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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Apr 23. 2024

#1.  바흐 마태 수난곡 BWM244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마태 수난곡'

이곳 글들은 문화적 열등감에서 빚어진 내 발걸음에 대한 엉거주춤한 내 감성을 기록한 것들입니다.

마치 황새 쫓아가는 뱁새 다리가 찢어지듯... 그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불나방처럼 달려든 나의 얕디 얕은 

감성의 기록이고 또 그 아마추어적 감동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기억은 짧고 감동은 오래이고 싶은... 주로 공연과 전시가 될 것입니다


2024년 4월 7일 -LG아트센터 서울 

LG아트센터 서울의 SIGNATURE 홀 (커튼콜 때 찍음)

4월 초... 봄이 무르익는 기분 좋은 바람이 살랑거리는 서울 식물원에 이미 봄은 왔고 꽃들은 여기저기 피어올랐다. 내가 좋아하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하고 지은 'LG아트홀 서울'은 지난겨울 공연 때 방문과는 사뭇 

그 분위기와 느낌이 달랐다. 너른 서울식물원에 온 봄이 그러했고 관객들의 옷차림이 그러했고 무엇보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온 내 마음이 그러했다. 그렇게 떨리는 가슴을 안고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간 '바흐의 마태수난곡'이란 것은 그중 몇 곡만 들어봤을 뿐 전곡을 다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연주회는 3시간이 넘는 전곡 연주회이기 때문에 더 했다.


1. 아는 만큼 들리는 마태 수난곡 '해설'

사실 이 대곡을 다 들어본 적도 없고 마태복음은 아주아주 오래전 내가 세례 받고서 읽어본 적은 있었지만 

그 후 성서를 읽어본 적이 없었고 이런 종교곡들은 일부 아주 유명한 곡들만 들어왔기에 이 전곡 연주회는 

내겐 어쩌면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아는 게 없어서 고민하던 차... 마침 LG아트 센터의 '공연탐탐'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아는 만큼 들리는 바흐 마태수난곡 해설'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어 이 해설 프로그램도 예매를 해 두었고 해설은 곡연주가 열리는 당일 낮에 열렸다. 

본 공연은 오후 3시부터였고 이 해설은 12:30분부터였다. 

1시간 반 가량 진행된 사전 해설은 월간 객석 편집장이신 송현민 음악평론가가 진행을 했다. 

바흐는 '요한수난곡'(1724)과 양대 수난곡으로 꼽히는 '마태수난곡'(1727)을 남겼는데 '수난곡'(Passion)이라 함은 성서의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의 수난을 묘사한 극적인 성악곡을 말한다. 마태복음을 그대로 음악극 형식으로 26장, 27장을 기본으로 하여 만들었다. 마태수난곡은 루터파의 번역으로 된 성서를 기본으로 하였는데 크게 1부: 예수 수난예고, 최후 만찬, 겟세마네 동산의 고뇌, 유다의 배신, 체포등으로 이루어졌고 2부: 체포 후 고문과 십자가 처형, 부활 등으로 이루어졌는데 루터파의 찬미가와 서정적인 종교시를 바탕으로 했다. 악곡은 복음사가(테너)의 해설로 시작되며 3시간이 넘게 연주되고 성서 속 이야기대로 합창, 아리아, 코랄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곡은 68곡(세분하면 78곡)이며  이 마태수난곡 중 가장 명곡이라 알려진 곡은 알토 독창자가 부르는 아리아 '불쌍히 여기소서'이다. 가장 유명하고 중요한 아리아인데 특이한 건 알토를 여자 

성악가가 부르는 게 아니라 카운터 테너인 남성 아리아로 불렀다는 것이다. 정말 새롭게 느껴지는데 옛날에는 거세한 남성카운터 테너(카스트라토)가 불렀지만 현대는 연습을 통해 여성음역대로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이번 공연의 카운터 테너는 건장한 남성이 그런 여성음역대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게 정말 신기했다.

