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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낭만주의 거장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밀레니엄 오케스트라 연주회

by James 아저씨

이곳 글들은 문화적 열등감에서 빚어진 내 발걸음에 대한 엉거주춤한 내 감성을 기록한 것들입니다.

마치 황새 쫓아가는 뱁새 다리가 찢어지듯... 그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불나방처럼 달려든 나의 얕디 얕은

감성의 기록이고 또 그 아마추어적 감동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기억은 짧고 감동은 오래이고 싶은... 주로 공연과 전시가 될 것입니다.



2025년 10월 30일 7:30 pm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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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가을의 끝 자락, 오랜만에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연주회에 갔다. 예술의 전당 계단을 오르니 오페라 극장 뒤편 산자락에 이미 단풍이 들었고 해가 지고 고즈넉한 늦가을의 풍광이 가슴에 먼저 들어왔다. 이번 공연은 평소 좋아하던 레퍼토리라 망설임 없이 예매를 했고 무척 떨리는 마음으로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피아노 협주곡 2곡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교향곡으로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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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공연전/ 중) 공연후/ 우) 퇴장하는 단원들

이번 공연은 낭만시대의 유명한 작품을 한데 모아 선보이는 <낭만주의 거장> 시리즈로 두 거장이 낭만의 심장을 연주한다는 공연으로... 프로그램 북 앞부분에 '세상 최후까지 남을 가장 강렬한 도입부'라는 아주 인상적인 문구가 보이는'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이 시작되었다. 결론은 말 그대로 정말 강렬한 인트로가 청중을 압도했다. 지휘는 한주헌

1악장은(Allegro non tropo e molto maestoso-Allegro con spirit) 웅장하고 풍부한 도입부다... 역시~

이 악장은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자유로운 환상곡 같은 분위기인데 오케스트라의 강렬함과 화려하고 육중한 피아노가 서로 대결하는 것 같은 도입부의 장대함과 후반부의 낭만적인 대비가 인상적이기도 하다.

관악기가 힘차게 시작을 하면 현악기가 쓰윽 들어올 때 피아노가 정말 강하게 들어와 대결하듯 한다.

2악장은(Andantino semplice-Prestissimo-Tempo) 느린 안단테로 나는 평화로운 전원의 모습이 떠올랐는데 프로그램 북에는 환상 속의 동화를 꿈꾸다 자장가로 돌아오는 느낌이라 했다.

3악장은(Allegro con fuoco) 피아노 협주곡 역사상 가장 장대하며 스펙터클한 악장이라 하는데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마주 지휘하듯 동작이 크고 고개가 뒤로 젖혀지기도 하고 긴 머리칼이 마구 휘날렸다. 정말 강렬한 인상이었다. 피아노 협연자는 예수아


사실 차이코프스키가 이 곡을 1874,5년쯤 작곡했다고 하는데 지금이야 최고의 명곡으로 자리매김되었지만 처음 이곡이 나왔을 때는 비평가들과 당시 유명한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에게 혹평을 받고 묻힐 뻔했으나 외국에서 연주되고 오히려 대 성공을 거두자 다시 러시아로 들어와 연주를 했는데 여기서도 대성공... 그러자 혹평했던 루빈스타인이 사과를 했다고 한다. 거장들도 때론 그런 실수(?)를 하는 모양이다.

이 곡은 그 후 클래식 음악 역사상 가장 유명한 협주곡으로 명성이 났고 그 도입부의 웅장함은 가히 압도적이라 할 만큼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데 압도적인 스케일뿐 아니라 서정미까지 넘쳐 내가 생각하는 피아노 협주곡에서 가장 위대한 곡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이 곡은 고전주의 협주곡 형식을 바탕으로 낭만주의 특유의 감정표현과 러시아 민속선율을 결합한 웅장한 서주와 선율의 아름다움, 고난도의 피아노 기교가 어우러진 작품으로 낭만주의 협주곡의 정점을 이룬 작품으로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https://youtu.be/AJuFMTHDl1Y?t=108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Tchaikovsky Piano Concerto No.1 in B-flat m, Op.23)


두 번째 연주곡으로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다.

