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팀장의 MBTI
팀장에서 리더가 되기까지 - 성향에 맞는 포지션은 없다
지난 3년간 팀장을 맡으면서 재미/호기심/스트레스 해소용으로 MBTI를 하고 기록해두곤 했다. 성향 테스트를 믿는 편은 아니지만 그때의 마인드와 심정을 결과로 보며 훗(!)하며 웃어넘겼다.
나의 MBTI는 3년간 3번이 변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진행한 검사라 정확도가 얼마나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3번의 변화 뒤에는 약 7-8번의 테스트가 있었으니 추세적으로 맞아 보인다. 그럼. 그간의 결과를 공유해본다.
(1년 차) ISTJ / 청렴결백한 논리주의자
신중하며 조용하며 집중력이 강하고 매사에 철저하며 사리 분별이 뛰어남
팀장이 되기 전까지 나는 성실한 매니저(팀원)였다. MBTI 평가에서도 ‘성실하고 규율을 잘 지키는 스타일’로 나오는데 내 할 일만큼은 남 못지않게 해냈고, 이런 모습을 상사가 좋게 평가한 것 같다. 나는 그동안 혼자 일하는데 익숙했다. 나만의 프레임을 만들고, 정답을 찾기 위한 내적 논리를 만드는데 흥미를 가졌다. 팀장이 되고 나서도 혼자 고민하는 시간을 좋아했고, 그 기간 동안 팀의 방향, 존재가치, 전략을 만드는데 힘을 쏟았다. ‘논리주의자’이라고도 말하지만 달리 보면 ‘범생’인 게 분명했다. 1명으로 시작한 팀원에게도 실수하거나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감정도 잘 숨겼다. 사안에 대해 깊이 분석하고 최대한 샤프(?)하게 보이기 위해 논리를 먼저 앞세우려 했다.
(2년 차) ESFP / 정의로운 사회운동가
마음이 따뜻하고 이야기 좋아하며 양심이 바르고 인화를 잘 이룸
I(내향형) 타입이었던 내가 처음으로 E(외향형) 타입으로 바뀌는 시기였다. 큰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서 팀원이 10여 명으로 늘어나면서부터다. 외부와 관계될 일이 많아지면서 ‘논리’로 설명 안 되는 일도 자주 발생했다. 타인의 행동과 의도를 ‘좋게 생각하고 해석하기’ 위한 인내가 필요했다. 이전까지는 스스로 프레임을 만들고 이해할 때까지 분석한 뒤 내가 이해가 안 되면 어떤 것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시간이 없었다. 사안에 대해 빠르게 답해줘야 했다. 소위 '비전과 미래를 파는 말'을 해야 했다.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1년, 5년 뒤의 이야기를 해야 했고 논리보단 상상력을 발휘해야 했다. 다양한 능력을 한데 모으기 위해 수시로 사람들을 독려했다.
(3년 차) 팀의 확대 + 원격근무 : INFP / 열정적인 중재자
정열적이고 충실하며 목가적이며, 낭만적이며 내적 신념이 강함
팀원 수가 15명을 육박하면서 나의 역할도 실무형에서 관리형으로 변했다. 팀 아래 두 개의 파트를 만들고 파트장도 생기면서 권한과 책임을 더 위임했다. ‘목가적’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 사전적 의미처럼 서두르거나 조급하지 않으려고 했다. 나의 능력보다 팀원들의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하고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한 '맞춤형' 고민들을 많이 했다.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신념에는 '목숨 건 헌신'을 보인다고 분석되는 것처럼 조직, 팀에 대한 애정도 컸다. 또한, 1년 만에 다시 I 타입에서 E 타입으로 바뀌었다. E 타입의 파트장 등 시니어 매니저와 호흡을 같이했던 게 컸다. 원격 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소통도 중요해졌다. 더 섬세하고 디테일해야 했던 게 ‘중재자’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요인으로 보인다.
(번외) 퇴사를 하고
이 글을 쓰기 직전에 다시 MBTI 검사를 해봤다. 결과는 3년 차와 동일한 INFP였다. 퇴사한 지 1달밖에 안됐으니 아직도 팀장 물이 안 빠진 진 거 같다. 물론 포지션에 맞는 MBTI는 없을 거다. CEO든, 리더든, 팀장이든, 팀원이든 그 상황에서 자신의 장점을 잘 찾아 끄집어내면 될 일이다. ‘내 성향은 이러이러해서 이 역할은 못 할 거야’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 역시 상황 변화에 맞춰 나의 잠재력을 계속 찾아다녔다. 지금 나는 새로운 변화에 놓여있다. INFP로 계속 살지, 또 다른 MBTI로 변화하여 살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번외2) 사업을 시작하고
최근한 MBTI는 INFJ가 됐다. 좀 더 계획적이고 목적 지향적으로 바뀌었다.
참고 및 인용
- 테스트/분석/그래픽 : 16 personalities
- 분석 : 브런치 MBTI 다시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