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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자의 휴식 Jun 12. 2020

기자생활7_#카페 방랑기

기자는 카페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유목민들에 가깝다. 신문 기자는 대부분 회사에 들어가지 않고, 방송 기자도 제작을 제외하면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는다. 기자실에 가는 경우도 많지만 언제나 마음의 고향은 카페다. 특히 최근엔 코로나로 기자실을 폐쇄한 곳이 많아 더 한적하고 조용한 카페에는 늘 기자들이 있다. 기자(들 중 일부, 늘 말하지만 상황마다 다르다)가 즐겨 찾는 카페들의 특징을 정리해봤다. 개인적인 감상이니 그냥 재미로 봐주면 되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자만의 특징이라기 보다는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랑 크게 다르진 않다.


드라마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에 나오는 아키코의 카페. 이런 데가 정말 있다면 출근 도장 매일 찍을 것 같다.

1. 충전할 데가 있는가

정말 중요하다. 노트북으로 일하다보니 충전할 곳이 있냐 여부가 매우 중요한 조건이다. 아무리 커피가 맛있거나 분위기가 좋아도 충전기를 꽂을 데가 없으면 선뜻 발길이 가지 않는다. 충전을 하지 않고 노트북으로 일하게 되면, 내심 마음이 불안해지게 된다. 갑자기 현장으로 갔을때 이 노트북이 꺼지면 어떡하지 하고 줄어드는 배터리 만큼 집중력도 잃게 되는 편이다. 자리마다 콘센트가 있으면 베스트고, 적어도 카페 안에 2~3곳은 콘센트 석이 있으면 좋다. 딱 1군데만 있다면? 그 자리는 그 카페의 명당이 되고 갈때마다 늘 충전하고 있는 다른 손님에게 자리를 양보해야만 할 것이다.


2. 회사와 그리 멀지 않은가

은근 중요하다. 자리마다 콘센트가 있고 커피가 아주 맛있어도 회사와 멀면 일단 탈락이다. 언제든 불러도 뛰쳐나갈 수 있는 항시대기조여야 하기 때문. 내 기준에는 도보 15분 이내로 회사에 갈 수 있는 곳이다. 더 이상 멀어지면 사실상 자택근무랑 크게 다를 바가 없어진다. 또 회사라 칭했지만, 기자들에게 사실상 라인, 출입처와 그리 멀지 않은가로도 정리될 수 있다. 여기서 '라인'이라고 하면 사회부 사건팀의 경우 종로경찰서를 중심으로 한 종로라인, 강남경찰서를 중심으로 한 강남라인 등 본인이 사건사고를 챙기는 지역이라고 보면 된다. 출입처는 말그대로 출입하는 곳. 정부청사든 어디 기업이든 그 일대로 보면 된다. 즉 본인의 '나와바리' (구역을 뜻하는 속된 일본어 기자 용어) 주변이어야 한다는 게 필수조건이다. 


3. ★기자가 많이 없는가

2번까지는 일반적인 이용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3번은 어떤 의미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기자가 너무 많으면...정말 피하게 된다. 카페에서 전화로 취재하는 경우가 많으니 타사 기자들이 듣는 것도 조심스러운 일이고 무엇보다 그냥 굳이 가고싶지 않다. 그리고 기자들은 대부분 서로 기자인지 쉽게 알아보는 매의 눈을 가진 것 같다. 딱 봐도 무거워보이는 백팩, 무덤덤에 가까운 표정, 카카오톡 등 무수히 띄워진 인터넷 창, 노트북에 붙여진 회사 로고 스티커, 전화 받을때 "네~00일보 누구인데요~"라는 목소리. 내가 기자분들을 알아보는 시그널들이다. 동종 업계 타사가 있으면 아무래도 신경쓰이고 살피게 되고 그렇지 않겠나. 가급적이면 기자가 없는 카페에 가서 맘편하게 일하고 싶은 심정이다. 문제는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게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바라기 때문에 그런 카페는 사실상 거의 없다. 굉장히 보석 같은 카페를 발견해 동기 몇몇들에게만 슬쩍 귀띔해줬지만 이미 누군가에게 유명한 아지트였던 적이 허다했다. 


아키코가 만든 샌드위치. 저기 식판 옆에 내 노트북과 가방을 놔두면 딱이겠다 딱이야.

4. 이하 개인적인 취향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새로운 카페를 찾아 헤맨다. 기자들이 잘 모를법하지만, 일하기 참 좋은 카페. 최근에는 풀이나 꽃같은 식물들이 좋아져서 가급적 화분이 많은 가게들을 고른다. 또 나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서 차 종류가 다양한 곳에 간다. 에이드나 아이스티 말고 허브티 종류가 많은 곳이면 좋겠다. 먹는 걸로 얘기하자면 간단하게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을 곁들여 파는 곳이면 좋다. 대충 밥처럼 먹고 시간을 아낄 수 있으니까. 그리고 클래식 음악이나 잔잔한 곡이 흘러나오길 바란다. 전화할때마다 들락거리지 않아도 되고 작업에 집중하기도 좋다. 마지막으로 테이블이 넓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짐은 왜 이렇게 많은지. 옆 의자에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고 충전기 꽂고 이것저것 자료들을 펼쳐놓아도 부족함이 없는 그런 카페. 좋은 카페가 있으면 2순위 정도는 추천해주면 정말 고맙겠다. 나도 마음속 1순위 카페는 나만을 위해 비밀로 남겨두려고 하니...각자 오늘도 즐겁고 편안한 카페 생활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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