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 연극 두편

타지마할의 근위병 & 리딩공연:오이디푸스

by James 아저씨

이곳 글들은 문화적 열등감에서 빚어진 내 발걸음에 대한 엉거주춤한 내 감성을 기록한 것들입니다.

마치 황새 쫓아가는 뱁새 다리가 찢어지듯... 그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불나방처럼 달려든 나의 얕디 얕은

감성의 기록이고 또 그 아마추어적 감동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기억은 짧고 감동은 오래이고 싶은... 주로 공연과 전시가 될 것입니다.


2025년 11월 29일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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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문턱을 들어선 11월의 마지막 주말... 다시 한번 LG아트홀엘 찾았다. 오랜만에 연극을 보러 왔다. 그것도 하루 2편을... 사실 원래는 29일 토요일에 열린 '리딩 스튜디오:연출가 edition'를 신청했고 (선착순 50명이라 사이트가 열리자마자 광클릭을 했다) 어쩌다 보니 신청이 성공하여 내게 초대권이 왔다. 이는 연극이 아니라 연극 대본을 배우들이 리딩형식으로 공연 아닌 공연을 하는 것이다. 나도 생소한 공연이라 잔뜩 기대를 하고 신청을 했다. 그런데 며칠 후 지인이 LG아트홀 스테이지 U+ 에선 연극공연이 있다고 그 연극을 보자는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연락이 왔고 나는 그날이 마침 내가 LG아트홀에 가는 날이라 흔쾌히 OK 하고 나는 연극 관람 후 다시 연이어 그곳에서 다른 연극을 보는데 그래도 되겠냐고 했더니... 그 지인도 OK...

(티켓이 생겼다고...) 어쨌거나 본의 아니게 사상초유의 같은 날 같은 곳에서 다른 연극 2편을 보게 된 것이다.


먼저 연극 3pm: '타지마할의 근위병': U+스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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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연극이란 장르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다. 그저 몇 년에 1편이나 볼까? 하는데 올초에 거의 10년 만에 1편을 보았고 오늘 2편을 보게 되니 올해는 3편이나 연극을 보게 된 해가 되었다. 우선 한 편은 일단 관심이

가는 게 타지마할을 만든 인도의 샤자 한 왕과 그 사원인 타지마할 완공과 그 비극에 관한 이야기였다. 흥미가 가는 주제였다. '타지마할'은 우리가 아름다운 건축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축물이고 인도가 자랑하는 세계적 건축물이고 정말 사진으로만 봐도 아름다운 건축물임에 틀림없다. 1648년 인도 무굴제국의 왕 '샤자 한' 대왕이 그의 왕비를 기리기 위해 인도에서 최고의 건축장인들과 석공들을 뽑아 16년에 걸쳐 완성한 그야말로 무굴제국 건축 예술의 정수로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세계적인 건축물이다.


이야기는

드디어 16년간 공사를 끝내고 공개를 하기 직전... 사원을 지키는 두 근위병의 대화로 시작이 된다. '말하지 않고 침묵한다. 뒤돌아 보아서는 안된다'는 명령이지만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황실의 말단 근위병인 '휴마윤' 과 '바블'이 타지마할을 등지고 보초를 서며 둘은 대화를 한다. 궁금한 게 많고 아름다운 것에 관심 많은 근위병 '바불'이 먼저 입을 연다. 그러나 규율과 서열을 중시하는 근위병 '휴마윤'은 안전과 출세를 위해 명령을 지키려 대화하지 않으려 한다. 별과 새, 발명 이야기로 밤을 견디는 호기심 많은 근위병 '바불'은 이 금기를 깨고 이야기를 하며 타지마할의 아름다움에 호기심을 참지 못한다. 결국 질서에 자신을 맞추고 명령을 최우선으로 하는 '후마윤'도 끼어든다. 그런데 둘에겐 생각지 못했던 임무가 주어지고 그들은 말도 안 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되고 그 여파는 그들의 삶, 우정, 아름다움과 의무에 대한 관념을 바꾸게 되고 비극이 일어난다. 이 연극은 아름다움과 권력, 명령과 양심, 우정과 책임이 충돌하는 순간을 집요하게 담아내며 체재의 이면을 드러낸다. 한 사람의 권력자가 비뚤어진 사랑의 기념으로 만든 희대의 걸작은 권력의 기념비가 되어 버리고... 그렇게

둘의 이야기는 비극의 종말로 치닫고 그 아름다움의 대가와 가치는 무엇인가... 에 대해 질문하며 끝을 낸다.


사실... 이 연극은 타지마할은 샤자한 대왕이 자신의 왕비의 무덤으로 만들려고 인도전역에서 뽑아온 최고의 건축가들과 최고의 석공들을 동원하였지만 더 이상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은 못 만들게 하려고 그 공사에 동원된 건축가와 석공들 1,800여 명의 손목을 몽땅 잘랐다는 전설을 기초로 하여 만들었다.

