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영국 광고표준위원회 금지 광고 두 편
2019년 영국 광고표준위원회(ASA, Advertising Standards Authority)는 두 편의 TV 광고를 새로 도입된 규정에 따라 금지했다. 두 편의 광고는 필라델피아 크림치즈와 폭스바겐 eGolf 자동차 광고였다.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광고는 아기들을 돌보며 어설프게 행동하는 초보 아빠들을 코믹하게 그린 광고였다.
폭스바겐 광고는 유모차 옆에 앉아 있는 여성을 담은 광고였다
새로 도입된 규정은 젠더 고정관념의 강화를 우려하는 내용이다.
“Advertisements must not include gender stereotypes that are likely to cause harm, or serious or widespread offence."
“광고는 성별에 기반한 해로운 고정관념을 포함하거나 이를 조장해서는 안 된다.”
두 광고가 해로운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한다는 대중의 민원에 따른 조치였다.
필라델피아 광고에서는 두 명의 초보 아빠는 음식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움직이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신들의 아기가 실수로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가는 것을 발견한다. 그중 한 아빠가 “엄마한테는 말하지 말자(Let’s not tell mum)”라고 말한다.
https://www.youtube.com/shorts/H_jwWb_k-fI?feature=share
민원인들은 이 유머러스한 광고가 “남성은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없으며, 그 무능력으로 인해 아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해로운 고정관념을 강화한다고 주장했다.
몬델레즈 측은 ASA에 “모든 육아 책임을 엄마들이 맡는 전형적인 이미지를 피하기 위해 두 명의 아빠를 등장시켰다”라고 했다. 하지만 ASA는 “이 광고가 남성은 아이 돌보기에 서툴다는 인식을 강화했다”며 방영 금지를 결정한다.
폭스바겐의 전기차 eGolf 광고는 절벽 위 텐트 속 남녀, 두 명의 남성 우주비행사, 남성 패럴림픽 선수, 유모차 옆 벤치에 앉아 있는 여성을 차례로 보여준다. 자막에는 “우리가 적응하는 법을 배우면 어떤 것도 이룰 수 있다(When we learn to adapt we can achieve anything)”라는 문구가 나온다.
https://www.youtube.com/shorts/KyS4a-TROWw?feature=share
민원인들은 이 광고가 남성들은 모험적인 활동에 참여하는 반면, 여성은 “수동적(passive)”으로 묘사되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성 암벽 등반가는 잠을 자고 있었고 또 다른 여성은 아이를 돌보는 전형적인 역할로 표현한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심리학자인 다니엘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에서 ‘시스템 1’은 빠르고 직관적으로 사고하며, 복잡한 세상을 단순한 이야기로 묶어낸다고 설명한다. ‘시스템 2’는 느리고 논리적, 하지만 시스템 1의 판단을 정당화하게 된다. 사람들은 짧은 장면 속에서 조차 자동적으로 인과 관계를 추론하고 스쳐 지나가는 장면 속에서도 스스로 빠르게 의미를 찾고 인과를 만들어낸다.
문제는 이 과정이 ‘자동적’이라는 데 있다. 예를 들어, 남성 두 명이 아이를 실수로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는 장면을 보면 우리는 곧바로 “남성은 아이 돌보기에 서툴다”는 이야기를 의식하기도 전에 만들어낸다. 여성의 곁에 유모차가 놓여 있으면 “여성은 돌봄을 맡는 존재”라는 인과를 덧붙인다. 광고는 단지 짧은 장면일 뿐이지만, 우리의 시스템 1은 그것을 ‘사회적 진실’처럼 해석하며 빠르게 머릿속을 지나간다.
이때 한 번 만들어진 인과적 해석은 쉽게 수정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후광 효과’다. 특정 인상이 형성되면 우리의 생각은 그 인상에 맞게 세상을 해석한다. 좋은 첫인상은 이후의 모든 행동을 긍정적으로 보이게 만들고 나쁜 인상은 그 반대로 작용한다. 광고 속에서 만들어진 성별 이미지 또한 후광효과처럼 한번 형성되면 생각을 바꾸는 데는 더 큰 경험이 필요하다. 남성은 활동적이고 여성은 돌봄에 익숙하다는 인상은 이후 수많은 장면과 이야기 속에서 반복적으로 강화되어, 더 자주 마주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광고의 본질적 문제는 ‘명시적인 차별’이 아니라 우리의 뇌가 자동적으로 인과를 해석하는 것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광고를 비판적으로 분석하지 않는다. 사회 속 고정관념은 ‘생각하지 않아도 믿게 되는 이야기’로 자리 잡는다. 광고가 위험한 이유는 수많은 대중의 생각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을 설계하기 때문이다.
관련 BBC 보도
Gender stereotyping law bans these two adverts (UK) - BBC News - 14th August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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