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우정본부, 밀크티 브랜드 요양더차(邮氧的茶) 론칭
투자 업계에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요 며칠 사이에 중국 복건성 푸저우시(福州) 시에 위치한 우체국 약국(中邮大药房 / 중국우정본부가 오픈한 매장으로 기존 오프라인 우체국과 동일하게 우편 및 택배, 금융 서비스와 함께 약 제조 및 판매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하 '우체국 약국') 지점 한 곳에서 요양더차(邮氧的茶 / 이하 '요양더차) 를 오픈하였다는 소식이었다. 우체국 약국은 중국우정본부에서 운영하는 약품 소매점으로 이 거대한 조직이 밀크티 산업에 발을 들였다는 뉴스는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우체국에서 밀크티를 사 먹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마치 상상 속에서도 일어나기 힘들 법해 보이는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 2020년 연말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중국우정본부는 도시와 농촌 가릴 것 없이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9천 개의 집배국(배달과 수거 담당)과 5.4만 개의 영업지국소, 42만 개의 온라인 쇼핑몰(邮乐 / 중국우정본부가 TOM 기업과 함께 만든 온라인 쇼핑몰. 이하 '요우러') 자원이 있다고 한다. 우체국이 가지고 있던 엄청난 온/오프라인 네트워크 덕에 요양더차는 단 하나의 매장을 오픈했을 뿐이지만, 밀크티 시장을 당당히 석권하게 되었다.
중국우정본부의 밀크티 산업을 향한 열망은 아주 조용히, 그러나 신속하게 현실화되었다. 그리고 그 열망은 꽤나 노골적으로 비쳤다. 나이쉐차(奈雪的茶)는 홍콩 거래소에 곧 상장할 예정이고, 희차(喜茶)도 IPO를 준비 중이다. 신진 밀크티 제왕으로 불리는 미쉐빙청(蜜雪冰城)은 빠르게 매장을 늘려가고 있고, 커피 업계에서 유니콘으로 일컬어지는 Manner라는 브랜드는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를 무섭게 올리고 있다. 중국의 식음료 산업에서는 하루 걸러 하루씩 새로운 브랜드 생겨나고, 그 브랜드들이 탈(脱) 신인급 행보를 펼치는 경우가 아주 빈번하게 목격된다. 그 누구도 기업의 생존을 예측할 수 없는 불안정한 시장에 국가 기관이자 창의성 따위는 없을 것 같은 중국우정본부가 뛰어든 것이다.
누가 감히 이 상황을 예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결국 요즘 시대에는 누가 나의 경쟁상대가 될지 모른다는 것을 중국우정본부가 증명해 낸 셈이다.
요양더차라고 불리는 밀크티 전문점이 중국 복건성 푸저우시에 위치한 우체국 약국 내에 오픈하였다. 매장 인테리어와 음료컵의 디자인은 중국우정본부의 대표 색상이라 할 수 있는 노란색과 초록색을 위주로 꾸며졌다. 우체국 약국의 공간을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음료 매대 뒷편에는 약재가 가득한 수납장이 놓여져있고, 음료 섭취가 가능한 공간도 카운터 앞 옥외 좌석밖에 없다고 한다. 메뉴의 가격대는 7위안에서 23위안 사이에 분포하고 있으며, 오리지널티, 밀크티, 과일 라떼, 과일차 등 4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있다.
중국우정본부가 기존의 사업과는 다른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하며, 요양더차의 오픈 소식은 다양한 SNS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웨이보(微博)의 인기 검색어에 오르기도 하고, '진짜 이름 잘 짓는다', '한번 가서 마셔보고 싶다', '중국우정본부 소속 직원 특별 할인가가 있는지 궁금하다', '우체국 약국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건 알았지만, 밀크티를 팔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밀크티도 무료배송인가요?', '우체국 택배처럼 늦지만 않았으면 좋겠다'와 같은 재미있는 반응들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이미 요양더차를 방문하여 후기를 올린 사람들도 있다. '맛있고 줄을 서지 않아도 돼요',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맛이 좋았어요'와 같은 좋은 후기도 있지만, 맛이 전체적으로 달고 특별하지 않다는 날카로운 평도 보인다.
중국우정본부는 요양더차를 오픈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암암리에 준비를 해 왔다고 한다. 기업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인 티엔옌차(天眼查)의 자료에 따르면 요양더차의 운영 주체는 2020년 10월에 설립된 복건성요양더차식음료관리유한공사이다. 등기자본은 1,000만 위안(한화 약 17억 4,400만 원)이다. 경영 범위는 음식 배달, 식품 경영, 도시 간 운수 서비스를 포함한다.
