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기다려도 오라는 님은 안 오고.
S가 옆에서 단식을 함께 해주니 든든했지만, 항상 24시간 붙어서 감시해 줄 수는 없었기에 그녀는 스스로에게 좀 더 경각심을 주기 위한 단식추적 앱을 깔았다. 단식추적앱은 무료로 깔아서 광고가 좀 있기는 했지만, 물을 먹으라고 알려주는 알람이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몸이 어떤 상태라고 알려주는 알람을 주었기 때문에 꽤나 의지가 되었다.
특히 하루를 넘기는 시점에서, 자고 일어나서 그다음 날 점심이 되었을 때 허기짐이 상당했는데, 그럴 때마다 앱을 보고 이만큼 버텼다며 시간보고, 물 한잔 먹고, 그래도 허기가 사라지지 않으면 죽염을 물에 조금 타서 또 한 컵을 먹고 감잎차를 끓여 또 한잔을 먹고. 그야말로 물배를 채웠다. 죽염에서는 짭조름한 구운 소금 특유의 향이 났는데, 배가 고픈상태에서는 소금물도 달다는 것을 그녀는 처음 알았다. 난생처음 소금물을 달게 다시고는 부족한 듯 입맛을 쩝쩝 다시고는 그런 자신이 우스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앱에서는 24시간이 지나자 내 몸이 자가포식 상태로 들어갔다고 했는데, 그게 그렇게 기분 좋은 말로 들릴지 몰랐다. 드디어 내 몸이, 내 몸에 약하고 쓸데없이 불어나 내 몸을 괴롭게 만드는 세포들을 청소하며 자가포식으로 먹어대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택배상자가 더 이상 배달되지 않고, 물건을 살 수 없다는 걸 깨닫자, 집에 있는 구석구석 창고를 뒤져보며 “내가 그걸 언제 사놨었는데.. 분명 내 집안에 어딘가에 굴러다니고 있을 텐데…”라며 집 안 구석탱이를 뒤적거리고 있는 행동과도 같았다. 냉파(냉장고 파먹기)를 내 몸이 드디어 하기 시작한 것!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는 내게 배가 고프다는 소리였고, 내가 성질이 사나워질 수 있다는 위험(?) 신호였는데. 이렇게 마인드셋을 바꾸니 더 이상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위험신호로 들리지 않았다. 이 건 내 몸이 스스로 배고픔을 느끼고 몸속 냉파 재료를 뒤적거리며 내 몸 안에서 스스로 영양분을 찾아다니고 청소하는 소리구나. 나는 그 부스터가 될 미네랄(죽염물), 감잎차(비타민C) 그리고 물을 지속적으로 보충해 주며 내 몸을 응원해 주면 되는 것이었다.
그래도, 배가 고팠다. 자꾸 본능적으로 몸이 먹을 것을 찾았다. 신경이 예민해지는데 힘은 없고, 그렇다고 잠이 오는 것도 아닌 묘한 상태가 되었다. 뭔가 참을 수없는 뭐라도 해야겠는 상태. 내 주의를 무언가로 돌려야 했다. 유혹거리가 없는 가벼운 산책정도가 필요했다.
신랑과 근처 코인 노래방을 찾았다. 오래간만에 이런저런 추억의 노래들을 서로 시시덕 거리며 부르다 보니 또 잠시나마 배고픔을 잊고 노래에 집중해 어느새 열곡을 훌쩍 넘어 메들리를 부른 그녀였다.
그나저나, 물을 그렇게 하루에 2리터가 넘게 마셔대고 있는데 내 대장에 끼어있는 그것들?! 이 당최 나올 소식이 없었다. 마그밀도 먹고 물도 토할 만큼 마셨는데, 큰 일을 시원하게 보고 싶었는데 그게 되질 않았다.
그녀 몸이 단식이라는 대 위기?! 를 나름 잘 버텨보려고 대장 속에 그것들마저 꽉 쥐고 있는 것인지. 제발 미련 없이 그것들을 쑤욱 몸 밖으로 배출해 주면 좋겠건만 그녀는 볼일을 중간에 끊어낸 똥강아지처럼 찝찝하게 왜 와야 할 소식이 안 오냐며 서성 서성 했다. 산책도 해보고 물도 또 마시고 마그밀도 두 알을 더 먹었는데.
그 사이 체중은 0.9킬로 그램이 빠져있었다. 30시간 동안 물만 먹었는데. 여기서 화장실 시원하게 가고 나면 0.5킬로는 쑤욱 빠지지 않을까 하는 조급한 마음이 들어 그녀가 S에게 SOS를 쳤다.
“나 이런 말 좀 더럽지만.. 화장실을 시원하게 못 가고 있어 ㅠㅠ.. 이 정도 마그밀에 물을 먹었으면 황금 바나나까진 아니더라도 비둘기라도 푸드덕 몇 마리는 날려야 할 거 같은데.. ”
“아, 언니~~! 쫌!!! “
ㅋㅋㅋ왠지 코를 쥐고 미간을 찡그렸을 것만 같은 S의 반응. 뭐, 난 좀 솔직한 게 매력이라 ㅋㅋ 하고 나서 비둘기는 너무 리얼했나? 하고 긁적 하는 그녀였다.
*매주 월요일 연재합니다.