이 마태수난곡은 멘델스존이 원곡을 발견하여 복원해 냈는데 1829년 성금요일 라이프치히교회에서 초연되었다고 한다. 1717년 이래 성금요일 오후 2시에 시작하는 예배에서 예수수난에 관련된 곡들이 연주하는 것에서 시작되어 지금까지 성금요일 오후 예배에서 불려진다고 한다.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2. 공연-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마태수난곡> 

하프시코드&지휘: 프란체스코 코르티

테너(복음사가): 막시밀리안 슈미트

바리톤(예수): 야닉 데부스

소프라노: 카테리나 카스퍼

알토: 필립 자루스키(카운터테너)

테너: 재커리 와일더

베이스: 안드레아스 볼프

연주: 독일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합창: 스위스 취리히 징아카데미, 한국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

곡: 1부- 1번~29번 곡

     2부- 30번~68번 곡

러닝타임: 3시간 10분


3. 그리고

나는 바로크 합주단이라 해서 바로크 음악만을 전문으로 연주하는 악단을 그렇게 부르는지 알았는데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바로크 음악만을 연주해서 바로크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악기의 구성도 그 시절로 하고 바로크시대 이후 개량되어 온 악기들을 사용하는 게 아닌 개량되기 전 악기를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바이올린의 턱받이가 없고, 첼로의 받침인 엔드핀이 없다. 그리고  금관악기가 배제된 채 목관으로 된 악기들만 사용된다고 한다. 이번공연에도 플루트도 금속악기가 아닌 목관악기였다.

현대의 바이올린연주자들은 평소에 바이올린을 턱과 어깨 사이에 놓고 턱으로는 누르고 어깨가 받치고 연주를 하는데 당시 턱받침이 없던 시기에는 격정적인 연주 때 턱으로만 눌러 고정시켜하는 건 여간 힘든 게 아니고 심지어 턱에서 빠져나오기도 하기에 19c에 이 턱받침이 발명되어 이후 아주 격정적인 연주가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바로크 음악은 그런 격정적인 연주를 최대한 억제하고 원래에 충실하도록 예전 방식을 

유지한다고 하고 첼로도 연주 때 보통은 첼로 밑에 핀이 나와서 바닥에 고정을 하고 연주자는 자유자재로 

고난도 테크닉을 펼치는데 바로크 시대에는 엔드핀이 없어 연주자가 다리 사이에 첼로를 끼고(고정하고) 연주를 했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또한 예전에는 바이올린의 현이 양의 창자였고 현대에는 이게 금속줄로 바뀌었지만 바로크 악단은 현 자체도 아직 양의 창자를 그대로 쓰는데 그렇다 보니 쇠현 보다는 좀 거칠고 

어둡고 깊은 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또한 마태수난곡에서는 복음사가는 테너, 예수는 바리톤이고 그 연주는 복음사가는 오르간이 주 악기이고 

예수는 바이올린이 주 악기다.  합창곡은 현장을 묘사하거나 군중의 역할이고 장면이 전환되는 상황에서 합창곡이 나온다. 가장 중요한 독창으로 복음사가와 예수외에 독창으로는 알토는 카운터 테너가 하고 소프라노, 테너, 베이스 등이 있는데 이번 공연에서 복음사가 테너가 몸이 아파서 테너 아리아를 맡은 테너(재커리 와일더)역할을 동시에 했다. 그러다 보니 제일 많이 노랠 불렀고 3시간 넘는 시간 동안 해설자 역할의 

복음사가 독창과 테너 아리아의 독창까지 하느라 제일 바쁘고 가장 많은 곡을 불렀던 사람이었다. 

그래선지 잘해선지 공연 후 박수와 환호도 이 사람이 제일 많이 나왔다. 지휘는 하프시코드 연주자가 겸했는데(연주하다 지휘하고, 지휘하다 연주하고)이는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아닌 경우 대개 연주자가 지휘까지 겸했다 하고 바로크음악 연주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라고 한다. 오르간은 파이프 오르간이 아닌 무대용 오르간이었고 관악기(플루트, 오보에, 바순등)바로크 악기로 현대의 악기와는 다른 목관악기였다.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그래서 시대연주(작곡된 당시에 씌었던 악기, 조율법, 편성등을 충실히 

반영한 연주방식)를 선도하고 있는 프라이부르크 음대 출신들이 만든 오케스트라라 한다.

이번 공연은 독일(연주와 독창자), 스위스(합창), 한국(합창)의 출연진들이 합동으로 펼친 공연이었고 3시간의

긴 공연이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견디고(?) 끝까지 환호의 박수까지 치고 나올 수 있었다. 몇 번의 커튼콜이 있었고 그중 복음사가 역과 테너 아리아를 맡은 재커리 와일더가 가장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고(보통은 알토 아리아가 많이 제일 많이 받는다고...) 다음이 카운터 테너였고 예수의 바리톤이  그다음이었다.

3시간이 넘는 공연을 보고 나니 너른 서울식물원과 아트홀에는 봄이 그득해 있었다.

오랜만에 봄을 만끽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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