기업 설립 후 1개월 후인 11월에는 중국우전본부헝타이의약품유한공사에서 요양더차의 상표권을 등록 신청하였다. 중국우전본부헝타이의약품유한공사의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중국우정본부캐피탈이며, 이 기업의 모든 주식은 중국우정본부 그룹이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더욱 놀라운 사실은 중국우정본부에서 카페도 오픈했었다는 것이다. 우체국 카페(邮局咖啡 / 이하 '우체국 카페')는 샤먼(厦门)에서 꽤나 유명한 곳이다. 투자 업계의 정보에 따르면 중국우정본부는 작년 하반기에 카페를 오픈하였는데, 매장의 규모는 비교적 작은 편이며 빈티지 인테리어로 잘 꾸며놓아 나름의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식음료 산업에 국가 기관이 뛰어들었다. 재미있는 것은 요양더차나 우체국 카페에서는 밀크티나 커피를 판매할 뿐만 아니라 우체국 본연의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는 것이다. 고객은 요양더차와 우체국 카페에서 의약품을 구매할 수도 있고, 편지를 보내거나 전기세를 납부하는 등 우체국 기본 업무를 볼 수 있어 보다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두고서 혹자는 '중국우정본부까지 겸업 및 겸직을 하는 시대가 진짜로 와 버렸다'며 얼마 전까지 뜨거웠던 부캐 양성 시대의 도래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순펑(顺丰)이나 통다(通达)와 같은 택배 업체와 비교해 보았을 때도 중국우정본부의 파워는 분명 존재한다. 중국우정본부의 온라인 홈페이지에 기재된 정보에 따르면 중국우정본부는 모든 지분을 국가가 보유한 국가 기업이며 고객에게 각종 우편 행정 서비스를 제공한다. 몇 년간의 꾸준한 성장을 거쳐 택배, 간행물 발행, 예금 및 환어음 업무, 우표 수집 등 전통적인 우편 행정 업무와 함께 우편 행정, 금융, 택배, 온라인 커머스 등 다원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대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하였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중국우정본부는 우체국 은행, 우체국 택배, 우체국 보험, 우체국 증권, 우체국 투자, 우체국 기술 회사 등 다양한 자회사를 보유한 대형 그룹이라 할 수 있다. 중국우정본부는 2020년에 발행된 포춘 잡지의 500대 기업 리스트 중 90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으며 이는 전 세계 우체국 중에 2위에 빛나는 성과를 달성한 것이다.
이런 그들이 거대한 시대의 흐름 위에 올라탔다. 중국우정본부가 지닌 자원은 식음료 시장에서 어떤 작용을 하게 될까? 택배 업무만 살펴도 우체국은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전국 곳곳에 퍼져있으며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영업점은 5.4만 개, 대민서비스센터가 35만 개, 소규모 우체국이 10만 개, 소도시의 서비스망 구축률은 무려 100%에 달한다.
이 외에도 5.4만 개의 우체국 지국소, 60여 만 개의 대민서비스센터 가맹점, 600개 이상의 대형 우체국을 보유하고 있다. 이것을 다른 말로 이야기하자면 결국 중국우정본부는 최소 5만 개 이상의 매장에서 밀크티와 커피를 판매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식음료 시장에서의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확장세가 매우 매서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국우정본부는 그들만의 특수한 가치를 지닌다. 그것은 바로 중국우정본부가 만든 모든 매장에서는 밀크티나 커피를 판매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와 함께 우체국 본연의 업무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 복합적인 사업 모델이 갖는 가치가 어마어마하다.
사실 광대한 서비스망을 갖게 된 순간부터 중국우정본부는 산업 간의 경계를 뛰어넘는 게임 체인저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2010년에 중국우정본부는 지평선 투자 그룹과 손잡고서 우체국 슈퍼마켓을 출시했다. 중국우정본부가 갖고 있던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소매 시장에 진출하여 농촌 버전의 월마트를 만든 것이다.
그해 우체국 슈퍼마켓은 강서, 허남, 산동 세 지역을 기점으로 100개에 가까운 매장을 오픈하였고, 2015년에는 10,000개의 매장을 오픈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기에 이르렀다. 비록 2014년에 운영 부진으로 소유권이 이전되며 그들이 꿈꾸던 '농촌 버전의 월마트'라는 문장에는 마침표가 찍히긴 하였으나 그들은 여전히 '마트가 되고자 하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다년간의 합작, 위탁대행, 가맹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중국우정본부는 소매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고, 연이어 농촌 편의점, 도시 관리자(都市管家 / 편의점 + 우체국의 모델), 우체국 쇼핑몰(邮乐购 / 우체국 + 온라인 쇼핑몰 + 마트+ 은행의 모델) 등 편의점 브랜드를 출시하였다.
