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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Fly Mar 25. 2019

28. 성범죄 전담반 SVU

현실적인 미드

대표적인 마국의 형사물 드라마인 성범죄 전담반 (Law & Order: Special Victims Unit)이 시즌  20째 방영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OCN에서 매주 금요일 오전에 방영되고 있는데, 나의 최애 미드 중의 하나인 NCIS 에피소드가 끝난 후 뒤를 잇고 있다. 미국 NBC 드라마에서는" Law & Order (법질서)"라고 시작하고 그 뒤에 전담 범죄를 제목으로 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형사와 검사가 팀을 이루는 시리즈가 많다. 웬만한 미드의 엔딩 크레디트에 항상 등장하는 딕 울프 (Dick Wolf)가 이 드라마도 만들었다.


처음 방영되었던 시즌 1 (1999)부터 지금까지 SUV를 이끌고 있는 인물은 올리비아 벤슨이다. 내가 보기 시작한 게 집에서 독립했던 2006년 경이었으니까 시즌 8 정도였을 것이다.



이 드라마가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건 형사들의 성격에 있다. 첫 번째, 내가 보기 시작했던 시즌에서 올리비아는 다혈질 남자 동료 형사와 일했는데, 범죄를 특정지어야 할 때마다 동료 형사의 성질에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는 용의자를 보며 무기력해한다. 동료로서 여러 번 감싸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자리가 위협을 받고 업무 자체에 악영향이 가자 올리비아는 동료평가에서 그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로 인해 '여자는 역시 의리가 없다'는 둥 경찰과 형사들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꿋꿋이 버티면서 희생자들을 이해하고 감싸주면서 결국 SVU팀의 수장이 된다. 물론, 그녀도 너무 감정적일 때가 있어서 검사의 경고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가 감정적일 때의 상황을 본다면 어떻게든 범죄자를 감옥에 처넣고 싶은 마음이 나조차도 굴뚝같을 때이다.


두 번째, 처음 방송이 시작할 때 아주 낮은 목소리의 내레이션에 있다.


"사법제도에서 성범죄는 특히 악랄하다고 간주된다. 뉴욕 시에는 흉악범죄를 다루는 엘리트 형사들로 이루어진 SVU라고 하는 전담반이 있다. 이것은 그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면서 바로 범인에게 당하는 충격적인 장면이 나오고, 형사들이 현장에 등장해 피해자들의 진술을 듣는다. 용의자에 대해 기억하는 점이 없냐고 물으면 피해자들은 약간의 힌트를 준다. 이후, 바로 타이틀 음악이 나오면서 어두운 뉴욕시를 하늘에서 비추며 제목이 마지막으로 뜬다. 타이틀 음악의 리듬은 들을 때마다 정신 차리고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만큼 무겁게 심장을 때린다.


세 번째, 항상 SVU 팀이 이기지는 않는다. 아무리 용의자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정황 증거가 엄청나도 같이 팀을 이루는 검사가 증거를 가져오라고 하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형사들, 특히 벤슨이 엄청나게 몰아붙이면 검사는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도 법정에서 엄청나게 활약한다. 결과는 패소. 용의자는 웃으며 걸어 나간다. 그럴 때마다 얼마나 기운이 빠져버리는지.


네 번째, 다채로운 인물들이다. 물론, 1999년부터 시작했으니 주요 인물들도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올리비아와 핀 투투올라는 시즌을 거듭해 승진하면서 계속 나오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검사였던 노박이다. 그녀는 검사 치고 매우 감정적인 인물이라 형사들과도 자주 대립하지만, 법정에서는 증인을 엄청나게 몰아 유죄를 이끌기도 하고, 패소한 날에는 술 한잔 하러 가자고 먼저 제안하는 아주 멋인 인물이다 - 그녀는 NCIS에서 해안경비대 반장으로 나오기도 하는데 깁스 반장과 아주 찰떡궁합이다- 최근 시즌에는 경찰서장 아들이 신입 형사로 들어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엄청나게 노력하지만 한 시즌인가 두 시즌만에 범인에게 살해당한다.


올리비아 빼고는 계속 남자 형사들만 있었는데, 시즌 13부터 아만다가 등장했다. 형사들 중에 가장 전형적인 미국인스러운 인물이다. 가정환경이 좋지 않고 마약 하는 언니가 있고, 그 와중에 형사가 되었는데 자신도 성범죄 피해자였던 사실이 있다. 그래서 매우 닫혀있는 인물이지만, 올리비아와 동료들의 도움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 자신은 아니라고 고집하겠지만. 현재는 둘째를 임신하고도 특별대우따위는 필요없다고 외치며 계속 일하려는 인물이다.



내가 보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은 한국에서는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할 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간히 일어나는 잔혹한 성범죄 뉴스로 전국이 떠들썩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에게 고마운 점이 있다면 그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는 성인으로서의 성범죄 예방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성범죄는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 피해가 발생했을 때 씻지 말고 즉시 신고해야 한다는 점, 힘들어도 사실을 마주해야 한다는 점 등이다. 물론, SVU 팀의 형사들처럼 우리나라 형사들이 피해자를 주의해서 다룰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기에 신고에서 조금 망설여지기는 한다.


하지만, 꾸준히 성범죄 전담 여형사/경찰이 생겨야 한다는 점, 피해자 진술 시 꺼려진다면 남성 형사는 자리를 피해야 한다는 점, 아동 성범죄자가 사는 동네에서는 그/그녀의 존재를 반드시 알 권리가 있다는 사실도 이전이라면 전혀 몰랐을 것들을, 한국에서 이런 제도들이 확립되기 이전부터 배웠기에 고맙다.  


특히, 20년간 그 자리를 지켜준, 물론 직업이니까, 다른 드라마에서는 좋은 역할을 찾기 힘들어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무조건 피해자의 편에서 사건을 보려 하고, 피해자가 실수했을 때도 책망하지 않는 올리비아 벤슨 경위에게 감사하다. 이 드라마를 보기 전에는 성범죄는 여성이 잘못해서 일어났을 거라고 단정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이런 걸 보면 드라마라는 것이 참 요망한 것이다. 사람의 인식까지 바꿀 정도로 사회적 영향력이 강하니까.


다른 채널에서도 가끔 예전 시즌을 재방송하기도 하니, 시간이 되면 볼 것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Law_%26_Order:_Special_Victims_Unit_(season_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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