 여전히 유효했다.
그 사실 하나로 충분했다.

밤은 고독하지 않았다.
세상이 잠든 동안, 모든 생은 잠시 호흡을 고른다.
창문 밖의 공기, 멀리서 스치는 바람,
냉장고의 미세한 진동,
그 모두가 이 시간의 리듬 속에 있었다.
고요는 텅 빈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들이 서로를 감싸는 구조였다.
이 침묵은 결핍이 아니라 회복의 형태.
어둠은 빛의 부재가 아니라,
빛이 머물 수 있도록 남겨둔 공간이었다.

그 사실을 오래 바라보았다.
불빛은 점점 희미해지고,
새벽의 푸름이 창문 틈에 번졌다.
차가운 색의 빛이지만 이상하게 따뜻했다.
모든 불완전한 존재들이
그 빛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마지막 잔을 들었다.
투명한 액체 위로 새벽의 빛이 얹혔다.
그 빛이 천천히 흔들리고,
나는 그것을 천천히 삼켰다.
빛이 목을 따라 흘러내리며
가슴 어딘가에 조용히 스며들었다.

아직 식지 않은, 인간의 삶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