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불완전

여름의 잔향-슬픔의 기하학

by 윤담


그녀를 처음 마주본 순간,
나는 이상하게도 내 속이 헤집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건 두려움도, 설렘도 아닌
그 중간쯤에 있는 불안한 온도였다.
두 눈이 마주친 짧은 시간,
공기가 흔들리고,
시간의 결이 일그러졌다.
그건 마치,
누군가 내 마음의 중심에 원을 그리고
그 위에 또 다른 원을 겹쳐놓은 듯한 감정이었다.

사랑은 종종 기하학처럼 정확하다.
한 점에서 출발해,
반복과 교차로 완성되는 도형.
그러나 감정의 선은 늘 삐뚤고,
각은 부서지고,
그림자는 뒤틀린다.
우리는 서로의 궤도 위에서
다시 만나기 위해 계속 엇갈렸다.

함께 있을 때,
그녀는 나를 비추는 거울 같았다.
그 안에서 나는 나를 보았고,
동시에 나를 잃었다.
그녀의 웃음은
기하학의 곡선처럼 매끄러웠지만,
그 끝에는 언제나
작은 균열이 있었다.
그 균열 속으로 나는 빠져들었다.

우리는 자주 함께였고,
그만큼 자주 멀었다.
가까이 있을수록
공허가 커졌다.
같은 방 안에 있어도
서로의 마음은 다른 온도로 식어갔다.
그녀는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웠다.
나는 그 옆에서 커피를 식혔다.
대화는 점점 단어의 형태를 잃고,
공기 속으로 녹았다.

그녀는 한 번은 내게 말했다.
“이 관계는 이상해.
같이 있을 땐 너무 슬픈데,
떨어지면 더 슬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때로 행복보다 슬픔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그 구조를 이해하려 애썼지만,
결국 해답을 얻지 못했다.

비가 내리던 날,
우리는 나란히 걷고 있었다.
발끝이 닿을 듯 말 듯,
어깨는 멀고, 마음은 가까웠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 관계는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라는 것을.
서로에게 다가가지만,
결국 같은 점으로 만나지 못하는 궤적.
그게 우리의 슬픔이었다.

사랑은 그렇게 우리를 만들어냈다.
겹치고, 어긋나고, 반복되는 선들.
그 선 사이로 빛이 스며들 때,
우리는 잠시 서로를 이해했다.
그러나 그건 언제나 짧았다.
빛은 사라지고,
남은 건 그림자의 모양뿐이었다.

지금도 가끔,
그녀의 눈을 떠올린다.
그건 여전히 나를 흔든다.
두려움과 슬픔과 그리움이
하나의 모양으로 겹쳐진 감정.
그게, 아마 사랑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