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후 그냥 회사에서의 소소한 이야기들.
1. 입사하고 나서 보니, 신입박사는 단기간 퇴사율이 높아서인지 HR 직원과 지금 흔히 말하는 커피챗 타임을 주기적으로 가졌다. (몇프론지는 정확히 안 알려주던데, 관리할 정도면 무시할 정도는 아니라고만 생각했다.)
회사는 잘 적응하고 있냐, 어떻냐 물어보는데.. 대학원 시절에 비하면 아주 감사하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
다만 커피챗은 한 번인가밖에 못했는데... 다들 아는 그 역병 덕분 (?)에 이후로는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2. 파트에서 혼자 박사로 있는 것은 참 어색했다. 회사 들어온거는 얼마 안되지만, 보통 학위기간만큼은 연차 인정이 되서 갓 책임급으로 승진한 분들보다 내가 연차가 빨랐다.
그래서 적응을 빨리 해서 1인분을 해야된다는 부담감이 심했다.
첨엔 따라하면서, 그 다음엔 좀 바꿔보면서, 그러다 새로운걸 해 보면서 흔히 말하는 proactive한 인재로 거듭났다는 것을 느꼈다.
3. 밥을 맨날 사 먹다가 회사에서 세끼를 꼬박꼬박 제공해주니... 살이 찌더라.
시간이 지나니 식사 메뉴 패턴이 어느정도 파악이 되었는데.. 신기한건 그 메뉴들이 싹 물릴 때쯤, 한 번씩 독특한 메뉴를 내놔서 물리지 않도록 한다.
그러다가 어쩔땐 런던베이글뮤지엄 불러오고, 밀도식빵, 노티드도넛도 불러오고... 해서 아직까지 완전 구내식당에 물리진 않았다. (파견 기간이 끝나면 회사 구내식당이 엄청 보고 싶지 않을까?)
4. 스타벅스가 생겼다. 이제 굿즈사러 멀리 안 가도 된다는 행복함.. (오히려 임직원들 간 더 치열할라나..?)
5. 입사를 하면 입문교육을 가는데, 해당 교육장이 밥이 꽤 괜찮았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SVP선배하면서 알았지만... 교육생들이 많이 오면 규모의 경제로 밥퀄리티가 올라가고, 반대로 교육이 없는 휴지기에는 밥퀄리티가 눈에 띄게 내려간다. 시장원리를 이렇게 쉽고 간단하게 이해시켜주다니...
6. 2년 정도까지 달리다가 3년차 때 딱 번아웃이 왔다.
내 사수가 회사를 다니면 3/6/9가 온다고 했다. 슬럼프가 오는 시기.
그 3을 처음 겪으니 내가 달려서 뭐하나... 회의감이 들고 그랬는데...
"계속 다닐 곳인데"는 생각이 들어 아주 오래지나지 않아 마음을 다잡기는 했다.
그리고 6년차는 워낙 다이나믹하게 지내서 번아웃을 느낄 틈이 없었다. (응, 사실 지금입니다.)
7. 내가 2년차가 됐을 때 신입의 사수를 바로 맡은 적이 있다.
속으로는 "저기요... 저도 이제 겨우 적응했는데" 했지만...
근데 인복이 있어서인지 스스로 자기 할 일도 찾고, 질문도 잘하고, 자기 분야도 잘 잡는 똑똑한 부사수를 만났다.
되려 과연 내가 좋은 롤모델일까. 항상 고민하게 된다.
[스레드에서 작성한 나는 어쩌다 이 회사에 들어왔는가 11-13편을 내용 추가하고 다듬어서 게시하였습니다.]
- 스레드 11편: https://www.threads.net/@jamongcoffee/post/DA9ZVK1Mku3
- 스레드 12편: https://www.threads.net/@jamongcoffee/post/DA9arsyMAnN
- 스레드 13편: https://www.threads.net/@jamongcoffee/post/DA9b5dBsUx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