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불완전

입김 이후의 세상-꿈의 잔불

by 윤담

꿈은 멀리 있지 않았다.
너무 가까워서, 그게 꿈인 줄 몰랐다.

어릴 적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꿈’이라는 말이 아직 무겁지 않던 시절,
세상은 그저 열려 있었다.
손잡이를 잡으면 문이 열렸고,
문 너머에는 이유 없이 반짝이는 것들이 있었다.

그때 나는 교회에 자주 갔다.
사람들은 신을 찾았지만,
나는 햇살을 더 자주 봤다.
창가에 앉은 한 아이의 머리칼 위로
빛이 내려앉을 때마다,
그게 신의 얼굴 같았다.
나는 신보다 그 빛을 믿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 빛처럼 단순하지 않았다.
어른들은 신을 말하면서도 서로를 재었다.
기도보다 계산이 빨랐고,
믿음보다 체면이 앞섰다.
그때 처음 알았다.
신은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사람을 믿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는 걸.

그 후로 나는 세상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조심은 나를 보호했지만,
그만큼 고독해졌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말은 줄어들었다.
말을 아끼다 보니
언젠가부터 마음도 닫혀 있었다.

군대에 갔을 때,
시간은 멈춘 것 같았다.
명령이 하루를 움직였고,
하루는 버티는 일이었다.
불 꺼진 내무실의 창문을 보면
세상이 멀리 있는 것 같았다.
잊고 싶었지만,
그 어둠 속에서 오히려 세상이 더 선명했다.

20대는 불안했고,
30대는 버티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40대가 되어 알았다.
삶은 명확해지지 않기 위해
버티는 일이라는 걸.

나는 완전하지 않다.
지금도 그렇다.
그 불완전함은 내 안의 균열처럼 남아 있다.
그 틈으로 바람이 드나들고,
때로는 빛이 스며든다.
그건 상처일 때도 있고,
숨구멍일 때도 있다.

사람은 완전해지려 할수록
더 불안해진다.
결함이 없는 마음은 숨을 쉬지 못한다.
흠이 있는 마음만이
빛을 품는다.
그 틈이 나를 사람답게 만든다.

가끔 꿈을 꾼다.
햇살이 비치던 교회,
창가에 앉은 아이,
그리고 이유 없이 웃고 있던 어린 나.
그때의 나는 세상을 믿었다.
사람을 믿었고,
내일을 믿었다.

눈을 뜨면 꿈은 사라진다.
하지만 따뜻하다.
그 온기는 미련이 아니라,
아직 식지 않은 불씨 같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도 무언가가 되고 싶은가.”
쉽게 대답할 수는 없지만,
그 질문이 남아 있다는 것,
그게 살아 있다는 증거다.

완전함은 멈춤이지만,
불완전함은 계속 이어진다.
그 흔들림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살아간다.

불이 다 꺼져도 남는 건
빛이 아니라 온기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그 온기는 여전히 타오른다.
조용히, 그리고 오래.
그것이 꿈의 잔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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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김 이후의 시간 chapter 완결

사물의 관계 chapter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