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특권층이다.
의사 한명의 교육기간은 짧게는 20년 길게는 25년 이상이다. 그리고 국가는 의사에게 어머머마한 특권을 준다. 국가가 주는 의사면허는 의료의 전매특허이다. 그런데 의사가 아닌 다른 의료 종사자들도 의사하는 일의 많은 부분을 할 수 있다. 아니 좀더 조직적인 교육과 훈련을 시키서 의사가 아닌 다른 종류의 의료종사자들을 국가가 마련한다면 의사가 하는 일의 대부분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학교에서 공부잘하는 사람"이 잘사는 구조이다.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졸업 후 하는 일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 냐 보다 사회는 무조건 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사람들을 우대한다. 무한경쟁을 허락하는 의료제도를 운영하는 자본주의 국가의 의사는 공부잘하는 사람이 가장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이다. 내가 사는 미국과 나서 자란 한국은 의료가 시장경제의 한 축이다. 의사와 병원은 소상인이나 공장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의사가 많은 특권을 가지면 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불공정 거래의 희생자는 소비자인 환자다.
인구가 적은 외딴 시골 마을에 소아과, 산부인과 의사가 부족하여 산모와 어린아이들이 많은 불편을 겪고 때로는 생명의 위협을 받고있다고 한다. 일하기 쉽고 돈벌이가 잘되는 과는 의사들이 넘치고 힘들고 돈벌이가 안되는 과는 의사가 부족하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대동소이하다. 의사 수를 아무리 늘여봐야 이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일년 내내 한 두명의 산모와 초등학교, 중학교가 없는 마을에 산부인과 의사와 소아과 의사가 개업을 할리가 만무하다. 도시에서도 수지 맞지 않는 개업을 의사가 할리가 없다. 미국과 한국에서 의사의 수급은 시장이 결정한다.
오랜 교육과 수련 기간을 거친 의사의 수가는 매우 비싸다. 그리고 그들에게 너무나 많은 여러가지 진료의 특권이 주어져 있다. 이것들을 다른 의료에 종사하는 인력으로 분산 배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필요한 의사의수가 줄어들고 의료수가도 내려갈 것이다. 그 예로 미국에서는 Nurse Practiotioner 가 내과의사의 일을, 물리치료사가 재활의학과의 일을, Physician's Assistant가 외과 의사 보조일을, Nurse Anesthetist가 마취과 일을, Optometrist가 내과적인 안과 일을, 산파가 산과의 일을 하고 있다. 모두 교육과정과 자격증 취득에 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있다.
의료의 공정거래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동서양을 통털어서 시도해 본일이 없는 제도를 고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사의 교육기간을 줄이고 의사의 질을 높여야한다. 이율 배반적인 말 갖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미국의 경우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일년 인턴을 마치면 의사면허 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지고 시험에 합격하면 진료할 수 있는 법적인 권한이 주어진다. 애기도 받을 수 있고 수술도 할 수 있다. 안과 환자도 볼 수 있다. 암 환자도 볼 수 있다. 법적으로는 못 볼 환자가 없다. 법적으로는 세상에 못할 진료가 없다. 그러나 전문의 수련을 받지않은 의사가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그래서 모든 의사들은 전문의 수련을 받는다. 이들은 적어도 3년 내지 많게는 6년 이상의 수련을 거쳐 전문의가 된다. 옛날 처럼 안과 전문의, 외과 전문의 정도가 아니다. 망막전문의, 위장 전문의, 심장 전문의 등등 일반 환자들이 헤이릴 수 없을 정도로 세분화 되어있다. 이들이 개업을 시작할 무렵이 되면 의과대학 시절에 배운 지식은 대부분이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물론 더러 필요한 지식도 있지만 알아도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쓸데 없는 지식을 배우기 위해서 너무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말하자면 소비자는 이 쓸데없는 지식에 대한 부풀린 값을 치루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폐단(?)을 개혁하기 위해서 본인은 기존의 의과대학을 진료과목대학으로 개편할 것을 제안한다. 확실한 대학의 명칭은 아직 미정이지만 예를 들면 치과대학 같은 것이다. 안과대학, 심장대학, 소화기 대학, 골근대학, 외과대학, 마취과 대학, 동통과 대학 등등이다. 이 대학 졸업생들은 해당 전문에 관한 진료만 허락하는 면허를 발부한다. 대강 4-6년이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충분히 습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짧은 기간에 기술을 습득한 전문의들의 양산은 소비자들에게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진료를 공급할 것이다.
한국의 지역적인 의료 불균형과 과별 쏠림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두 가지 생각을 논해 보았다. 물론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겠으나 크게 도움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더구나 한꺼번에 2000명 증원은 좀 무리라고 생각한다. 매년 조금씩 늘리면서 추이를 관찰 해 가며 조절하는 밥법을 택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다른 의료종사자들을 훈련시켜 의사일의 일부를 담당하는 방법을 병행하기를 바란다. 미국에서 실행하고 있는 너스 프랙티숀어, 물리치료사, 피지션스 어시스턴트, 너스 아내티스트, 옴토메트리스트, 산파 등의 제도를 잘 살펴서 한국에 맏는 제도를 정립하면 의사의 증원보다 더 빠른 시일 내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한국에도 있는 치과대학 같은 진료과목에 준하는 대학을 설립하는 것이다. 미국에는 이미 검안과(옵토메트리 대학)이 있다. 사년제 대학을 졸업한 후 4년 공부하는 대학원 과정이다. 현재의 세계 의과대학 제도는 너무나 오래 된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중에 하나가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의사들의 자기보호에서 나온 결과가 아닐 까 의심해 본다. 의사라는 특권층의 자기 보호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