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다양성과 ADHD의 문화 간 관점 차이

나는 어디까지 ‘나’로 존재할 수 있을까

by 김지혜

국가와 문화에 따라 개인의 정체성은 다르게 형성된다.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것이 중요한 문화가 있는가 하면, 내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가 나를 규정하는 문화도 있다. 서구 사회가 개인의 고유한 특성을 정체성의 중심에 둔다면, 한국 사회는 여전히 소속과 관계, 그리고 타인의 시선을 통해 개인을 정의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차이는 신경다양성을 가진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제24회 다양성을 위한 문화 토크(Cultural Talk For Diversity)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신경다양성, 특히 ADHD가 각 문화와 직장 환경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지원되는지를 다루었다. 이번 세션은 한국과 벨기에를 중심으로 문화, 일, 그리고 신경다양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알 수 있었다.

Sophie Lambert는 한국과 벨기에의 직장 문화에서 ADHD가 어떻게 다르게 해석되는지를 비교한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서구권에서는 ADHD의 특성이 창의성, 높은 에너지, 열정과 같은 강점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한 한국 조직 문화에서는 예측 불가능함이나 업무 리스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포용 정책이 하나의 기준에 머무르지 않고, 문화적 맥락과 신경다양성을 함께 고려하는 교차적 접근이 필요성을 강조했다.

벨기에의 사례는 이러한 접근이 제도로 구현된 모습이다. 벨기에에서는 ADHD를 유전적이고 선천적인 신경 특성으로 이해하며, 필요할 경우 별도의 학습 공간이나 업무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법적 지원이 존재한다. ADHD는 ‘고쳐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조정하고 지원해야 할 차이로 인식된다.

물론 벨기에 역시 과거에는 ADHD를 산만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특성으로만 바라보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도 그러한 인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변화는, 개인의 인식과 무관하게 요구가 있다면 지원해야 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반면 한국에서 ADHD는 여전히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주제다. 학교에 지원 제도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이를 드러내고 신청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부모가 아이의 ADHD를 밝힘으로써 ‘다수와 다른 아이’로 구별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ADHD는 도움을 받기 위한 정보가 되기보다 숨겨야 할 낙인이 되기 쉽다.

벨기에를 비롯한 서구 일부 국가에서는 ADHD가 법적으로 장애로 인정되어 합리적 편의 제공의 대상이 되는 반면, 한국에서는 의료 중심의 접근이 여전히 강하다. ADHD는 지원이 필요한 신경의 차이라기보다, 치료해야 할 병이나 정신 질환처럼 인식된다. 이러한 인식은 진단을 미루거나 거부하게 만들고, 결국 ADHD를 가진 사람들을 사회적·정서적 문제아로 낙인찍힌다. 그러나 ADHD는 방치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 모든 배경에는 한국 사회 특유의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타인의 시선이 중요한 사회에서, ‘엄친아’와의 비교는 자연스러운 기준이 된다. 대중과 구별되는 순간, 소속감은 흔들리고 외로움이 밀려온다. 다름은 곧 불편함이 되고, 그 불편함은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서구 사회가 자폐나 ADHD를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다양성의 한 형태로 받아들이려는 시도는 인간 한 명 한 명이 가진 차이를 존중하겠다는 의도적 선택에 가깝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다름을 불편해 할 수도 있지만 함께 살아가겠다는 선언이다.


한국에서도 개인주의는 분명 강화되었다. 하지만 그 개인주의조차 나와 비슷한 사람들 속에서만 안전함을 느낀다. 사회가 수용하는 기준에서 벗어난 ‘다른 나’는 타인의 시선 이전에 스스로에게 가장 큰 불편함이 된다.


내가 나로서 존재하고 싶다는 욕망은 분명 존재하지만, 여전히 용기가 필요한 선택이다.


신경다양성, 특히 ADHD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는 단순히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오랫동안 사람을 어떻게 정의해 왔는가에 대한 문화적 질문이다. ADHD를 고쳐야 할 문제가 아닌, 지원이 필요한 차이로 인식하는 전환은 법과 정책 이전에 사회의 태도를 요구한다.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더 이상 개인의 내면에만 머물지 않고 학교와 조직, 그리고 사회가 함께 답해야 할 질문이다. 인구 소멸의 위기인 한국 사회는 이제는 ‘동질감’을 넘어, 다름과 함께 하는 방법을 실천할 때이다. 신경다양성에 대한 대화는 그 변화를 향한 조용하지만 중요한 시작점이 될 수 있다.



Cultural Talk For Diversity는 문화와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에 대한 인사이트를 나누는 커뮤니티로 서로 배우고 지식을 공유하며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통해 함께 성장하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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