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당패 '원로' 공연
이곳 글들은 문화적 열등감에서 빚어진 내 발걸음에 대한 엉거주춤한 내 감성을 기록한 것들입니다.
마치 황새 쫓아가는 뱁새 다리가 찢어지듯... 그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불나방처럼 달려든 나의 얕디 얕은
감성의 기록이고 또 그 아마추어적 감동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기억은 짧고 감동은 오래이고 싶은... 주로 공연과 전시가 될 것입니다
2024년 11월 24일 강동아트 홀
남사당패의 공연을 직접 본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래전 야외 공연의 일부를 본 적은 있었지만 이 남사당패의 인간문화재들인 이 원로분들이 직접 나오는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늦가을, 겨울의 문턱에서 강동 아트 홀에서의 공연이었다.
남사당놀이 원로 예술인과 젊은 예술가들의 세대 간 지식 전수의 장이 펼쳐지는 ‘남사당 유니버스 : 원로’ 공연이 11월 24일 오후 3시 서울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에서 열렸다.
이분들이 세월이 흐르니 이제 80을 넘기고 예전처럼 힘찬 동작으로 춤을 추고 경쾌한 발자국으로 진풀이를 하지 못하는... 그런 연세가 된 것이다.
(사)국가무형유산 남사당놀이보존회(이사장 김복만)가 주관하는 이번 공연은 김용래, 임광식, 최종석, 지운하, 진명환, 이봉교, 김세하, 남기문, 남기수 9인의 남사당놀이 원로예술인이 참여해 그들의 예술 인생을 집대성한 무대를 펼쳤는데 여기에 그 전수자들이 함께하여 공연을 한 것이다. 그러니까 9인의 남사당놀이 원로 예술인뿐만 아니라 젊은 예술가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전통 남사당놀이의 가치를 재조명하며 세대 간 지식 전수와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특별한 무대인 것이다.
이 공연의 태평소 연주자가 지인의 스승이라 이 공연을 알게 되었고 그 덕에 공연을 관람하게 되었다.
남사당패는 꼭두쇠를 정점으로 공연을 기획하는 화주, 놀이를 관장하는 뜬쇠, 연희자인 가열, 새내기인 삐리, 나이 든 저승패와 등짐꾼 등으로 이루어지고 남사당놀이는 풍물, 버나, 살판, 어름, 덧뵈기, 덜미 등으로 구성된다. 풍물은 일종의 농악놀이로 공연 시작을 알리면서 구경꾼을 유도하기 위한 놀이라 볼 수 있다. 버나는 쳇바퀴나 대접 등을 막대기나 담뱃대 등으로 돌리는 묘기이다. 살판은 오늘날의 텀블링(재주넘기)과 같은 땅재주로, 잘하면 살판이요 못하면 죽을 판이란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어름은 줄타기 곡예를 이르는 말로 얼음 위를 조심스럽게 걷는 것만큼 어렵다 하여 남사당패 내에서만 쓰이던 말이었으나 점차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되었다. 덧뵈기는 탈을 쓰고 하는 일종의 탈놀이이다. 인형극을 이르는 덜미는 인형극에 나오는 중요등장인물에 따라 꼭두각시놀음, 박첨지놀음, 홍동지놀음이라고 부른다. 특히 꼭두각시놀음은 오늘날까지 전승되어 오고 있으며, 우리나라 전통인형극이 남사당놀이밖에 없다는데 역사적 의미가 크다. 남사당놀이는 1964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이번 ‘남사당 유니버스 : 원로’ 공연 연출은 남기문이 맡았으며 전통적인 남사당놀이 6마당(덧뵈기, 인형극, 줄타기, 풍물, 버나, 살판)을 원형 그대로 선보였다. 공연 중간에는 원로들과 젊은 세대 간의 대화를 통해 전통의 보존과 변화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여지는데 원로들의 “너희들 마음대로 해봐라, 우리가 있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전통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세대가 함께하는 화합의 무대로 마무리가 되었다. 나는 이 6마당을 처음으로 다 봤다. 중간중간 해설이 곁들여져 이해를 돕게 했고 부축하고 나오신 원로는 직접 공연을 못 뛰고 영상으로만 그분의 젊은 시절 공연을 보여 주었다. 가슴이 뭉클해져 왔다.
지금이야 무형문화재로 대접받고 예술인으로 살아가시지만 그 예전 그분들이 처음 이 남사당패에 발을 들여놓을 때만 하더라도 광대로 천대받고 또 이걸 전수하기까지 그 시절엔 얼마나 혹독하게 훈련을 받았을까 싶고... 그분들이 나와서 공연을 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사)국가무형유산 남사당놀이보존회 김복만 이사장은 “이번 공연을 통해 남사당놀이의 진정한 가치를 재조명하고, 전통예술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했는데 사실 요즘 젊은이들 중
전통 연희에 관심을 가진 분도 있지만 우리 전통 예술이 점점 맥을 이어가는 게 어려워지고 출연진 중 어떤 분이 극 중 대사를 이용하여... '이 짓도 못해먹겠다... 정부에서 예산을 다 깎아 누가 이걸 전수받겠냐'라고
푸념을 하는 대사가 나온다....
참... 기가 막혔다. 예산이 없어 이런 분야의 지원금도 줄인다고 하니... 뮤지컬의 경우 십 수만원의 티켓에도 매진이 되고 출연진의 인기도 대단하지만 국악공연은 대개 1~3만 원 수준이다.
그나마 지원금이 있으니 명맥이 유지가 되는 것이다.
남사당놀이보존회는 전통연희를 대표하는 단체로 한국의 전통놀이 발전계승을 위한 활동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남사당놀이의 브랜드 가치를 확대하고자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는데...
앞으로도 잘 전승이 되어 우리 전통 연희예술이 후대에도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혹시 나중에 이런 공연은 영상자료로만 감상하게 되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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