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내리막길, 그리고 두 아이
투명한 도시의 골목은 아침이면 조금 더 얇아진다. 건물의 벽면이 햇빛을 받아 희게 식어가고, 밤새 고여 있던 공기가 아래로 천천히 미끄러진다. 내리막길은 그 공기의 방향을 따라 내려간다. 경사는 눈으로 볼 때보다 발바닥으로 느낄 때 더 깊다.
두 소년이 서 있다. 자전거의 앞바퀴가 가볍게 떨린다. 브레이크 선이 미세하게 울리고, 헬멧 안쪽에 맺힌 숨이 축축하다. 손바닥이 고무 그립에 붙어 있다.
“안 내려가고 뭐 해.”
말은 짧고 가볍다. 그러나 내리막길은 가볍지 않다. 길 위에 작은 자갈이 몇 개 박혀 있다. 그 자갈의 각이 햇빛을 받아 번뜩인다.
“너무 가팔라. 내려가면 뭔가가 일어날 것 같아.”
바람이 한 번 아래로 쓸고 지나간다. 셔츠 자락이 아주 조금 들린다. 길 아래는 보이지 않는다. 전봇대가 하나 서 있다. 회색의, 아무 표정 없는 기둥. 그 옆으로 얇은 전선이 하늘을 가로지른다.
잠시, 정적.
소년은 팔꿈치 보호대를 만진다. 벨크로가 붙었다 떨어지는 소리가 작게 난다. 손등에 맺힌 땀이 식는다. 헬멧 끈이 턱 밑을 스친다.
“간다.”
페달이 한 번 돌아가고, 체인이 이를 물며 짧은 금속음을 낸다. 바퀴가 중력을 받아 안는다.
속도는 처음엔 부드럽다. 바람이 귀 옆을 스친다. 눈물이 고인다.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노면의 작은 균열들이 짧게 튄다. 안장이 허벅지 안쪽을 때린다.
조금 더.
조금 더.
전봇대가 커진다.
브레이크를 잡는 순간, 고무 타는 냄새가 스친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굳는다. 몸이 앞으로 쏠린다. 쇳소리가 짧게 울리고, 충격은 둔탁하다. 헬멧이 아스팔트에 닿으며 둥근 소리를 낸다.
소년의 몸이 옆으로 기울며 미끄러진다. 팔꿈치 보호대가 먼저 긁힌다. 플라스틱 표면이 거칠게 갈린다.
먼지가 일어난다.
아주 고운 입자들이 햇빛 속에서 떠다닌다. 코끝이 매워지고, 입 안에 쇠 맛이 돈다. 혀끝에 따뜻한 것이 스친다.
남은 소년은 숨을 들이켠다. 폐가 크게 부풀었다가 멈춘다. 자전거를 던지는 소리가 뒤에서 난다. 금속이 땅에 부딪히며 낮게 울린다.
발을 디딘 순간, 경사가 그를 끌어당긴다. 발바닥이 미끄러진다. 균형이 무너지고, 손이 허공을 긁는다. 무릎이 먼저 닿고, 어깨가 따라온다.
한 번.
두 번.
세 번.
몸이 굴러 내려온다. 티셔츠 안으로 모래가 들어간다. 팔꿈치가 다시 긁힌다. 숨이 끊긴다.
세상이 옆으로 기울어지고, 하늘과 전선과 전봇대가 뒤섞인다.
멈췄을 때, 둘은 같은 높이에 있다.
숨이 거칠다. 가슴이 빠르게 오르내린다. 코에서 따뜻한 것이 흐른다. 소년은 손등으로 훔친다. 붉은 선이 번진다. 먼지와 섞여 어둡게 마른다.
잠시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멀리서 새가 한 번 울고 지나간다.
“재밌었어.”
말끝이 약간 떨린다. 웃음이 먼저 나고, 그 뒤에 통증이 따라온다. 웃다가 얼굴을 찡그린다.
다른 소년은 아무 말 없이 손을 뻗는다. 손바닥에 먼지가 묻어 있다. 서로의 옷에 붙은 흙을 털어낸다. 모래가 떨어지며 작은 소리를 낸다. 손끝이 잠시 닿는다.
자전거 두 대가 아래에 누워 있다. 바퀴가 아직 천천히 돈다.
전봇대는 여전히 서 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위쪽에서 보면, 내리막길은 여전히 길고 매끈하다. 경사는 바뀌지 않았다. 자갈도 그대로다.
그러나 두 소년의 숨은 조금 다르다.
아까보다 깊다.
손바닥에 남은 떨림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무릎이 약간 따끔거린다. 입 안에 남은 쇠 맛이 천천히 옅어진다.
두 소년은 같은 방향을 본다.
내려온 길을, 다시 올려다본다.
햇빛이 조금 더 올라와 있다.
조금 전의 속도가 그 길 위에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보이지 않지만, 아직 식지 않은 어떤 기운처럼.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 같은 골목이, 어쩐지 조금 다르게 보인다.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손에 남은 먼지의 감촉이 오래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