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불완전

사물의 관계-열쇠의 기억

by 윤담

겨울이었다.
부대 끝자락, 오래된 창고 문 앞에 서 있었다.
문은 녹이 슬어 있었고, 자물쇠는 손가락보다 차가웠다.
나는 그날 열쇠 꾸러미를 들고, 맞는 열쇠를 찾아 헤맸다.
딸깍, 딸깍—
소리는 나는데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그 찰나의 소음이, 마치 세상 모든 문이 나를 거부하는 듯했다.

마침내 문이 열렸을 때,
낡은 경첩이 깊은숨을 내쉬듯 삐걱거렸다.
안에서는 오래된 냄새가 났다.
먼지와 기름, 나무와 철이 뒤섞인 냄새.
햇빛은 비스듬히 들어와 쌓인 먼지를 비추었고,
그 빛 속에서 나는 잠시 멈춰 섰다.
문을 여는 일은 단순한 행동이지만,
그 순간에는 늘 작은 해방감이 있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 ‘딸깍’ 소리를 잊지 못한다.
어쩌면 사람의 마음에도
그와 같은 소리가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닫혀 있는 문,
그리고 그 문을 열기 위해 필요한 열쇠.

우리는 모두 자신의 마음속 어딘가에
자물쇠를 채운 채 살아간다.
그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거나,
때로는 무작정 돌려본다.
누군가는 행운처럼 쉽게 열쇠를 얻지만,
대부분은 오랜 시간 손끝을 다치며 찾아 나선다.

어쩌면 열쇠는 신이 주는 선물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깎아내는 시간의 부산물일지도 모른다.
눈물과 후회, 이해와 용서로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
그래서 진짜 열쇠는
쇠붙이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결’ 속에 있다.

가끔은 아무리 돌려도 열리지 않는 문이 있다.
그럴 땐 잠시 멈춰야 한다.
문이 닫힌 게 아니라,
내가 아직 열쇠를 다듬지 못했을 뿐이니까.

군 시절의 그 창고는 지금도 내 기억 속에 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
돌리는 순간의 긴장,
그리고 열렸을 때의 낯선 햇빛.
삶은 어쩌면 그 순간들의 반복이다.
닫히고, 기다리고, 또 열리는.

그 문을 열던 소리가 지금도 내 안에서 맴돈다.
딸깍—
그건 단순한 금속음이 아니라,
아직 열리지 않은 나의 일부가 깨어나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