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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식탁] 짜장면 너무 비싼데 먹고는 싶을 때

by 길 위의 앨리스 Mar 11. 2025

라떼시절만 해도 졸업식엔 중국집이었다.(이래놓으니 되게 나이많은 것처럼 보이네) 다른 건 몰라도 외식엔 풍족하게 먹던 우리집 식구들은 그 시절 중국집에 종종 갔다. 그럴 때면 짜장면 말고 라조기, 난자완스, 팔보채, 깐풍기 등등....지금도 그렇지만 그 시절엔 더 비싸고 귀했던 요리류를 많이 먹을 수 있었다. 내 졸업식때도 우린 친한 다른 집 가족들과 함께 자주 다니던 번화가 식당촌에 있는 고급 중화요리집에 갔었다. 소화가 잘 안되는 편인 난 늘 게살스프를 시켰다. 따끈하고 달달하고 풍미좋은 그 스프가 어찌나 맛있던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늘 외식을 다양하게 비싼 걸 먹은 건 아니었다. 어느 날 외할아버지와 함께 레스토랑에 가서 먹은 소고기가 너무 맛있어 스테이크를 먹고싶다고 했는데, 엄마아빠는 모른 척하며 정육식당에 가서 두툼한 돼지고기를 구워주셨다. 그땐 그 고기맛이 아니라며 이상하다고 투정했고, 두사람은 합심한 듯 그 고기 맞다고 우겨댔다.

난 그래서 사실 직장에 취업할때까지 소고기와 돼지고기 맛을 구별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집 외식은 순전히 아빠의 입맛에 맞춰져 있었다. 구운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그는 우릴 숯불갈비나 고깃집에 거의 데려가지 않았다. 지금도 그는 수육 외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꼭 중식을 시켜먹는다. 그는 짜장면을 시켜 다 먹고나서 남은 양념까지 모아뒀다 그날 다음 끼니에 밥을 비벼먹기까지 한다.

짜장면이 더더 귀하던 그 옛날 중국집에 한이 맺혔는가 보다. (나는 그런 부모님 때문에 짜장면에 질려버려 잘 먹지 않게되었다)


 그런 나도 1년에 한두번 정도는 짜장면이 땡긴다. 그리고 먹어본 사람들은 모두 알겠지만 진짜 맛있는 짜장면은 나중에도 생각이 난다. 인천 차이나타운에도 짜장면 맛집이 있지만 그 근처에도 숨은 고수의 짜장맛집들이 있다. 인천이 개항도시라 그런가 유독 50년 이상 때론 100년의 전통을 지닌 오래된 중국집이 곳곳에 포진해있다. 들어가보면 70~80년대의 오래된 집구조를 가진 가게에 종업원분들은 자기들끼리 대화할 때 중국어를 한다. 그리고 젤 중요한 가격. 그렇게 물가가 많이 올라 집근처에서 배달을 시켜도 비싼데 그에 비하면 정말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았다. 보통 구시가지나 예전에 비해 거주자들이 많이 사라진 구석진 곳에 위치한 집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문전성시다. 젊은 사람들도 많이 오지만 그런 숨은고수의 집은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많다.


 하지만 그리 먼 곳까지 짜장면 먹겠다고 나가긴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누구한테 쌩뚱맞게 짜장면 먹으러 차이나타운 갈래? 하기도 거시기하고. 그리고 시켜먹기는 더더욱 힘들다. 물론 1인배달이 되는 가게들이 많아졌지만 솔직히 짜장면 먹고싶은데 최소배달금액 맞추려면 군만두라도 하나 더 시켜야하는데 그럼 아무리 저렴해도 만 이천원은 넘어간다. 한 끼에 12,000~15,000원을, 짜장면 하나에 쓰긴 정말 정말 아깝다. (이건 내기준이다. 짜장면 1년에 한두번 먹을까말까한 내 기준) 그러느니 짜장라면 먹고 말지. 그런데....그냥 짜장라면 말고 조금 맛있는 짜장라면 없을까. 그러다 찾은 사천짜장라면. 고춧가루를 조금 더 치면 짜장라면 특유의 느끼함도 잡아주면서 내 입맛엔 딱이다. 그정도 사치는 부려도 양심에 안 찔린다. 거기에 계란후라이도 한장

얹으면 진짜 꿀맛이다. 달디단 짜장면엔 달달한 단무지보다, 짭쪼름 칼칼하고 시원한 배추김치가 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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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비용 : 1,850원

✔️사천짜파게티 1.150원

✔️달걀반숙 1개 700원

✔️치트키 : 엄마표 배추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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