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카카오와 네이버는 어떻게 은행이 되었나
· 저자 - 김강원
· 출판사 - 미래의창 | 2020.12
최근 몇 년의 금융서비스 변화를 종합적으로 보고 싶어서 이 책을 선택했다. 이 책 한 권으로 주요 변화와 방향을 훑어보며 흩어져 있던 생각을 꿰맸다.평소 금융과 핀테크 트렌드를 잘 쫓는 사람에게는 쉬운 책이니, 본인의 견해와 비교하며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책 속의 문장과 메모
1부 모든 비즈니스는 핀테크로 통한다 > IT의 습격, 금융의 중심에 선 핀테크
인터넷 전문은행이 도입된 2017년 초까지만 해도 국내 유수의 기관에서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시장 진입이 금융업에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고 예측했다. 그들이 제공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전통 금융기관에서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에 비해 크게 차별화되지 못해 고객이 체감할 가치가 크지 않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인터넷 전문은행 준비 소식을 들었을 때 전통 은행에서는 비대면으로 가입할 수 있고 이자와 수수료 절감한 상품과 인터넷/모바일 중심의 편의성 정도 생각했을 것이다. 점포에서 처리하던 다양한 업무가 온라인에서 100% 불가능하다는 가정을 했고, 금융업의 규제는 복잡하니 이를 극복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했다. 전통 금융회사가 겪었던 어려움을 신생 회사가 쉽게 극복하기 어려워 보였다. 금융 거래 채널이 다양해지는 것, 기존 금융을 보조하는 서비스 정도 예상하며 큰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변했다. 성장하는 핀테크 회사는 새 시대에 맞는 시스템과 인재를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그러나 전통 금융 회사도 여전히 존재해야 하고, 그들도 변하고 있다. 이 이야기도 책 뒷부분에도 나와서 그들이 축적해 온 학습과 사회적인 기능도 희망을 걸며 독서를 마쳤다.
1부 모든 비즈니스는 핀테크로 통한다 >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스타트업
수많은 스타트업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를 내걸며 혁신을 외쳤다. (생략). 기존 시스템에 딱히 불편함이 없는데 바꾸려 하거나 불편이 있어도 스타트업들이 제시한 방식이 기존보다 오히려 더 복잡한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지금, 블록체인 광풍이 불었던 당시 상황은 거품으로 규정되고 있다.
(생략).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일까? 바로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이며,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그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가'다. 어떤 기술을 사용했는지와 같은 요소는 고객 입장에서는 부수적일 뿐 서비스 성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한다.
신기술을 강조하며 사업을 하면 소비자의 감동을 얻기 어렵다. 이런 사례로 몇 년 전 블록체인 유행이 종종 언급되곤 한다. 블록체인 전문가가 아닌 대부분 사용자는 그 기술이 일상에 어떤 편리함을 주는지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거품이 되는 것인가 했으나, '어디에,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고민을 계속 하며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문제 해결하기'로 중심이 이동하는 듯하다.
2부 IT를 업고 부상한 신흥 금융 강자들 > 혁신을 만드는 거대 개미, 앤트 그룹
알리페이는 소액부터 빌려주면서 상환 여부에 따라 차츰 한도를 높여가게 했다. (생략). 알리페이는 금융기관들이 제대로 신용을 평가할 수 없어 돌려보내는 고객을 대상으로 경험적인 데이터를 쌓아 금융 상품을 제공한 것이다.
(생략). 알리페이에서 판매하는 온라인 상호보험 서비스인 상호보의 가입 기준도 즈마신용(芝麻信用) 점수다. 점수가 일정 수준 미만이면 이 금융 서비스에 가입할 수 없다.
자체 기준과 비금융 정보를 활용한 신용 평가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금융 기관이 아닌 쇼핑몰에서도 신용 평가하여 그 서비스에 맞는 구매력의 정의를 할 수 있다. 이런 것이 초개인화 신용 평가가 아닐까. 경제권을 가지고 있지만 소득이 없는 배우자, 소득이 불규칙하더라도 지출은 규칙적으로 하는 프리랜서의 소비 패턴은 은행보다 커머스 기업에서 분석이 쉬울 것이다. 고객에게 돈을 더 쓸 수 있게 길을 열어주는 만큼 리스크 관리도 동시에 강화하려는 노력도 보인다.
2부 IT를 업고 부상한 신흥 금융 강자들 > 같지만 다른 은행,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는 다른 은행들의 모바일 뱅킹보다 더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꼭 필요한 조회, 이체, 상품 가입 기능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없앴다. 대신 소수의 기능을 극도로 간편하게 하는 데 집중했다. (생략) 금융 상품에 여러 설명을 붙이는 순간 고객은 복잡해한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대신 고객이 쉽게 이해하고 가입할 수 있는 편리함을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
은행에서 적금의 종류가 다양하더라도 고객이 얻는 이익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보다 은행의 이율이 낮아졌으니 각각 다른 상품의 매력이 없어진 것이 안타깝기도 하다. 고객이 돈을 투자하는 방법이 다양해졌으니, 각 금융 기관에서는 고객이 기대하는 자산 관리 목적에 맞게 꼭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에 집중하면 충분하다. 물론 카카오뱅크 초기에 가입자가 폭발한 이유는 카카오프렌즈 영향도 있다.
