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는 고래래요

[뭐든지 할 수 있는 마음의 비밀,안나는 고래래요] 다비드 칼리,썬더키즈

by 제이미

안나는 조금 통통한 친구다. 수영을 잘하는 안나는 수영장에 가면 물이 출렁 거린다며 짓궂게 놀리는 아이들 때문에 조금씩 마음이 움츠러들었다. 어느 날 선생님께서 안나에게 말씀해 주신다. “네가 가볍다고 생각하면 가벼운 거야.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되거든.” 안나는 그 말에 자신감을 얻고 그다음 수영장에서 스스로에게 외친다. “나는 슈퍼 고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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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쫄보인 우리 엄마 덕분에 나는 어릴 적부터 용기 챌린지를 통해 성장했다. 엄마는 나를 본인처럼 겁쟁이가 아닌 자립적이고 자신감 있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지금이라면 상상도 못할 조금은 혹독한 방법으로 훈련 시키며 나를 키웠다. 덕분에 나는 보통 우리네 여자 친구들 보다 더 씩씩하고 독립적인 편인데, 그런 성격 덕분에 혼자 유학도 겁 없이 떠났다. 물론 두려운 마음이야 없었겠느냐마는, 이상하리만치 나는 항상 흔들릴 때마다 나에게 내가 말해주었다. “나는 할 수 있어. 그리고 할 수 없을 때가 있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엄마 아빠가 있기에 나에게 할 수 없는 것은 또 다른 방법으로 어떻게든 될 거야.” 그렇게 나는 정말 거침없는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내며 성장했다.


그런 나는 엄마가 되었다. 아이를 가지고 있는 모든 엄마들이 다들 그렇듯, 아이를 위해서라면 엄마는 세상에 못할 것 없다. 갑자기 슈퍼우먼이 된다. 내 안에 또 다른 하나의 심장을 품고 있다가 세상으로 내보내고 그것을 최선을 다해 키워 내는 일련의 과정들은 엄마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것들이 이렇게나 모든 일에 용기를 줄 일인가 싶다가도 이것들도 했는데 못할게 뭐 있겠노 싶다. 안 그래도 용감한 나는 어느덧 억척스러운 아줌마가 되었다. 우리 엄마가 그랬듯 나의 아이에게 항상 엄마가 있으니 용기 내라고, 무서울 게 뭐 있냐고 말해주면서 말이다. 똘똘하게 잘 커주고 있는 나의 꼬맹이는 나의 그런 응원을 받으며 긴장된 순간들을 마주해도 대견하게도 잘 넘어가 준다. “엄마가 내 마음에 있으니 용기가 났어요.”


어느덧 나의 꼬맹이가 자라서 조금은 나를 돌아 볼 시간이 생겼다. 나는 나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선뜻 마음이 동하지 않는 겁쟁이가 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 집 용기 아이콘인 나는 막상 책임져야 하는 나의 모든 사람들에게만은 누구보다 강하면서도 나 스스로에겐 줄 용기가 없다. 세상에 나의 이름 석 자를 들고 당당히 걸어나갈 자신이 없어졌다. 자라면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며 자신만만하게 살았는데, 그 많던 나를 향하던 용기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는 나의 꼬맹이에게 다 줘버렸나 보다. 나의 전부인 그 아이가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뱃속에서부터 바리바리 챙겨줬나 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그렇다면 나는 우리 엄마의 용기를 엄마 뱃속에서 들고 나왔던 거구나. 엄마의 훈련을 통해 그 용기가 제대로 힘을 내는 법을 배운 거구나 깨달았다. 그렇게 용기를 내어주면서 그걸 지키게 해주려고 더 용기가 있어지는. 엄마에게서 자식에게 흐르는. 그리고 또 흘러가는 용기. 그리고 사랑.


세상에 무엇인가가 되어 보려고 도전을 시작해 보려고 한다. 아니 꼭 거창하게 세상이 아니라, 그냥 내 마음속에서 나 스스로가 무엇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엄마, 와이프, 며느리, 딸. 이런 수식어들 말고, 그냥 본연의 꿈 많고 욕심 많던 나를 찾는 새로운 시작이 아직은 두려운 나에게 꼬맹이가 고사리 같은 손을 내민다.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손. “이게 뭐야?” 물으니 용기 주머니란다. 조용히 그 용기 주머니를 받아서 가슴에 내려놓았다. 위에서 아래로만 흐르는 줄 알았던 용기는 다시금 이렇게 되돌아오기도 하는구나. 그래. 너로 인해 또 용기 내어 자꾸만 도전하지 못하는 어설픈 핑계만 늘어대던 겁쟁이인 나는 멋진 내가 되어 보려고 한다. 내가 한없이 용감했던 그 시절, 우리 엄마의 용기를 충만하게 품어서 빛나게 살아온 것처럼 다시금 힘을 내어본다. 또, 꼬맹이에게서 충전된 가슴 벅찬 나의 용기를 조심스레 우리 엄마에게도 전해보려고 한다. 사랑은, 용기는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외쳐본다. “나는 슈퍼 고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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