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잔향-헤매이는 횡단보도
햇빛이 유리 건물에 부딪혀 흩어졌다.
도시는 하얗게 빛나고, 공기는 무겁게 내려앉았다.
횡단보도 앞에 선 두 사람의 발끝이
아스팔트 위에서 미묘하게 떨렸다.
“너는 그게 문제야.”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단했다.
“넌 늘 그렇게 말해.”
남자가 대꾸했다.
그의 말은 날카로웠지만,
그 안에는 이미 미안함이 깃들어 있었다.
신호등이 깜빡였다.
사람들이 건너기 시작했지만,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서로의 그림자가 발끝에서 겹치고,
한낮의 열기가 그 사이를 가득 채웠다.
“그런 말 하지 마.”
그녀가 잠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왜?”
“그 말 들으면… 숨이 조금 막혀.”
바람이 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남자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밀다 멈췄다.
햇빛이 둘 사이의 공기를 반쯤 태우고 있었다.
초록 불이 켜졌지만,
그들은 한 박자 늦게 발을 내디뎠다.
하얀 선 위를 걸으며
서로의 그림자가 천천히 어긋났다.
열기로 뒤섞인 공기가 흔들리고,
그것이 마치 물결처럼 발목을 감쌌다.
건너편에 다다랐을 때,
그녀가 조용히 물었다.
“우리, 괜찮을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팔을 스치듯 지나쳤다.
그 짧은 접촉이 마지막 위로처럼 남았다.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고,
그는 발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둘은 같은 신호에서 출발했지만,
서로 다른 거리를 향해 걸었다.
그림자는 멀어졌고,
바닥의 열기는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렀다.
여름은 그렇게,
그들 사이에 남았다.
말보다 느리게,
그러나 확실히 사라지지 않는 온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