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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Lee Dec 29. 2016

한한령(限韩令), 과연 중국의 사드 보복인가?


한한령(限韩令) 은 정말 사드 보복인가? 한류 컨텐츠의 몰락은 한한령 때문이다?


2016년 7월, 한반도 사드(THAAD) 배치가 결정된 후 새로운 단어가 떠오릅니다. 한국산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의 방영과 한국 연예인의 중국 내 매체 출연을 전면 금지하는 ‘한한령(限韩令 ; 한류 금지령)’ 입니다.


중국 정부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진행된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 내 혐한 감정은 급속도로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즉 한한령은 반한(反韩) 감정이 응집된 결과물이라 볼 수 있습니다. 7월부터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이라도 하는 듯 중국인 내방 스케줄이 연달아 취소되고 8월에는 상용비자와 선상비자 요건이 갑작스럽게 강화되어 많은 분들이 손해를 보기도 하셨을 겁니다. 연예계는 이보다 더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많은 매체들은 이 모든 것의 원인을 오로지 사드 배치에서 찾습니다. 비록 한한령이 공식 문건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나 지난 7월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결정된 직후부터 한류 금지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보였기 때문에 이것이 실존한다 할 수 있고, 이미 여러 산업에서 한한령의 실체가 점점 드러나고 있다고 말입니다. 일부 매체에서는 중국 정부가 한한령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여 중국 내부에서 한국 컨텐츠와 관련 인사들의 출입이 제재당하고 있다는 것처럼 보도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규제 강화와 제재의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과연 사드 배치만이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라 보는 게 맞는 걸까요?


실제로 한중 합작 프로젝트가 중단된 사례들이 많이 확인되고 있으며 중국 내에서 한류 컨텐츠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것도 맞습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을 정확하게 보려면 한한령 외의 부분을 살펴봐야 합니다. 문화 제국주의와 한류 컨텐츠의 약세, 그리고 관광 트렌드의 변화가 바로 우리가 살펴봐야 할 부분이고 이 모든 게 엮여 있는 다이너마이트의 불을 붙인 게 한반도 사드 배치가 되겠죠.


한류(韩流) 약세와 문화 제국주의   

 


전 한류의 힘은 컨텐츠의 다양함과 우수한 품질이었습니다. 허나 지금은 중국에서도 충분히 다양하고도 질 좋은 컨텐츠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한중 합작을 통해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기도 했고 한국에서 히트 친 작품의 판권을 사드려 여러 중국판 한국 예능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그들만의 경험과 노하우가 쌓였고, 이는 중국 내수시장의 흐름과 소비자층의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중국 내 관련 기업들의 무기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한류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굳이 한국 컨텐츠가 아니어도 소비자 입맛에 맞는 다양한 컨텐츠를 이미 보유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언제든 자체적으로 제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영화 등 영상물은 한 나라의 문화적 요소를 전달하기에 가장 편리하면서도 효율적인 매체 중 하나입니다. 배경, 음악, 의복 및 장신구 디자인 등을 통하여 관람객은 자연스럽게 수 백 년 또는 수 천 년 전의 문화와 만나게 되니까요. 중국은 이렇게 제작된 다양한 컨텐츠들을 문화 제국주의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힘을 앞세워 세계 시장에 중화 문화의 우수성을 전파하며 문화적 지배를 통한 세계 시장 점유를 꿈꾸고 있습니다.


중국 자체적으로도 양질의 다양한 컨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된 이 시점에 한류 컨텐츠의 무기는 무엇입니까?


방한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가 사드 보복의 결과물?


사드 배치로 인해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었다는 말은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입니다.


한국 관광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방한 중국인 수는 7월 917,519 명을 시작으로 8월 873,771 명, 9월 726,266 명, 10월에는 680,918 명까지 감소했습니다. 동년 대비 관광객 수는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7월부터 계속해서 하락세를 면치 못 하고 있습니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 외의 눈에 띄는 변화는 개별 관광객 수의 증가입니다. 올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중 개별 관광객이 60% 이상입니다. 관광 트렌드가 변화한 겁니다.


관련기사 : 단체 관광객 감소에 한한령까지… 화장품업계 ‘긴장’(아시아경제)


고객의 대부분이 단체 관광객이던 면세점 업계는 이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업계 소식에 따르면 사드 배치 발표 후 단체 관광 예약이 줄어들었고 그때의 예약 감소가 이제 조금씩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너도나도 방한 중국 여행객을 끌어드리려 혈안이 되어 있지만, 그에 대한 대비는 미비한 상태입니다. 지금까지는 중국 관광객이 한국을 찾는 이유가 매우 명확했습니다. “쇼핑” 이 주된 원인입니다.    


여태까지는 상품의 우수성을 주장하며 유명 연예인을 통한 마케팅을 하면 비교적 쉽게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관광객들의 니즈가 점차 다양해짐에 따라 우수한 품질 하나만으로는 더 이상 관광 대국의 자리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옆 나라 일본도 좋은 상품을 많이 가지고 있고 심지어 중국 상품의 품질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추세니까요.


한한령(限韩令)은 비록 공식 발표된 것은 아니나 위처럼 한국 경제의 중심을 흔들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 사드(THAAD)가 현 상황의 유일한 원인이라 볼 수는 없습니다. 많은 문제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고 사드는 그 도화선이 된 것뿐입니다. 그럼 지금 상황에서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준비하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걸까요?


재미있게도 한류 컨텐츠의 엄청난 제재에도 불구하고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는 여전합니다. 티몰(天猫)에서 제공하는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은 이번 광군제 행사에서 작년과 동일하게 중국 기준 해외 국가 매출 순위에서 3위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제품의 품질에 의존해선 더 이상 경쟁력을 갖기 힘듭니다. 플랫폼을 넘어 이제는 컨텐츠의 시대가 도래했기에 상품과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가 오히려 큰 의미를 갖습니다. 소비자층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브랜드 및 상품의 스토리를 활용한 타겟 마케팅이 기업의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또한 한국 관광산업은 유난히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큽니다. 이는 즉 중국 관광객 수가 줄어들면 관광 업계는 큰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국가 편중과 관광 컨텐츠의 부족, 그리고 낮은 재방문율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전의 관광 컨텐츠가 모두 쇼핑에 집중되었고 그중에서도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컨텐츠가 주가 됐다면 이제는 한국을 찾는 개별 관광객을 타겟층으로 한 새롭고 다양한 관광 컨텐츠의 기획 및 생산이 필요한 시점에 우리는 함께 서있습니다.


한한령은 분명 한국 경제에 위협적입니다. 하지만 이번 위기를 통해 한류 컨텐츠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조금씩 개선해나가고, 중국 의존성 또한 조금씩 줄여나간다면 우리는 더 큰 기회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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