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불완전

입김 이후의 시간-저녁의 그림자

by 윤담

저녁은 언제나 조금 늦게 온다.
빛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 세상은 한순간 붉게 물든다.
그 붉음이 아름다워서, 사람들은 그걸 하루의 끝이라 부른다.
하지만 나는 그때가 가장 낯설다.
하루가 끝나지도, 아직 완전히 저물지도 않은 그 시간.
빛과 어둠이 뒤섞여,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시간.

어제 한 지인이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웃으며 인사를 건넸던 사람이었다.
그의 목소리, 걸음, 작은 습관들이
이제는 모두 과거형이 되었다.

저녁의 빛 속에서 그를 떠올렸다.
그는 신을 믿었다.
나는 그 믿음의 형태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삶이 무너질 때 사람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붙잡는다.
그게 믿음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나는 자주 묻는다.
‘신은 어디에 있을까.’
교회 안의 침묵 속에 있을까,
산 위의 바람 속에 있을까,
아니면 우리가 서로를 생각하는 이 마음의 가장 깊은 곳일까.

그 질문은 대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답이 없는 그 침묵 속에서
무언가가 미세하게 흔들린다.
그 흔들림이, 신의 숨결일지도 모른다.

어제 그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오늘은 하늘이 참 맑네요.”
그 한 줄이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는 아마도 저녁의 그림자 속에서
하늘의 끝을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오늘 나는 그가 보았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햇빛은 느리게 사라지고 있었다.
붉음과 푸름이 뒤섞인 그 빛은
이상하게 따뜻했고, 슬펐다.
그 순간, 나는 조용히 숨을 고르며
기도 아닌 기도를 흘렸다.

누구에게 닿는 기도인지 몰랐지만,
그건 분명 살아 있는 자의 고백이었다.
살아 있다는 것,
그 단순한 사실이 가끔은 믿음보다 더 큰 신비로 느껴진다.

삶은 끝내 닦이지 않는 유리 한 장이었다.
그 위에 남은 우리의 입김은 언젠가 하늘로 흩어진다.
하지만 사라진 자의 숨결이
세상을 완전히 떠난 적은 없다.

저녁의 그림자 속에서 나는 알았다.
신은 멀리 있지 않다.
그는 우리가 그리워하는 사람의 얼굴 속에 있고,
아직 꺼지지 않은 마음의 불빛 속에 있다.
그리고 그 불빛이 꺼지지 않는 한,
삶은 여전히 이어진다.
믿음이란, 어쩌면 그 사실을 잊지 않는 능력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