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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t M Sep 05. 2021

열 딸 안 부러운 아들

오후 3시, 어김없이 아이들을 데리러 간다.

6살인 막내는 차에 타자마자 간식을 찾는다.

미처 챙겨 오지 못한 날이면 가까운 마트라도 데리고 가야 한다.

비가 곧 내릴 것 같은 날씨였지만 마트 앞에 차를 대고

막내의 손을 잡고 들어갔다.

첫째와 둘째는 차에서 기다린단다.

서둘러 물건을 고르고 나오려는데,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아이고, 막내의 손을 잡고 차까지 뛰어야 할 것 같다.


마트의 자동문이 열리자 우산 하나가 머리 위로 올라왔다.

첫째 아이였다.


"엄마  비 맞을까 봐 우산 가지고 왔어."라며

방긋 웃는다.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이제 10살짜리 아들인데, 이런 기특한 생각을 하다니

역시 장남은 장남인가 보다.


한 번은 뭘 잘못 먹고 체했는지,

기운도 없고 구역질은 나고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서

온종일 누워있었다.

막내가 계속 내 옆을 왔다 갔다 하며 말을 시키고 귀찮게 하는 통에 쉴 수가 없었는데, 순간 깜빡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첫째 아이가 내 방 앞을 지키고 있었다.

아픈 엄마 쉬지 못할까 봐 방문 앞에 앉아서 들어오려는

동생들을 막아주고 있던 것이다.

가만히 들어보니 이런 거래를 하고 있었다.


"엄마 방에 안 들어오면 오빠가 뽑기 해줄게."

"조용히 놀고 있으면 장난감 사줄게."


눈을 감고 자는 척했지만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밥을 차려놓으면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하고,

카페에서 케이크를 시켜도, 뭐 작은 거 하나를 먹으려 해도

항상 엄마 한입을 먼저 챙겨준다.

때로는 강아지처럼 뛰어와 안기며 "엄마 사랑해."하고,

"아무리 봐도 엄마가 제일 예뻐."라고, 넉살스러운 멘트도 날린다.



나는 가끔 자식이 하나였다면,

옷도 더 많이 사주고 하고 싶다는 거 다 할 수 있게

학원도 여러 개 보내줄 텐데 라는 못난 생각을 하는데,

우리 첫째는 동생 예쁘다고 놀아주고 귀엽다고 안아준다.

어쩌다 여동생이 둘이나 생겨서 때로는 귀찮기도 할 텐데,

학교에서 간식을 받아도 먹지 않고 집에 와서 동생들 나눠주고, 자기 꺼 하나를 사러 가도 동생 들 거 하나를 더 산다.


이제는 내가 아이들을 키우는 게 아니고

아이들이 나를 키우는 것 같다.

나는 가끔 지쳐서 나가떨어질 것 같이 힘들지만,

아이들은 나 하나를 바라보며 사랑을 세 배씩 주니

어찌 힘을 내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 길을 가다가 가끔 어르신들이

아이고, 삼 남매네~하다가, "딸이 둘이라 다행이네.

아들은 다 남의 자식이야. 못써~"하면,

"열 딸 안 부러운 아들이에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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