의약품 판매 시장에서도 그 기세가 매섭다. 2018년 4월, 중국우정본부는 의료 등 고부가산업에서의 빠른 발전을 목표로 설정한 뒤 2019년 12월에 닝샤 회족 자치구에 국내 첫 우체국 약국인 중요우다야오팡(中邮大药房)을 오픈하였다. 우체국 약국은 금융 업무를 처리하는 카운터를 구비하고 있으며, 우체국 업무까지 처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중국우정본부는 우체국, 금융, 약국 3가지 사업의 상생을 이뤄냈다.
돌이켜보면 요양더차, 우체국 카페는 어느날 갑자기 일어난 변화와 도전이 아니라 중국우정본부가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다원화의 꿈이 현실화된 것 뿐이다.
밀크티 브랜드 모두가 상장 회사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2월 11일에 나이쉐차(奈雪的茶)는 홍콩거래소에 IPO 투자설명서를 제출하였고, 밀크티 브랜드 중에서 IPO를 향한 첫 스퍼트를 끊었다. 4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은 상장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투자설명회에 참여한 기관 인사는 나이쉐차의 기업 가치가 350억 위안(한화 약 6조 1,239억 원)에서 400억 위안(한화 약 6조 9,988억 원)에 달할 것이라 예상했다.
나이쉐차의 경쟁자로 불리던 희차도 IPO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올해 3월, 기업가치 160억 위안(한화 약 2조 7,995억 원)에 달하는 희차도 홍콩 거래소에 상장 준비를 시작했다는 소식이었다. 투자사는 이미 희차의 임원들을 대상으로 비거래 투자설명회 행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었으나, 이후 희차 창업자인 니에윈천(聂云宸)이 위챗 모먼트를 통해 "올해 희차는 상장 계획이 없습니다"라고 밝히며 소문을 일단락 지었다.
미쉐빙청(蜜雪冰城)은 본래 3~4선 도시에 뿌리를 내린 브랜드이지만, 이미 1만 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한 거대 브랜드로 성장했다. 얼마 전에는 메이퇀롱주자본(美团龙珠资本과 CPE웬펑(CPE源峰) 등 유명 투자 기관으로부터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현재 그들의 기업 가치는 200억 위안(한화 약 3조 4,984억 원)이며 중국 국내 A주식 상장 준비 단계에 돌입했다고 한다. 올해 내로 상장 준비가 끝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창샤(长沙)의 유명 밀크티 체인점인 차안유색(茶颜悦色)도 IPO를 준비 중이라는 소문도 있다. 지금 중국 식음료 산업에는 IPO 광풍이 부는 중이다.
밀크티와 커피 산업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돈을 벌기 좋은 시장이라는 말이다. 물론 모든 신화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고, 내 문장에 마침표를 찍을 사람이 누가 될지는 이번 우체국 밀크티 체인점인 요양더차의 등장처럼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 출처 : 没想到,中国邮政卖奶茶:一铺开就是全国第一 (중국 우체국까지 밀크티를 팔 줄은 상상도 못 했다 : 매장 하나 오픈하고서 바로 전국 1위 석권)
중국의 모든 산업의 발전은 정말이지 놀라운 속도로 이뤄진다. 하나의 산업이 흥한다 싶으면 그 속에서 여러 브랜드가 하루 걸러 하루씩 나오면서 내수 시장을 두고서 경쟁을 펼치기도 하고, 간혹 그들 중 몇몇은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세계를 석권하기도 한다. 특히나 자칭 '중국 문화'라고 여겨지는 산업에 대해서는 국가 기관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중국 식음료 산업이 바로 그중 하나이다.
중국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거나, 국내의 브랜드가 상장을 마친 후에 그들은 중국 외 국가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아마 한국도 그들의 야망이 미칠 범위 내에 있지 않을까?
최근 2~3년 사이에 한국에서도 다양한 티 음료 브랜드가 생기고 있는 상황이고, 눈에 띄는 브랜드도 꽤 있는 편이라 그들이 한국 시장으로 진출을 한다 하여도 국내에서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브랜드는 몰라도 희차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머지않은 미래의 어느 날을 상상해본다.
비록 나이쉐차에 비해 기업 가치는 조금 떨어지는 희차지만, 그들은 매혹적인 디자인적 감각과 음료 시장을 넘어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문화적 흐름을 만드는 힘을 가진 브랜드이지 않나. 그러니 그런 그들에게는 차 문화가 이제 막 싹을 틔우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나라마다 다른 문화 코드를 맞추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그들의 일과 문화, 그리고 생각을 나눠보고 싶다. 한국에서의 상표권 등록도 오래전에 마쳤으니, 분명 언젠가 진출하기는 할 거 같은데, 그때가 도대체 언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