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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소의뿔 Jan 05. 2023

나는 누구를 위해서 뭘 하는 사람이 아니야.

백수일기

법적, 정식으로 백수가 된 지 5일째다. 이미 11월에 모든 인수인계를 마치고 12월을 여유 있게 보냈던 터라 작년 12월과 올해 1월이 크게 다르지 않다. 12월을 내게 주는 휴식기로 정하고 마음껏 늘어져보기로 했다. 계속 머리 한편에 있는 '해야 할 일'을 애써 해보려 하지 않았다. 나 혼자 마음먹은 일들이었다. 안 해도 그만이었다. 그렇게 12월을 충분히 쉬며 보냈다. 


그렇게 평화롭던 내 휴식기를 종료시킨 것은 '새해'라는 단어였다. 1월은 도무지 12월처럼 세월아, 네월아 그렇게 보낼 수 없다고,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데 내 의식이 나를 계속 자극했다. 새해에는 뭔가 새로워져야 할 것 같고, 지난해의 과오를 반복하면 안 될 것 같고, 작년 보다 더 나은 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들. 오랜 시간 동안 나는 그렇게 길들여진 것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나는 '내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계획했지만 굳이 실행하지 않아도 나 스스로에게 면죄부까지 줬던 일들을 하나씩 하고 있었다. 미뤘던 후기들을 블로그에 올렸다. 책을 읽으며 뭔가를 이해하고 머리에 넣으려 했다. 작년 7월에 이수하고 수료하지 않은 교육 과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꾸역꾸역 과제를 해 제출했다. 이런 식으로 하다 보니 종일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의 양이 출근해서 일하던 때보다 더 긴 것 같다. 


강박인가? 완벽주의인가? 주도적이고 실행력이 있는 건가? 내 삶을 주인의식 갖고 살고 있는 건가? 아니면 머슴 근성이 몸에 밴 것인가? 


한 동안 생각해 봤다. 내가 내린 결론은, 나는 말이야, 누구를 위해 사는 사람이 아니다. 스스로 성취하는 것에 만족하는, 정말 나를 위해 사는 사람이다. 그리 결론 내리니 연이어 이런 각오 또는 결단이 따라온다.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미결로 남기지 말자. 일단 계획했다면, 시기를 놓쳐서든, 결과의 효용성이 떨어진다 여겨서든,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꼭 완결시키자. 왜냐하면,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으니까. 나는 나에게 주인이면서, 동시에 나 자신에게 머슴인 게 좋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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