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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치는 아이의 엄마로서

수능 하루 전! 그리고 수능날

by 김지혜

수능 하루 전!

외국과 일이 많은 난 일하는 시간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 낮과 밤이 자주 바뀐 엄마가 아침에 혹시나 늦잠 자서 못 깨울까 봐 아이는 걱정이다.

"엄마가 평소에는 잘 못 일어나도 돈 받고 일하러 갈 때는 한 번도 늦은 적 없어!, 걱정 말고 자, 나를 믿어봐"

아이가 수능 전날 안심하고 푹 자면 좋겠다는 생각에 달리 설득할 말이 없었다.

아빠도 일찍 깨워주겠다, 할머니도 일찍 깨워주겠다, 나도 깨워주겠다,라는 말을 듣고서, 알람도 여러 개 맞추고서야 아이는 안심하고 잠이 들었다.

엄마가 안 깨워서 수능을 못 친 아이의 엄마가 되고 싶진 않았다. 밤에 몇 번씩 깨서 시간 보고, 또 자고를 반복했다. 근처 사는 친정엄마는 아침 일찍 콩나물을 먹어야 잘 걸려서 붙는다며 콩나물을 들고 오셨다. 내가 대입시험을 치는 날도 엄마는 콩나물 무침을 도시락반찬으로 싸주셨던 기억이 떠오른다.

처음 겪는 고3엄마, 그나마 모범생인 아이 덕분에 내가 그다지 한 게 없는데도 아이는 스스로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했다. 공부라고는 1도 하지 않는 한량인 동생을 보며 억울해하기도 했다. '동생은 행복해 보이는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들게 공부해야 하나'라며 투덜댔지만 아이는 잘 극복했다.

시험 당일 아이를 수험장에 데려다주는데 자꾸만 마음이 뭉클해진다. 그동안 힘들었던 날들을 뒤로하고 하루의 시험으로 평가받는다는 게 짠하다. 어린아이가 겪은 그 힘든 여정이 안쓰럽다.

수능 시험 치러 들어가며 엄마랑 눈을 맞추지 말라는 말이 있다. 엄마랑 눈을 마주치면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엄마 생각이 난단다. 공공연하게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야기에 나는 시험 치러 가는 아이의 눈을 맞추지 못했다. 아이를 안아주고 싶었지만, 그것도 아이에게 부담 줄까 봐하지 않았다. 아이는 들어가는 모습도 쳐다보고 있지 말아 달라고 했다. 몰래라도 보고 싶었지만, 학교 앞 경찰들의 교통정리에 차를 세워둘 수가 없어서 허겁지겁 아이를 보내고 와야 했다.

수능날, 고3 엄마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있다.

시험날 최악은 도시락을 열었는데 엄마 편지가 있다는 것!

한 엄마는 미역국을 아이에게 끓어 주었다고 한다. 미역국은 시험에 떨어진다는 부정적 의미가 있다. 그런 날 미역국을 도시락에 싸준 엄마의 의도는 심오했다. 시험을 잘 못 쳐, 학교에 떨어진다면 아이 스스로를 원망하지 말고 엄마가 싸준 미역국 때문이었다고 생각하라는 의미에서 미역국을 싸줬다는 스토리다.

시험 치는 동안 아이가 긴장해서 배가 아프면 어쩌나, 혹시나 실수를 해서 스스로를 원망하면 어쩌나 내내 걱정이었다.

시험 마치기 30분 전에 수험장 근처 차를 세우고 학교 앞에 갔다.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님들이 하나둘씩 모인다. 어느새 학교 앞은 설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모두가 말없이 조용하다.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아이가 시험을 다 치고 핸드폰을 받았는지 카톡이 온다. 카톡은 마쳤는데 대기하라고 해서 불만인 내용이다. 다행이다. 슬픈 내용이 아니어서...

아이가 나오면 시험에 대해서는 절대 묻지 않으리라, 그리고 조용히 안아주리라!

아이가 힘들었을 생각을 하니 자꾸만 눈물이 나려 한다.

아이가 나온다. 내성적인 아이는 친구와 같이 오며 엄마가 너무 큰 리엑션을 할까 봐 눈짓을 준다.

결국 안아주지 못했다. 친구랑 같이 걸어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이 편안해 보였다. 다행이다.

차를 타고 가며 아이의 폭풍 스토리가 쏟아진다. 나라면 못해냈을 고뇌의 시간을 참 잘도 참아냈다.

힘든 시간을 인내하는 엄청난 여정을 지나왔다. 심판의 마지막 과정도 겪었다. 어른이 되는 마지막 단계, 탈피의 고통을 잘도 견뎌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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