2부 IT를 업고 부상한 신흥 금융 강자들 > 동남아시아 금융 시장의 설계자 그랩
더불어 각국 정부와 마찰을 빚는 우버와 달리 정부와 협력하며 법규와 제도를 최대한 따랐다. 그러면서도 우버가 새로운 기능을 출시하면 이들도 이를 즉각 반영해 고객에게 이탈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
2부 IT를 업고 부상한 신흥 금융 강자들 > 월가를 갈아엎은 신예, 로빈후드
개미 투자자가 많은 로빈후드에서 이런 쉬운 투자 방식이 금융 지식이 부족한 사람에게 투자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인식 없이 투기성 거래를 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있다. (생략). 로빈후드는 고위험 거래에 대해서는 거래 전에 금융 상품 이해도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관련 교육 콘텐츠를 보강하는 등 재발 방치에 힘쓰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랩과 로빈후드의 사례를 읽으면서 국내 핀테크 회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제도를 거스르는 것을 혁신으로 포장하는 것은 아닌지, 살짝 의구심이 든다. 금융 시장의 제도에는 불필요하고 절차뿐인 것도 있겠지만, 금융 시장의 질서와 고객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규칙도 분명히 있다. 고객의 클릭 한 번에 수행되는 많은 프로세스를 무시하고 서비스를 출시한 후 문제가 생기면 조용히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축소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시행착오로 고객이나 타사에 피해를 주었다면 사과하는 용기도 보여주었으면 한다.
2부 IT를 업고 부상한 신흥 금융 강자들 > 보험을 다시 쓰다, 레모네이드
레모네이드는 위험률차 이익을 과감히 포기한다. 다만 포기한 이익을 고객에게 환급하는 것은 법적 제약이 있어 그만큼의 금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한다.
고객도 자신이 받지 못한 보험금이 레모네이드에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좋은 곳에 기부되는 것이기에 과도하게 청구하는 사례도 줄었다.
레모네이드가 이처럼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중요한 이유는 현재 레모네이드의 보험 가입자 70%가 35세 이하라는 점이다. 앱을 통해 쉽게 가입할 수 있고, 보험료가 워낙 저렴하다 보니 젊은 고객층이 많다. 이런 요소는 보험 가입 후 해지율을 높게 만들기는 하지만, 향후 다양한 상품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장점이 있다.
레모네이드 사례 역시 전통적인 보험 회사가 유사한 상품을 내기 위해서는 IT기술뿐 아니라 전체 비즈니스 체계를 뜯어고쳐야만 한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보험 회사들이 혼란을 겪는 사이, 여러 인슈어테크 기업은 새로운 형태의 보험을 개발하며 시장에 변화를 만들고 있다.
전통 보험회사에서는 고객에게 어떤 믿음과 가치를 주느냐가 아니라 회사에 얼마큼 이익을 남기는지가 중요하다. 매월, 매주 동종 업계 순위 경쟁 계산에 바쁘다. 과거 산출 방식의 이익을 모두 끌어안으려니 새로운 상품의 기획이 어렵고, 판매와 유지가 쉬운 고연령층을 대상으로 매출을 확대하는 방식이 변하지 않는다.
인터넷 은행의 출범을 낮게 평가한 것처럼 디지털 전문 보험사의 전망을 낮게 보는 목소리도 있습다. 인터넷 은행 등장 시 겪었던 것처럼 기존 비즈니스를 유지하고 싶어서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닐까? 오래된 회사의 시스템 변화가 어려운 것을 이해하므로 새로운 시스템과 인재 영입으로 시작하는 디지털 전문 보험사가 기대된다. 고객은 미래에 있을지 모르는 손실 보상에 대비해 보험료를 지출할 마음이 있고, 노후나 사망을 대비해 보험금을 준비하고 싶어 한다. 보험에서도 고객의 문제 해결에 집중한 새 회사가 나타날 것이라 믿는다.