'후마윤' 역에는 뮤지컬 배우로 유명한 최재림이 열연했고 '바불'역은 연극배우 이승수였다.


5:30 pm: 낭독공연 '리딩스튜디오:연출가 에디션= 오이디푸스'

리딩스튜디오-김연민-750.jpg 이중 29일 공연 오이디푸스 공연을 보았다.

생소한 낭독공연이란다. 이게 뭘까... 궁금함에 신청을 했고 광클릭 덕분에 전석 초대공연인 이번 공연의 티켓을 받았다. 낭독 공연은 말 그대로 대본을 들고 읽듯 공연을 하는 것으로 무대가 아니라 스튜디오에서 각자 마이크 앞에서 자기 대본을 들고 읽는 것이다. 이는 마치 외화 더빙을 할 때 성우들이 대본을 들고 마이크 앞에서 연기를 하듯 각자의 대본대로 역을 맡은 배우가 자신의 대사를 하는 것이었다. 다만 이 리딩공연은 각자의 마이크 앞에서 한다는 것...


제목은 '오이디푸스'

그리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영웅 '오이디푸스 신화'를 대본으로 만들었다. 그리스 신화중 가장 비극적인 내용이고 그래서 누구나 이 왕의 이름은 들어봤을 것이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말도...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결과적으로 그 운명에서 벗어나려 했기 때문에 그 운명을 맞이해 버렸다는 클리세의 시초적 인물이고 '자기실현적 예언'이라리 불리는 비극의 예언이다.


테베의 라이오스왕은 델포이 신전에서 '자신의 아들인 오이디푸스가 아버지인 자신을 죽이고 어머니와 동침할 것이다'라는 신탁을 듣자 아들 오이디푸스를 양치기에게 넘겨주며 죽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양치기는 그 아이를 차마 죽이지 못하고 이웃나라 코린토스 양치기에게 넘기고 만다. 마침 코린토스 왕은 아이가 없어 이 양치기는 코린토스 왕에게 바쳐 오이디푸스는 옆나라 왕자가 되었다. 여기서 무럭무럭 자란 오이디푸스는 델포이 신전에서 신탁을 듣는데... 여기서도 '너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동침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그는 충격에 패륜을 저지르지 않으려고 야반도주를 하여 이웃나라 테베로 도망가다 좁은 길목에서 친부인 라이오스 왕과 마주치는데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서로 비키라 하다 싸움이나 오이디푸스는 라이오스 왕과 일행을 죽이고 만다. 마침 테베에서는 스핑크스가 자신이 낸 문제를 못 푸는 사람은 잡아먹고 있어 공포가 테베를 지배했는데 왕비는 이 스핑크스를 없애주는 사람에게 왕위를 주고 자신과 결혼하게 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어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자 스핑크스는 자살을 하고 이를 푼 오이디푸스는 영웅이 되어 정말 테베의 왕이 되어 그의 친모와 부부가 된다. 그리고 아이를 넷이나 낳게 된다. 동생인지, 자식인지 모를 아이들을...

정말 그렇게 신탁대로 본인이 모르는 사이 예언은 전부 실현이 되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안 왕비는 수치심에 절망하여 목을 매어 자살을 하고 이를 들은 오이디푸스도 진실 앞에 한탄하고 스스로 눈을 뽑아 실명한다.

이는 오이디푸스는 선왕인 라이오스 왕을 시해한 살인자를 찾으면 두 눈을 뽑고 나라 밖으로 추방하겠다고 한 공약을 실천한 것이다.

20251129_184851[1].jpg 낭독이 끝나고 배우들 인사

이는 누구나 다 아는 오이디푸스 신화 내용이다. 이걸 90분짜리 낭독 대본으로 만들어 공연한 것인데 아마도 이를 나중에 실제 공연하기 전 시연을 하는 게 아닌가 했다. 연출은 부새롬이라는 분이었고 배우들은 7분이

나왔는데 그중 두 분은 TV에서도 자주 뵌 분인데 이름은 모르겠다. 연기 특히 연극하시는 분들을 보면 역시 그 발음(diction)이 정확해서 놀랐다. 역시 연극 배우는 다르다는 걸 실감했다. 하나 같이 정확한 발음에 목소리가 성대 아래 저 밑 뱃속부터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나 훈련을 하면 저런 발음과 성량이 나올까 했다. 게다가 무대에서 움직이며 그 상황에 몰입하듯 하는 게 아니라 대본을 보며 읽듯 연기를 하려니 어색할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뱃속부터 울려 나오는 듯한 풍부한 성량과 정확한 딕션에 실제 연기가 아님에도 몰입감은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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