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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자의 휴식 Feb 03. 2024

일본생활2_#오미야게 문화란

일본 유학중에 느끼는 단상 기록

일본에는 '오미야게(お土産)'라는 것이 있다. 한국어로 말하자면 기념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확히 오미야게 문화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번역이다. 사전적 의미는 아래와 같다.


1. 여행지 등에서 가족이나 지인들을 위해 사가는 선물

2. 다른 사람의 집을 방문하거나, 오랜만에 만났을때 전달해주는 선물


보통 1번으로 많이 사용된다. 한국 사람들도 해외 등 어디 여행 다녀오면 기념품 사오지 않나? 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도 특히 제주도 여행을 가면 평소에 먹지도 않는 초콜릿을 종류대로 사오곤 한다. (백년초, 감귤, 오미자 등등 함유량이 실제로는 5% 미만일 것 같은 인공적인 맛이지만)


물론 그렇지만, 일본 사람들은 한국보다 조금 더 '오미야게'에 진심이다. 3가지로 나누어 경향을 분석해보자면...


1) 지역한정, 기간한정

 일본은 한국보다 월등히 해외여행 비율이 낮고, 상대적으로 국내여행을 가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일본 각 지역과 지자체별로 유명한 오미야게가 존재한다.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오미야게들을 보면 도쿄의 도쿄바나나, 홋카이도의 시로이코이비토 등이 있다. 재밌는 것은 '한정(限定)' 개념인데, 그 지역에 가지 않으면 그 오미야게를 못 사는 경우가 많다. 예로 도쿄바나나는 진짜 도쿄에서만 팔고, 시로이코이비토는 홋카이도에서만 판다. 한국에서는 쿠팡이나 네이버 쇼핑으로 전국 각지의 유명 기념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진짜 그 지역 아니면 구하기 어렵다. 이러한 지역 한정의 장점을 잘 활용하고 있는게 한국에선 유일하게 성심당이랄까? 또, 비슷한 개념으로 이 시즌에만 살수 있는 기간 한정의 오미야게들도 많다. 발렌타인이나 크리스마스 기간에만 딱 출시하고 그 메뉴를 없애버리는...기왕이면 특별한 오미야게를 사서 주고 싶은게 사람들 마음이니까, 아주 잘 먹히는 마케팅 기법이다. 나도 그중에 한 명으로 특히 지역 한정 오미야게에 환장하는 타입이다...

일본에선 대부분 지역마다 이런 오미야게 코너가 있다!

2) 작게라도 나누어먹자

 이걸 이렇게만 줘도 되나? 일본생활 초기에 야마나시현 여행을 다녀와서 오미야게를 사오고 나눠주기전에 이런 딱 생각이 들었다. 10개~20개 들어있는 과자를 개당 한 명씩 나눠준다거나, 맛별로 조금씩 모아서 작은 봉투에 새로 담아서 준다거나. 일본의 오미야게 문화는 통상적으로 '양'을 따지지 않는다. 한 개라도, 조금씩이라도 맛보라고 나눠주는 경우가 많다. 통 크고 손도 큰 한국인으로서 처음엔 갸우뚱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작은 과자 하나라도 받으면 그렇게 고맙고 행복할 수가 없다. 회사나 알바처, 학교 등에서도 여행, 출장을 다녀온 친구들이 오미야게 한 통을 데스크에 놔두고 "1개씩 가져가서 즐겨주세요!"라고 적어놓은 경우도 많이 봤다. 양보다 맛? 모두 조금씩 맛보기의 느낌이다.


3) 보은

 오미야게는 기본적으로 사람 사이의 '정'을 나누는 문화다. 주는 사람이 이 차, 과자, 음식 등이 유명한 이런 곳에 다녀왔고 견문을 넓히고 돌아왔습니다~라고 보고하면, 받는 사람은 고맙게 받아서 먹은 다음에 반드시 보답한다. 적어도 내가 오미야게를 주고 받는 친구들 사이에선 100% 그렇다. 오미야게는 꼭 여행 후 기념품이 아니라, 본인이 사는 지역의 특산물일 수도 있고, 우리 동네 베이커리에서 파는 작은 빵일 수도 있고, 직접 만든 쿠키일수도 있다. 주고받는 과정 속에서 서로 우리는 오미야게를 챙겨주고싶은 바운더리 안에 있는 사람이구나 라고 느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도쿄역에 있는 오미야게 코너(라고 하기엔 지하철 역사 한 칸 수준의 큰 규모)를 정말 좋아한다. 대부분 도쿄 한정 제품들이지만, 가끔 '오키나와 특별전' 이라던가 '홋카이도 특집' 이런 식으로 팝업 스토어를 열어서 내가 자주 못가는 지역들의 오미야게들을 맛볼 수도 있다. 그러고보니 지난해 '다카야마'라고 일본 3대 와규로 유명한 소도시를 방문했었다. 도쿄에서 5시간 넘게 걸려서 간 만큼 다카야마 한정 소고기 맛 포테이토 칩, 소고기 양념장 등을 왕창 사왔는데 돌아온 날, 도쿄역에서 '다카야마 특별전'을 열고 있었서 맥빠졌던 기억이...

도쿄역에서만 살수 있는 도쿄 한정 오미야게들! 도쿄바나나(실제로 현지인한테 큰 인기 없음)말고도 더 맛있는거 많으니 꼭 드셔보세요

 참고로, 나의 최애 오미야게는? 홋카이도 오미야게인 '시로이 코이비토'이다. 거의 10년 전에 처음 먹고 반한 이후로 여전히 부동의 1위다. 한국어로는 하얀 연인...삿포로의 눈을 떠올리게 하는 맛이라고 광고하고 있는데, 쿠크다스의 초고급 버전 랑그드샤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내게는 한국갈 때마다 소중한 사람한테만 나눠주는 그런 오미야게다. 그럼 다들 일본 곳곳에서 특유의 오미야게 문화를 경험해 보시길!

영롱한 시로이코이비토
오사카 출장 중에도 유명한 당고를 사다 준 윤원 언니, 대만인 동기가 준 아직도 원재료를 모르는 쫀쫀한 젤리
주변 사람들에게 받은 작고 소중한 오미야게들. 특히 옥수수 덕후인 나에게 취향저격이었던 홋카이도의 옥수수 초콜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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