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불완전

사물의 관계-말없는 덤벨

by 윤담

아침의 공기는 아직 잠들어 있고,
창문 사이로 들어온 빛이 덤벨 위에 얇게 누워 있다.
금속의 표면엔 오래된 손의 온기가 희미하게 남아 있다.
나는 잠시 그것을 바라보다가, 숨을 고르듯 손을 뻗는다.

차가운 표면이 손끝에 닿는 순간,
하루가 천천히 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공기는 조금 무거워지고, 시간은 아주 느리게 움직인다.

덤벨은 늘 같은 자리에 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변하지 않는 무게로 나를 기다린다.
그 앞에 서면, 시간의 경계가 풀린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한 호흡 안에서 섞인다.

나는 그것을 들어올린다.
철의 냄새가 공기 속으로 번지고,
손바닥은 서서히 냉기에 길들여진다.
움직임은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 안에서 마음이 흔들린다.
오늘의 피로, 어제의 망설임,
그리고 내일에 대한 미묘한 기대가 뒤섞인다.

사물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 무게로 대답한다.
내가 견딜 수 있는 만큼만,
그리고 내려놓을 수 있을 만큼만.
그것이 사물의 언어다.

균형을 잃으면 덤벨은 흔들리고,
내 안의 균형이 깨지면 그것도 함께 흔들린다.
힘보다 중요한 것은 중심이다.
중심은 보이지 않지만, 사물은 그것을 안다.

들어올리고,
내려놓고,
다시 들어올린다.
그 단순한 반복 속에서
나는 나를 다루는 법을 배운다.
몸이 먼저 기억하고, 마음이 뒤따라온다.

때로는 금속의 냉기가 이상하게 따뜻하다.
손바닥이 익숙해진 것인지,
아니면 내가 사물에 물든 것인지 알 수 없다.
사람과 사물의 관계는 늘 그렇게 흐린 경계 위에 있다.
누가 먼저 움직였는지 모른 채,
서로의 온도에 맞춰지는 일.

운동을 하지 않는 날이면
그 덤벨은 조용히 나를 바라본다.
아무 말이 없는데도 묻는다.
오늘은 왜 나를 들지 않았느냐고.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한 발자국 물러서서,
그 무게를 바라본다.
그 안에는 오늘 하루의 공백이 고요히 놓여 있다.

밤이 오면 덤벨은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하루의 끝에서 나는 그것을 스치며 지나친다.
손끝엔 여전히 철의 냄새가 남고,
공기 속엔 아주 미세한 열이 남아 있다.

그것은 땀의 향이 아니라,
존재의 잔열이다.
무게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잠시, 내 몸을 떠났을 뿐이다.

나는 이제 안다.
사물은 인간을 완성시키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스스로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덤벨은 내 안의 무게를 비추는 거울이다.
빛을 받지 않아도, 그 속은 조용히 반짝인다.

그리고 그 빛은 언제나 부드럽다.
어떤 소리도 없이,
내 안의 불완전함을 천천히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