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불완전

입김 이후의 시간-직장, 불완전한 회전

by 윤담

출근길의 차창 유리엔 입김이 번졌다.
그 안쪽에서 나는 또 하루를 돌릴 준비를 한다.
직장은 거대한 회전체와 같다.
누군가는 발전기의 로터처럼 빠르게 회전하고,
누군가는 정지된 축처럼 그 회전을 지탱한다.
겉으론 완벽히 맞물려 돌아가는 것 같지만,
그 안에는 언제나 미세한 축 편심(軸偏心)이 존재한다.

누군가는 조금 더 세게,
누군가는 조금 느리게 움직인다.
그 작은 차이가 쌓이면
진동이 생기고, 소음이 들리며,
결국 베어링이 닳고 금속이 피로해진다.
직장은 그 피로를 견디는 사람들의 집합이다.

회의실의 공기는 늘 팽팽하고,
보고서의 문장은 회전수처럼 일정하다.
부장은 차장을, 차장은 과장을,
과장은 사원을 압박하며 속도를 유지한다.
이 체계는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굴러가지만,
그 안에서 누군가는 미세하게 흔들린다.
어떤 이는 그 흔들림을 감추려 더 빨리 돌고,
어떤 이는 끝내 균형을 잃고 떨어져 나간다.

그때마다 나는 묻는다.
우리가 도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산성을 위해서일까, 생존을 위해서일까.
혹은, 멈추면 자신이 사라질까 두려워서일까.

언젠가 내 로터에도 진동이 생겼다.
보고서 한 줄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회의 도중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몸은 책상 앞에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정지된 회전체처럼 공중에 떠 있었다.
그게 번아웃이었다.

그러나 나는 완전히 멈출 수 없었다.
아이의 웃음, 아내의 한숨,
그 모든 것이 내 베어링을 다시 잡아주었다.
삶은 그렇게 유지된다.
완벽히 균형을 잡지 못한 채,
미세하게 흔들리며,
그 흔들림 속에서 겨우 돌아간다.

직장은 영원하지 않다.
사람들은 하나둘 이탈하고,
새로운 인력이 들어와 회전을 이어간다.
시스템은 개인의 흔들림에 무관심하다.
오직 돌아간다는 사실만이 중요하다.

그러나 나는 안다.
회전하는 모든 것은 언젠가 멈춘다.
그때 남는 것은 진동의 흔적,
즉, 우리가 버텨온 시간의 모양이다.

퇴근길, 차창에 다시 입김이 번진다.
유리 너머의 도시 불빛이 로터의 궤적처럼 겹쳐진다.
그 빛이 흔들릴 때, 나는 묘한 위안을 느낀다.
완벽히 중심에 서 있지 않아도 괜찮다고,
조금의 편심이 오히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