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
《꽃이 피는 아몬드 나무》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로 꼽히는 빈센트 반 고흐가 프랑스 남부 도시 아를과 생레미에서 그렸던 여러 점의 꽃 피는 나무 그림 중 가장 사랑받는 그림입니다.
1888년 3월 반 고흐가 아를에 도착했을 때 과수원에는 살구, 복숭아, 자두나무가 아름다운 꽃을 만발하고 있었습니다. 반 고흐는 깊은 인상을 받았고 그 풍경 그림을 하루에 거의 한 점씩 완성할 정도로 꽃 피는 나무라는 소재에 열광했습니다. 꽃 피는 나무는 반 고흐에게 영감과 희망을 주는 특별한 소재였습니다.
아몬드 꽃은 원래 분홍색에 더 가깝지만 강렬한 빛을 받아 본연의 채도를 잃고 흰색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푸른 하늘의 배경과 은은하게 빛나는 흰색 아몬드 꽃은 서로 어울려 단순하면서도 조화로운 매력을 뽐냅니다.
이 작품에는 당시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던 일본 판화에 대한 반 고흐의 관심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생략된 그림자와 명료한 색채, 굵고 뚜렷한 윤곽선은 일본 판화에서 차용된 요소들입니다.
반 고흐는 정물화를 그릴 때 작업실에서 그리는 편이 많았는데 이 아몬드 나뭇가지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그가 아몬드 나뭇가지를 꺾어 작업실로 가져와서 그린 후 푸른색으로 배경을 처리했든, 하늘을 배경으로 하여 아몬드 나뭇가지를 그렸든 간에 이런 방식은 반 고흐의 일생 전체에서 보기 드문 것이었습니다.
1890년 반 고흐의 동생 테오에게 아들이 생겼습니다. 테오는 형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반 고흐는 조카가 자신처럼 고독하고 우울한 삶을 살게 될까 봐 걱정을 한 걸까요? 처음에는 그 결정을 만류했지만 결국 동생의 뜻을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사실 그는 매우 기뻐했습니다. 생 래미의 정신병원에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던 그에게 이 소식은 삶의 희망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반 고흐는 자신의 조카의 탄생을 축하해 주고 싶었습니다. 반 고흐가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조카의 탄생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봄에 피어나는 아름다운 아몬드 꽃 그림은 새 생명의 탄생의 선물에 너무나도 잘 어울립니다. 푸른빛 하늘 아래 순백색으로 빛나는 아몬드 꽃잎 사이사이에는 환희가 넘쳐흐릅니다.
반 고흐는 조카를 하루빨리 보고 싶은 맘이었지만 정신병원에 있던 그에게 장거리의 여행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반 고흐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조카를 보고 싶은 마음과 조카에 대한 사랑을 듬뿍 담아 캔버스 위에 옮기는 것이었습니다. 이 일을 통해 그는 힘을 얻어 생 래미에서 자신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결심을 합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꽃과 푸른 하늘은 반 고흐의 인생에서 마지막이었던 봄의 모습이었습니다.
반 고흐의 천재성은 항상 인정되었지만 그의 인간미는 항상 잊혀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반 고흐에게는 '자신의 그림을 생전 단 1점 밖에 팔지 못 했던 화가', '자신의 귀를 자른 미치광이 화가', '평생 고독과 광기를 함께 한 화가'와 같은 부정적인 타이틀이 붙기 때문에 그에게 인간미를 느낀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꽃을 보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조카에 대한 사랑과 축복을 담은 희망의 메시지로 가득 차 있는 그림이 아닌가요? 조카를 사랑했던 화가의 이야기와 함께 아몬드 꽃 그림을 가만히 마주하고 있다 보면 느끼게 됩니다. 그도 우리처럼 느끼고 생각하는 평범한 사람 중 하나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