참고) 아래 이미지는 레모네이드 웹 메인 화면과 관련 기사다. 기사는 안타깝게도 레모네이드가 수익성을 찾지 못해 주가가 하락한다는 내용이다. 3월 중순 이후 아주 살짝 반등했으나 과거 수준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https://lemonade.com, https://www.infostock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7451
3부 핀테크 트렌드로 보는 미래 금융 > 닫혀 있던 은행 문이 열리다, 오픈뱅킹
은행도 남몰래 웃음 짓고 있다는 평가다. 은행은 원래 자사의 고유 기능을 공개하면 타격을 입을 거라 여겼다. 그러나 오픈뱅킹 시행 후 몇몇 은행은 고객 유치전을 통해 다른 은행에 있던 고객 자금을 끌어왔고, 다른 은행에 있는 고객 자산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 정보는 은행이 추후 새로운 금융 상품을 개발하고, 자산 관리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데 쓰일 수 있다. 자신의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를 새롭게 얻은 셈이다.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로 금융 서비스의 출발선이다. 핀테크 앱에서 스크래핑 방식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먼저 시작하였으나, 은행/카드사/증권사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하며 자산관리 영역에서 차별점을 찾는 것이 과제가 되다. 자사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추천하거나, 은퇴 설계에 전문성을 보이는 은행도 있다. 농협중앙회는 영농일지를 작성하면 손익을 분석해 주는 '마이농가'가 있다고 하여 관련 기사를 더 검색해 봤지만, 활용 사례는 못 찾았다. 어쨌든, 각자 전문성 있는 마이데이터 활용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NH콕뱅크, 이미지출처: https://www.nongmin.com/news/NEWS/ECO/FNC/351960/view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금융 서비스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벌써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몇 가지 앱을 이용해 본 결과 한 가지 아쉬움이 있는데, 그들이 제공하는 '평균 비교'에 공감이 되지 않았다. 진로, 직업, 소득, 소비 패턴의 경우의 수는 이 세상 사람의 수와 같다고 생각한다. 35세 여자 평균 소득, 41세 남자 평균 소비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개인화된 자산 분석과 방향 제시 서비스도 준비 중일 거라 믿고, 개인의 일과 생활이 존중받는 콘텐츠를 기대한다.
3부 핀테크 트렌드로 보는 미래 금융 > 핀테크 시대, 은행은 어떻게 변할까
지점의 폐쇄가 계속해서 이렇게 급속히 이뤄지지는 못할 것이다. 지점에 있는 은행 직원을 빠르게 감축할 경우 영업에 지장이 생길 뿐 아니라 노조의 반발을 직면하게 된다. 정부에서도 급격한 변화는 부담스럽다. 은행 지점을 없애면 고령층, 외국인 고객의 불편의 발생하고, 지점 주변의 정보 수집과 분석이 어려워져 지역 내 새로운 기업 탄생이 줄어든다는 연구도 있다.
고객의 방문이 뜸해졌다고 무작정 지점을 폐쇄할 수는 없다. 앞으로 은행은 개별 지점의 규모를 차츰 줄이면서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등 여러 시도를 할 것이다. 카페, 유통 업체 등과 협력해 고객의 발길을 붙잡고, 디지털화를 통해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은행 점포의 축소는 진행 중이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지난달 뉴스를 보니 은행을 찾아 먼 길을 가거나 2층까지 계단을 이용하기 어려운 분의 인터뷰가 있었다. 고령층이 아니어도 인터넷이나 모바일 사용이 여의찮거나 사람의 설명이 필요할 수 있다. 금융 서비스의 고객 편의성이 개선되더라도 금융 비즈니스의 모든 절차와 내용이 단순한 것은 아니므로 언제든 전문 직원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최근 은행을 방문해 보니 방문객이 적은 대신 공간이 쾌적하며, 직원의 설명을 차분하게 들을 수 있어 여유로운 대접을 받는 느낌이었다. 은행에서도 점포를 없애는 것보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모습이 반갑다. 화상상담을 하는 디지털 데스크를 도입하거나(우리은행), 서로 다른 은행이 모여 공동점포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있다(하나은행+우리은행, KB국민은행+신한은행).
에필로그 > 본질적 가치에 주목하면, 미래 전략은 명확해진다.
한국의 여러 전통 금융기관들은 (생략) 성공적인 핀테크 서비스들의 표면만 '따라' 했을 뿐, 해당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기업이 가진 철학이나 어떤 기능을 제공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 구체적으로는 특정한 버튼 하나를 어디에 배치하느냐까지 치열하게 토론해온 조직 문화적 요소까지 모방하지는 못한다. 화면 설계, 서비스 구성은 비슷했을지라도 해당 서비스가 주는 고객 경험에는 결과적으로 상당한 격차가 야기된다.
전통 금융 회사의 변화는 느릴 수 있다. 익숙한 시스템과 오래된 근무자의 안위를 유지하는데 에너지를 쓰기도 하고, 회사와 개인 성장 요인이 안 보여 능력 있는 직원들이 나가는 일도 반복된다. 디지털전환/채널팀은 회사마다 있으나 인재 영입은 쉽지 않은 눈치다. 다소 느리고 늦어도 괜찮으니 꼭 새로운 발명을 할 필요는 없다. 비전과 문제의식을 명확히 하여 전통 회사가 가지고 있는 학습과 데이터도 빛을 보길 바란다.
책은 쉽게 읽었으나 관련 기사를 더 찾아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데 시간을 더 썼다. 금융 회사에 근무한 기억으로 할 말이 많았나 보다. 이제는 소비자로 지켜보고 있다 :)
끝.
이미지 출처 및 글쓰기에 참고한 콘텐츠
책 표지 이미지 출처: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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