사실 내겐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만큼 강렬하지는 않지만 낭만주의 협주곡(특히 피아노)으로 최고라 하는데 이미 전곡의 연주에서 감동을 한차례 세례를 받고 나서 그 감동이 떨어질까 봐 조마조마했다.

1악장은(Moderato) 조용히 피아노가 저음 반복으로 시작을 하고 오케스트라가 긴장감을 주듯 들어와 나중에 폭발적인 주제로 이끈다. 느릿느릿하게 들어와 최고조로 만들어 가는 느낌이었다. 내 걱정은 기우였다.

2악장은(Adagio sostenuto) 조용하고 서정적인 선율로 시작을 하여 목관악기 중심으로 멜로디가 이어지고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대화를 주고받듯 하며 어찌 보면 실내악 같기도 하다. 프로그램북의 소개에는 이 악장은 깊은 고요와 인간 내면의 정서를 음악적으로 형상화한 대표적 사례라 했다. 그래서 2악장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팦등에서 활용이 되었다고...

3악장은(Allegro scherzando) 피날레로 경쾌하고 박력 있게 시작을 하고 클라이맥스에서는 다시 1악장의 멜로디가 다시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는 감정적 고조를 재현하고 작가 자신의 심리적 회복과 재도약의 서사를 음악적으로 구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피아노 협연자는 세르게이 타라소프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은 그가 심각한 창작 슬럼프와 우울증을 겪고 회복기에 완성한 작품으로 1901년 모스크바에서 초연후 대중과 비평가들로 모두 극찬을 받으며 그의 명성을 결정짓는 작품이 된 것으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의 초연 후 악평에 비하면 너무나 대조적인 작품이었다.

초연 때 피아노 연주를 라흐마니노프 자신이 직접 연주했다고...

이 곡의 음악사적 의의는 기술적 난이도와 음악적 표현력에서 모두 최고의 수준을 요하는 작품으로 피아니스트들의 도전 목록에서 늘 최고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며 낭만주의 음악의 마지막 황금기를 대표하는 곡으로 올라있다고 한다.

https://youtu.be/YviN1tuXbzc?t=43

Rachmaninoff piano concerto No.2 ㅣ Seong-jin Cho (HELSINKI, FINLAND)

이어 중간 휴식시간이 있은 후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마단조 작품 27'이 연주되었다. 별로 들어 보지 못한 곡으로 이미 전반부 연주의 긴 시간으로 이 교향곡 연주에선 졸기도 했는데 이 곡이 연주될 때는 돌아갈 기차는 이미 떠난 시간이었고 귀가 기차를 포기하고 나니 편한 마음으로 나머지 시간을 감상했다.

현장에서 듣는것과 동영상으로 듣는 것의 차이가 너무나 달라 현장 공연의 그 압도적인 음향의 느낌이 동영상에서는 느껴지지가 않는다. 역시 음악은 현장 공연으로 들어야 한다는 걸 실감한다.


[프로그램]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내림 나단조, 작품번호 23 (피아니스트 예수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다단조, 작품번호 18 (피아니스트 세르게이 타라소프)

INTERMISSION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마단조, 작품번호 27


[출연진]

지휘: 한주헌

피아니스트: 예수아 / 세르게이 타라소프

 연주: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20251030_222205[1].jpg 연주가 끝나니 10시가 넘었고...

* 나는 이 연주 때문에 예매한 기차를 타지 못하고 말았는데 긴 연주시간에다 커튼콜의 연속과 앙코르곡 연주까지 3시간에 가까운 연주시간으로 예매한 기차표를 취소하고 일반 교통편으로 귀가하느라 시골집에 오니

12시 30분이 넘었다. 역시 시골 사람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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