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이세계

아기고양이

by 윤담

도시의 작은 빛은 언제나 바닥 가까이에 머문다. 간판의 잔광도, 가로등의 숨도, 창문 틈에서 새어 나오는 텔레비전의 흰 숨결도 모두 땅을 더듬듯 내려와 있다. 그 아래에서 아기 고양이는 웅크린 채로 세상을 본다. 눈은 아직 완전히 세상의 먼지에 길들여지지 않아, 모든 것이 조금씩 과장되어 보인다. 사람의 신발은 산처럼 다가오고, 발목은 절벽처럼 솟아 있다. 바람에 스치는 코트 자락은 파도처럼 흔들린다. 고양이는 그 거대한 흐름 속에서 자신이 얼마나 가벼운 존재인지, 그러나 동시에 얼마나 또렷한 감각의 중심에 있는지를 모른 채 숨을 고른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지나간다. 서로의 얼굴을 보지 않은 채, 서로의 체온을 느끼지 않은 채, 각자의 목적지라는 투명한 유리 상자를 머리에 이고 걷는다. 발걸음은 빠르고, 시선은 낮다. 누구도 고양이를 보지 않는다. 혹은 본다 해도 이미 다음 생각으로 넘어가 버린다. 고양이의 세계에서는 그 짧은 순간조차 하나의 사건이 되지만, 사람의 세계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시간이다. 그렇게 시간의 밀도가 다르게 흐른다.
차들이 사람들 사이로 미끄러지듯 지나간다. 금속의 몸체는 도시의 혈관을 따라 흐르는 또 다른 생물 같다. 신호등 앞에서 잠시 멈춘 차 안에서, 누군가는 고개를 숙이고 작은 사각형을 들여다본다. 핸드폰의 불빛이 얼굴을 비춘다. 그 빛은 밤보다 차갑고, 가로등보다 솔직하다. 그 안에는 메시지, 숫자, 사진, 알림이 겹겹이 쌓여 있고, 그 모든 것 위에 한숨이 얹혀 있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한숨. 고양이는 그 빛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 빛이 품은 피로는 어렴풋이 느낀다.
도시는 투명하다. 벽은 유리로, 마음은 표정으로, 표정은 다시 침묵으로 바뀐다. 모든 것이 드러나 있는 것 같지만, 정작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사람들은 각자의 절망을 주머니 속 동전처럼 만지작거리며 걷는다. 소리를 내면 부끄러울까 봐, 멈추면 뒤처질까 봐, 계속 움직인다. 그 절망은 크지 않다. 오히려 너무 작아서, 매일 조금씩 숨을 막는다. 고양이는 그 답답함을 공기의 질감으로 느낀다. 도시의 공기는 늘 약간 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순간에는 강렬한 감정이 번쩍인다. 이유 없이 가슴이 조여 오거나, 갑자기 눈앞이 밝아지는 순간. 그것은 아마도 아직 완전히 닳지 않은 마음의 모서리에서 튀어나온 불꽃일 것이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마주친 낯선 눈빛, 오래된 노래의 한 소절, 혹은 고양이의 작은 움직임. 그 찰나에 사람은 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고양이는 그 순간의 떨림을 꼬리 끝으로 감지한다.
아기 고양이는 도시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도시가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지는 안다. 무관심 속의 따뜻함, 위험 속의 관용.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도 누군가 떨어뜨린 종이컵 옆은 조금 더 따뜻하다. 고양이는 그 미세한 차이를 몸으로 배운다. 사람들 역시 비슷하다. 거대한 구조 속에서 살아가지만, 결국은 아주 작은 온기 하나로 하루를 버틴다.
투명한 도시에서는 모든 것이 영원처럼 느껴진다. 이 길도, 이 신호도, 이 피로도 끝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고양이의 시간에서 영원은 잠깐이다. 배가 고프면 울고, 졸리면 잔다. 슬프면 웅크리고, 따뜻하면 몸을 편다. 그 단순함이 오히려 도시를 부드럽게 긁는다. 고양이는 모른다. 자신이 이 투명한 감옥에 아주 작은 균열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의 한숨과 고양이의 숨결이 같은 공기를 지나간다. 서로 다른 세계가 잠시 겹친다. 누군가는 그 겹침을 느끼고 고개를 숙인다. 짧은 눈 맞춤, 잠깐의 멈춤. 그것만으로도 도시는 조금 덜 투명해진다. 완전히 보이지 않던 것이, 아주 희미하게나마 형태를 얻는다.
밤은 깊어지고, 빛은 여전히 작다. 그러나 그 작은 빛들이 모여 길을 만든다. 고양이는 그 길 위에 앉아 세상을 바라본다. 사람들은 다시 지나가고, 차들은 다시 흐른다. 절망도, 강렬한 감정도, 모두 같은 도시의 일부로 남는다. 투명한 도시가 우리를 옥죌 때, 어쩌면 우리는 서로의 작은 빛이 되어 잠시 숨을 쉬는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아는 존재는 많지 않다. 아기 고양이를 제외하면.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