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대도 아니고,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나이가 되었다. 사람을 상대하고 세월을 겪어낼 줄 아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고 좋은 것과 해야 할 것을 구분할 수 없는 나이도 되어가고 있다. 지금은 그때와 삶도 태도도 감성과 감정도 다르기는 분명 많이 다르다.
젊음은 마냥 추억이다
요즘 들어 나이가 들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때가 있다. 예전 내가 어렸을 적 초등학교 때 옆방 살던 24살 언니는 엄청 아가씨였는데 지금은 마흔쯤 되어도 아가씨인 사람들이 많다. 예전에 비해 현 나이의 80%가 진짜 신체적 나이라고 했고, 일부러 철석같이 믿는다면 난 아직 30대 초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들었다고 느끼는 순간을 누군가가 했던 말을 인용해서 얘기하자면 더 이상 나이트에 가서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로 설명할 수 있다.
내가 살던 동네는 유명한 대학가이다. 맨 처음 락카페가 생겼던 곳, 어딜 가나 춤추고 술 마시고 노래하기 좋은 환경. 대학 시절, 늘 맥주 한잔에 한국 댄스 가요가 미치도록 나오는 곳에서 친구와 단둘이 춤추고 노래하다 귀가하곤 했고 그 추억은 얼마 전까지도 다시 해보고 싶은 시간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한 세대, 한 세대 위로 올라가고 있었고 내가 보던 어른들의 생활 영역, 방식들을 쫓아하기 시작한다. 덜 움직이고, 덜 애쓰고, 덜 화내고.
나를 성장시키는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예전엔 이해할 수 없는 깊은 마음도 이해하고, 차마 직선적으로 내던지지 못하는 마음속 질문도 이해하게 된다. 서로 간에 하지 말아야 할 말도 구분하게 되고, 상처 받아도 상대가 모르게 하려는 애도 써보고는 한다. 어느 순간 나 때문에 상대가 쓰는 신경이 미안해지고 중불로 우려내듯 끓이는 사골 사랑에도 애끓는 마음을 깊이 던질 수 있다. 보여주기 위한 보여줌 보다 보여주지 않기 위한 숨김에 감동하고, 내가 없는 순간에도 나를 떠올릴 시간들을 상상해 낼 수 있게 되고 있다. 없다고 없는 게 아니고 마음 쓰이게 하는 그들은 나를 위한 많은 것들을 나름 하고 있고 점차 그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젊지 않아지고 있는 성장은 사람을 볼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아직도 나는 청춘이고, 이십 대 못지않은 열정도 지녔다. 사랑은 불 같아야 하고, 사람은 끈끈해야 하며, 그 사이 정은 애끓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직은 혼자 상처 받고, 혼자 그리워하고, 전전긍긍하는 시간은 여전히 많지만 이 또한 차츰 괜찮아지고 있으니 좀 더 덜 젊어지면 온전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한 해가 속사포처럼 지나쳐 사라지고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으나, 점점 젊지 않아 진다는 것을 마냥 서운해하지많은 말자. 누군가 그랬다. 청춘이 지나면 아프지 않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