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잔향-녹는 것
아이스크림은 여름의 심장 같다.
차갑고 달콤하지만,
손끝에서 너무 쉽게 녹아내린다.
사랑이란 어쩌면
그 한순간의 냉기를 붙잡으려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녀와 나는 종종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아무 말도 없이, 서로의 손등을 스치며.
하얗고 부드럽던 그 온도는
더위에 약했고, 마음에도 약했다.
한입 베어 물 때마다
무언가 끝나가고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바닐라의 색은 여름의 색과 닮았다.
밝지만, 오래 머물지 못하는 빛.
그 안에는 약간의 슬픔이 섞여 있었고,
그 슬픔이 달콤했다.
우리는 그 단맛에 취해
잠시 현실의 온도를 잊었다.
그녀의 웃음은 종종 바다의 향이 났다.
짠내와 바람,
그리고 아주 미세한 절망의 냄새.
나는 그 향을 좋아했다.
그건 사람의 마음처럼 단정하지 않았고,
불규칙하게 흘렀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 향이 달라졌다.
비가 내리던 날,
우리는 우산을 함께 썼고,
비가 그치기 전에 서로의 말을 놓쳤다.
공기는 눅눅했고,
말은 미끄러졌고,
눈빛은 서로 다른 온도를 품고 있었다.
그날의 거리는 마치 도쿄의 우기 같았다.
온도가 서로 다른 사람들,
향이 겹치지 않는 사람들.
차가움과 더움이 뒤엉킨 공기 속에서
우리의 관계는 천천히 녹아내렸다.
아이스크림은 바닥에 닿기 전에
이미 사라져 있었다.
그 하얀 자국이 남긴 것은
단맛이 아니라,
손끝의 공허였다.
사랑도 그렇게 흘러갔다.
붙잡으려 하면 녹고,
내버려두면 사라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모든 건 여름의 방식이었다.
뜨거워서 금세 차가워지고,
달아서 금세 질려버리는 계절.
우리는 그 계절을 견디지 못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직도 그 냄새가 난다.
하얀 냉기 속에 스며든 바다의 향,
그리고 젖은 골목의 공기.
모든 것이 희미하게 섞인 냄새.
그게 나의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