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부는 창대하였으나 결말은 찌질하였다
어느 회사원의 대학원 면접 대참사 후기
"저....이건 당락에는 관계없는데요.
선생님이 쓰신 자소서가 지원자 통틀어서 제일 짧으세요.(엄지척)"
오 마이 갓.
분명히 써있는 지시대로 썼는데...아니었나보다. 이런.
비슷한 과가 있어서 뭘로 쓸지 한참을 고민해서 몇번을 바꿨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긴 버전의 자소서가 있었는데 프로필이라고 써있어서 안내문에 관련 경력 위주로 쓰라는 안내문을 읽고 있는 관련경력을 끌어다 쓴단게 뭔가 잘못된게 분명했다. 그리고, 우린 이미 다 알지 않은가. 당락에 관계없다는 말은....
음 이미 넌 아니야...
라는 말일 수도 있다는 걸.
원서를 내고, 필기시험을 보고, 면접장을 갈때까지는 몹시 설렜다. 어쩌면 나도 이 나이에 새로운 시작을 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자극받으며 살수 있을 거란 그런 기대와 희망. 이건 흡사 로또를
사놓고 아 어쩌면 모래알 중의 모래알 같은 확률이지만 누가 또 알겠나 하는 말 안되는줄 알면서도 마음속에
스멀스멀 피어나는 근거없는 기대감. 딱 그거였다.
그 이후로 뇌가 얼어붙어서 내가 뭘 지저귀고 나온 지도 모르고 면접이 끝났다. 그때부터 조금씩 기대감 대신 수치심이 스멀스멀 피어났다. 아주 활짝~ 돌아가는 길은 왜이리 길고 긴거야. 차안에서 동물의 괴성(?)을
몇번이나 짖은 지 모르겠다. 내가 무슨 동물로 빙의된건지도 모르겠다. (개나 야옹이는 아닌거같다)
그리고는 어디다 토로도 못하고(왜냐면 아무한테도 내가 로또를 샀단 걸 말하지 못해서)
자주 들어가는 작가지망생 카페에다 앞뒤 맥락없이 이 수치심을 살짝 털어놨다.
푸하하. 조회수 머선 일이고?
사람들은 자신이 찌질한 것은 싫지만, 찌질하고 멍멍한 사람을 보는 것은 좋아한다.
그것이 위안이 되는 모양이다.
그렇게 나는 사람들에게 내 찌질과 수치심을 전시하고 조회수를 얻었다.
그날 따라 왜이렇게 회사에서도 일이 꼬여대는지.
집에 와서야 차근히 면접장의 상황을 복기해보는데 마치 바퀴벌레 잡을 때 쓰는 그 연막탄이 번지듯
쪽팔림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교수님의 그 귀찮은 말투도 생각났고,
쥐어짜내듯 질문하던 면접관들의 얼굴도 떠오르고.
아.....싶은데 애써 폭격은 안한 것 같은 느낌적 느낌. (그게 더 쪽팔린다)
맥주캔에 코를 박은채로 이 지구를 떠나고 싶었다.
그런데 지구에서 사라지기엔 내 몸뚱이가 너무 크고 비대해서.
아무래도 이번 면접은 대폭망의 새 역사를 썼던 것 같다.
고백컨대 사실은 면접까지 가서 떨어진 역사가 한번도 없었다.
대학도 취업도. 재수없게 들리겠지만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살기 위해 정신승리를 해본다면...
일단 경험을 해봤단 것 (그 대학원이 어떤 사람을 바라는지는 조금 알것도 같았다)
내 글은 아직 갈길이 멀다는 것 (와.....그 거지같은 습작을 누군가 읽어보고 제목을 말해주는데 아찔했다)
부족함을 깨달았다는 것.
그래서 회사나 열심히 다니자....는 결론을....
내릴 것 같지만 그렇게 포기할 것 같으면 시작도 안 했다.
나의 그 찌질함과 만용과 수치심의 역사를 언젠가는 써먹을 날 있겠지.
또 오해영에서 에릭 엄마가 그랬다.
인간의 역사는 원래 찌질한 거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