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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식탁] 중식은 중하니께-배달과 제철의 콜라보

된장찌개와 봄동겉절이 무침

by 길 위의 앨리스 Mar 05. 2025

  전국에 계신 백수삼식이세끼 동지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귀차니즘과 눈칫밥, 무직임에도 때되면 찾아오는 허기 속에서 꿋꿋이 세끼 잘 챙겨먹고 계시죠?


예, 백수가 되면 한끼만 먹겠다 다짐한 저는 뻔뻔하게도 요즘 세끼를 다 먹으며 삼식이세끼 클럽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아니,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막말을 한 자 누군가요?

역지사지를 해보지도 않고 그런 말을 하다니.

백수의 하루가 얼마나 빡센지 한번이라도 경험해봤다면 절대 할 수 없을 망발, 이제 근절되어야 합니다!

실직의 고통과 서러움, 집에서 혼자 괜히 느끼는 압박, 삼식이세끼를 다 먹으면 안 될거 같은 죄책감에

누워만 있어도 절로 경험하는 이 정신적 노동의 강도를 지가 아냐구욧.

그리고, 집안일은 얼마나 해도해도 끝이 없는지.

이건 KPI 설정도 성과측정도 힘들지 않습니까. 집안일 한번 한다 치면 하루종일 앉을 틈 없는 날도 많다구요.


전국의 동지 여러분. 그런 썩을 망발때문에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세상에서 제일 치사한 게 먹을 거 갖고 눈치주는 거라 안합니까.

일한다고 밥도 못먹게 유세떠는 인간들 속에서 우리, 당당하게 삼식할 권리를 외칩시다.

예, 우리는 숨쉬고 자고 먹을 권리가 있는 소중한 사람입니다!

은근한 가족의 인권유린에 저항합시다. 스스로 갖혀있는 노동 가스라이팅의 굴레에서 당차게 벗어납시다!


저는 우리가 눈칫밥과 귀차니즘, 예산의 압박을 해결할 틈새 삼식이세끼 해결전략을 앞으로 여러분께 하나씩 공유해볼까 합니다.

하루 단돈 만원, 만원에 초라하지 않으면서 간단하고 맛있는 세끼! 가능합니다!


*주의 : 반말을 양해바랍니다.




 3월이다.

난 오랫동안 3월이 싫었다.

3월이 되면 연말연시의 분위기도 사라지고, 개학과 더불어 모든 것이 바뀐다. 애써 적응해온 선생님, 친구들이 일상에서 사라지고 새로운 사람들 틈에서 또 관계를 만들고 적응하는게 늘 큰 스트레스였다.

특히 초,중,고 1시절이 가장 고통스러웠다.

사교적이지 않고 I성향이 강했던 내가 어쩌다 그시절 반장까지 되면서 대환장 콜라보를 겪었던 시기가 있었다. 선명히 기억하는걸 보면 그 시간을 지나는 게 회사생활보다 더 힘들었다.

그땐 아침이 오는 게 즐겁기보단 새로운 챌린지의 시작같아 두려웠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이가 들면서 그런 스트레스는 전보다 옅어졌지만 여전히 3월이 되면 이상하게 그렇게 기분이 좋지는 않다.

 추운 거 같은데 겨울은 또 아닌 거 같은 이 애매한 으슬으슬한 날씨도 그저그렇다.


 그럴 때일수록 좋은 음식을 잘 챙겨먹는 것. 그것이 하루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백수라고 제철음식을 먹지 말란 법이 없으니. 봄철에만 나는 제철음식을 그래도 잘 챙겨보려고 하는 편이다.


직장인 시절 오랫동안 굉장히 박봉인 시기가 길었다.

한정된 월급으로 저축과 생활비를 잘 맞춰가야해서 오래 먹을 수 있으면서도 건강하고 저렴한 식재료를 찾는덴 그래도 내가 도가 좀 튼거같다. (정말 자신있다)

봄동이 그 중 하나다.

물가가 많이 올랐다지만 그래도 4천원 미만으로 1인가구 기준 보름은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반찬이 가능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봄동겉절이. (레시피는 인터넷에 많이 나와있어 생략한다)

겉절이만으로 싫다면 봄동된장국, 샐러드, 채소탕(샤브샤브)으로 활용해도 좋은 것 같다.


며칠 전 시켰던 음식에 된장찌개 옵션이 있어 선택했다. 그렇게 옵션으로 달려 온 찌개 치고는 저렴한데 꽤 맛있고, 넣어야 할 채소와 팽이버섯까지 알차게 들어있었다. 그래서 배달음식과 먹을 때는 작은 그릇에 덜어 조금만 먹고, 보관용기에 넣어 냉장고에 넣어두었었다. 요즘은 반찬가게에서 3~4팩에 만원으로 랜덤반찬을 판다. 그렇게 반찬을 사면 사실 밥을 먹어야 끼니인것 같은 사람들에겐 질리지 않고 반찬돌리기를 해서 먹으면 잘 먹게 된다. 솔직히 혼자 있으면서 나물을 사다가 직접 무쳐먹으면 다 못먹고 버릴 때가 많고 품에 가격에 오히려 더 비싸고 낭비가 된다. 쉬이 상하는 나물류 등의 반찬은 조금씩 가게에서 사먹는게 이득이다.

그래서 그렇게 산 반찬들과, 부모님 찬스로 얻어온 나물까지 야무지게 덜어 점심밥 완성.


혼밥일수록 가능하면 좋은 그릇에 덜어 깔끔하게 먹으려고한다.  물론 설거지 최소화를 위해 많은 그릇을 쓰진 않는다.


✔️총비용 : 4,200원

✔️된장찌개(배달음식) 2,000원

✔️잡곡밥 셀프, 250원

✔️봄동겉절이 셀프, 200원

✔️궁채짱아치무침, 미자언니네, 500원

✔️더덕무침, 자연에찬, 1,250원

✔️치트키 : 방풍나물(엄빠찬스), 갓김치(배달반찬)


*비용은 1끼기준으로 책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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