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 리딩 & 리스닝 스테이지

공연인 듯 공연 아닌 이상한 공연

by James 아저씨

이곳 글들은 문화적 열등감에서 빚어진 내 발걸음에 대한 엉거주춤한 내 감성을 기록한 것들입니다.

마치 황새 쫓아가는 뱁새 다리가 찢어지듯... 그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불나방처럼 달려든 나의 얕디 얕은

감성의 기록이고 또 그 아마추어적 감동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기억은 짧고 감동은 오래이고 싶은... 주로 공연과 전시가 될 것입니다.


2026년 1월 26일 8pm: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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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여 석의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서본 적이 있는가?

나는 서 봤다. 그것도 100분씩이나... 믿기지 않겠지만...

공연자로? 글쎄...?

아무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무대에서 바라본 객석의 위용은 정말 대단했고

이 무대에 서는 공연자들의 벅찬 가슴을 나도 느껴 봤다.

'공연인 듯 공연 아닌 이상한 공연'에서 말이다.

제목을 유추해 보면 그 답이 보일 수도 있다.

직역하자면 '읽고 듣는 무대'정도라고 할까?

올 첫 공연 참가가 바로 이 세종문화회관 공연이었는데

객석에서 앉아서 보는 관람이 아니라 무대에서의 경험이었다.

이 공연(?)은 세종문화회관에서 기획한 것으로

객석에서 바라보기만 했던 곳, 무대.

세종문화회관이 2026 세종시즌을 개막하며,

관객들을 그 비밀스러운 운 공간의 주인공으로 초대를 한 것이다.

올 2026년 세종시즌 공연에 담긴 음악을 미리 들으며, 공연이 건네는

영감과 질문을 보다 섬세하고 감각적인 방식으로 만나게 하는...

스크린샷 2026-01-23 085307.jpg 이상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에서

게다가 "문학동네 시인선이 건네는 시(詩)의 문장들을 통해 활자가 불러오는

깊은 사유와 음악이 여는 무한한 상상력이 포개지는 순간,

텅 빈 무대는 어느새 당신의 내면으로 가득 채워진 작은 우주가 됩니다"라고 하며 말이다.

다시 말해 이 '공연인 듯 공연 아닌 이상한 공연'은 무대에서 각자 편하게 자리를 잡고

올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예정인 곡들을 선정하여 미리 들려주고

관객은 무대에서 객석을 바라보며 편히 앉아

문학동네에서 엄선해 준 시인 27명의 시집을 자유롭게 꺼내 들고 시를 읽거나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음악을 들으며 각자의 사유에 빠지게 하는 것으로...

이걸 공연이라 해야 할지... 뭐라 해야 할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렇게 70여 명은 무대에서 각자 편한 자세로 시집을 꺼내 읽거나 눈을 감고 음악을 듣거나

무대에서 객석을 바라보며 감탄에 빠지거나 했다.

100분간 무대에서 말이다.

그것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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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바라본 대극장 객석의 위용

1,2,3부가 끝나고 시인과 무용수가 나와 시 낭독을 했고 관객들과 대화를 했다.

시인이 직접 낭독하는 시 낭독회... 시인은 어쩌면 그렇게 자기 시와 딱 맞는 목소리를

가지고 왔는지... 겨울밤, 그녀의 목소리로 시를 들었다.

제목 또한 '두부를 구우면 겨울이 온다'외 5편이었다.

시인은 한여진 님이었다.

또한 세종문화회관에서 5월에 'In the Bamboo Forest'라는 공연으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르는 서울시 발레단 시즌 무용수 이지영 님도 함께 했다.

그리고 다시 4부...

이렇게 100분의 '공연인 듯 공연 아닌 이상한 공연'이 끝났다.

입장할 때는 몰랐는데 퇴장하며 보니 그 통로는 출연자들이 무대에서 입. 퇴장할 때 쓰는 통로였고

내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를 언제 밟아 보며

또 이 비밀스러운 공간인 출연자들 통로를 드나들어 보나... 하는 마음

바로 세종문화회관의 은밀한(?) 곳까지 봤다는 이상한 만족감까지 더해졌다.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으며 이는 '미리 만나는 2026년의 장면들'이란 부제로 다음과 같았다.

image.png 이상 세종문화 회관 홈페이지

게다가 무대 위에는 이 무대에 맞게 문학동네 시인선에서

공연이 전하는 감동의 결을 꼭 닮은 시집들을 큐레이션 하여

무대 위에 마련된 서가에서 마음껏 가져다 읽을 수 있게 했고

음악과 함께 읽어 내려간 문장은 더 깊고 선명하게 마음에 새겨질 거라는 안내와 함께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발견하면 자유롭게 머물러주세요"라고 하여

나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발견했다.


'집이 비어 있으니 며칠 지내다 가세요

바다는 왼쪽 방향이고

슬픔은 집 뒤편에 있습니다

더 머물고 싶으면 그렇게 하세요

나는 그 집에 잠시 머물, 다음 사람일 뿐이니

당신은, 그 집에 살다 가세요'


'이병률 시인'의 말이었다.


그리고 이 이상한 공연이 끝나자 예매한 기차표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전철을 갈아타고... 겨울밤 여행하듯 집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